'공영방송' - '1등신문', 왜 싸워?

KBS "총기밀매 기사는 오보"... 조선 "KBS, 더위 먹었나"

등록 2003.08.11 21:39수정 2003.08.19 11:32
0
원고료로 응원
KBS 미디어포커스가 9일 방송에서 경제위기에 대한 조선일보의 편향적 보도, 총기밀매 사건 보도 태도 등을 지적하자 조선일보가 이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는 등 두 언론사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KBS 미디어포커스가 9일 방송에서 경제위기에 대한 조선일보의 편향적 보도, 총기밀매 사건 보도 태도 등을 지적하자 조선일보가 이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는 등 두 언론사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KBS
'공영방송' KBS의 비판에 '1등신문' 조선일보가 발끈하고 나섰다. 최근 조선일보가 보도한 '경제 위기의 노조책임론'과 '청계천 상가 총기밀매 여부' 등에 대한 보도에 대해 KBS가 비판의 날을 세우자 조선일보가 이를 재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KBS는 지난 9일 밤 9시30분부터 10시10분까지 방영된 '미디어포커스'(진행 김신명숙)를 통해 최근 일부 신문들이 경제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전가하는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포커스는 또 중소기업 사장집 총기강도 사건으로 불거진 청계천 상가의 불법 총기류 밀매에 대해서도 일부 언론들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미디어포커스는 위 두 가지 사안에 대해 보수언론, 특히 조선일보의 기사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미디어포커스는 우선 보수언론의 경제-기업 위기에 대한 '노조책임론 조장'을 비판하며 최근 조선과 중앙의 기획기사를 왜곡 보도의 예로 들었다. 또 조선일보 등의 기사를 방송으로 보여주며 일부 언론이 총기밀매 의혹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미디어포커스의 이런 방송 내용을 11일자 지면을 통해 강하게 반박했다. 조선일보는 미디어포커스가 '노조책임론'을 조장하는 기사의 한 예로 조선일보의 '한국오웬스코닝' 보도를 지적하자 당일자 신문에 김영수(산업부차장대우) 기자의 '기자수첩'을 통해 반박했다.

또 "청계천 상가에서 총기밀매가 이뤄진다는 일부언론의 보도는 잘못"이라는 미디어포커스의 주장에 "KBS 미디어포커스 더위 먹었나"(인터넷판 기사 제목)라고 비꼬며 강하게 비난했다.

KBS "조선일보 입맛에 맞게 사례 왜곡"
조선 "여전히 노조가 기업 발목 잡고 있어"


미디어포커스 9일자 방송의 핵심은 최근 경제와 노동관련 보도의 편향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 미디어포커스는 이날 방송에서 "보수 언론들이 재계의 목소리만 대변하고 경제 위기 등에 대한 대부분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디어포커스는 또 보수 언론들이 '노조가 경제위기를 심화시킨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주로 외국의 사례를 인용하는데, 한쪽 측면만 강조해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경제불황을 마치 노조 때문인 것처럼 왜곡 ▲미국식 노동시장 시스템의 이점만 부각 ▲브라질 좌파 정부도 시장경제체제에 순응한 것처럼 왜곡하는 것이 보수 언론의 문제라는 것이다.

미디어포커스가 이같은 사례의 전형으로 꼽은 기사는 최근 연속적으로 실린 조선일보(7월 28일, '제조업이 무너진다')와 중앙일보(7월 24일, '일자리가 먼저다')의 기획기사다.


11일자 조선일보 기자수첩 기사. 조선일보는 한국오웬스코닝에 대한 후기를 쓰면서도 노조의 이야기는 싣지 않았다.
11일자 조선일보 기자수첩 기사. 조선일보는 한국오웬스코닝에 대한 후기를 쓰면서도 노조의 이야기는 싣지 않았다.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이 기획기사에서 최근 직장폐쇄에 들어간 '한국오웬스코닝 사태'를 예로 들며 강성 노조 때문에 기업이 무너진다는("오늘도 기업하나가 이렇게 무너지나", 7월 28일자 조선일보 사설) 주장을 폈다.

중앙일보 역시 '일자리가 먼저다'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노사문제 걸림돌 제거가 필수"(7월 24일자)라고 지적했다. 두 신문 모두 노조의 활동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해치고, 경제를 어렵게 만든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조선일보는 당시 기획기사에서 미국 다국적기업인 한국오웬스코닝이 노조 때문에 결국 직장폐쇄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회사 노조관계자는 미디어포커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선일보가 노조에 취재온 적이 한번도 없다"고 밝혀 조선일보가 사측의 입장만 충실히 전달했음을 주장했다. 이 회사 제임스 블래직 사장도 이날 방송에서 "영구적 철수는 고려치 않고 있다"고 밝혀 조선일보 기사처럼 당장 회사가 미국으로 철수할 뜻은 없다고 전했다.

미디어포커스는 이를 근거로 조선일보가 '노조 때문에 기업경제가 어려워진다'는 자사의 주장을 대변하기 위해 한국오웬스코닝을 예로 들어 입맛에 맞는 이야기만 내보냈다고 비판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11일자 '기자수첩-오웬스코닝 그 이후'에서 여전히 노조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직장폐쇄에도 불구하고 노조위원장이 공장연료탑에서 농성을 계속하는 위험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더 이상 공장 가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블래직 사장의 말을 인용하며 "이대로 노사분규가 지속되면 대기상태로 남아있는 나머지 용광로마저 가동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 '기자수첩'에서조차 노조측의 이야기는 한마디도 넣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또 "(KBS기자가) 남의 기사에 흠집만 찾아내려는 인상을 받았다"는 블래어 사장의 말을 빌어 미디어포커스가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KBS "총기밀매 팩트 없이 사실 확대"
조선 "MBC 취재팀도 밀매 현장 확인"


KBS 미디어포커스를 정면 반박한 조선일보 11일자 기사.
KBS 미디어포커스를 정면 반박한 조선일보 11일자 기사.조선일보
미디어포커스는 또 '미디어워치' 코너를 통해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청계천 상가 총기 밀매 사건이 일부 언론에 의해 부풀려지고 있다고 보도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미디어포커스가 이번 사건에서도 비판의 대상을 삼은 것은 7월 30일자 조선일보 기사("돈주면 M-16 소총도 구해줘")였다.

당시 조선일보의 기사가 나가자 다른 언론들이 이 기사를 기정사실화 해 사설을 쓰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됐다는게 미디어포커스의 지적이었다.

미디어포커스는 청계천 일대 상인들의 증언, 관할서인 성동경찰서 경찰의 증언 등을 토대로 총기밀매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일부 언론이 잘못된 보도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국민들을 불안과 공포로 떨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디어포커스는 또 "팩트(사실)가 확인되지 않은 사건이 언론에 실리면 그 자체가 팩트(사실)가 돼 다른 언론이 보도하게 된다"는 성공회대 최용묵 교수의 말을 빌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의 확대재생산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11일자 사회면 기사("KBS기자가 취재 못해놓고 타사보도를 오보라 할 수 있나")를 통해 강력하게 반박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9일 오후 6시30분쯤 취재기자가 청계천 상가 한 공구점 주인에게 'M16 소총 2정이 급하게 필요하다'고 접근해 'M16 정품이 아니어도 되느냐? 내일 낮 12시까지 연락을 주겠다'라는 대답을 얻어냈다"며 총기밀매가 실제 이뤄지고 있음을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MBC 카메라출동 역시 청계천 일대 총기밀매 현장을 확인했다는 것이 조선일보의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한 전문가의 말을 통해 "청계천에서 총기 거래가 암암리에 이뤄진다는 것은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됐던 내용인데 유독 조선일보 보도만을 문제 삼는 것은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밝혀 네티즌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