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윤영
"지금껏 3000여점의 초상화와 3000여 명에게 개인지도를 해왔습니다. 연필, 파스텔, 실크의 선과 터치 하나하나에 세월을 실었어요."
대전 선화동에 위치한 송계 초상화실에는 30여 년간 한길만을 걸어 온 송계 박종국(54) 화백의 집념이 곳곳에 묻어난다. 화실의 한쪽 벽면에는 헝클어진 머리, 생기 있는 피부, 다양한 표정을 담은 초상화들이 빼곡하다.
"초상화는 생동감이 있습니다. 수천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얼굴 모습은 제 각각 다릅니다. 하나하나 작업을 해나가면서 그 대상의 특징을 통찰력 있게 찾아내 그러한 특징들을 좀더 세밀하고 생동감 있게 담아내려고 합니다."
'초상화'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바꿔주기 위해 좀더 생동감 있는 초상화를 추구하는 박 화백은 그림제작과 초상화의 대중화를 위한 개인지도를 병행하고 있다.
3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그려온 초상화. 사실 그가 초상화와 인연을 맺은 사연은 아이러니하다.
"저도 처음에는 초상화는 단순한 모사라고 생각해 탐탁치 않아했어요.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후암 이상원 선생님의 그림을 만나보고는 '초상화가 이런 것이구나'하며 생각을 달리하게 됐습니다."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2년을 마치고 69년 공군 하사관으로 입대를 했다. 하루 빨리 제대를 한 후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득 찬 그에게 이상원 화백의 초상화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다른 초상화들은 밋밋했는데 그의 그림은 깊이가 달랐습니다. 평범한 초상화가 아니라 섬세하게 묘사된 살아있는 초상화였죠. 다짜고짜 그를 찾아가 가르쳐 달라고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