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이종찬
감포 쪽에도 마땅한 바닷가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차를 돌려 이번에는 감은사지와 문무대왕 수중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바닷가와 백사장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우리 일행들이 2박 3일 동안 있을 만한 마땅한 민박집이 보이지 않았다.
날은 점점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내와 두 딸, 처제와 소영이, 준형이까지도 저어기 불안한 눈빛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 또한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있는 경주까지 모처럼 여름휴가를 온 가족들이 좀 더 멋지고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머물게 하고 싶었다.
"이러다가 밤새도록 이렇게 헤매는 건 아냐?"
"아니, 다시 전촌해수욕장 쪽으로 올라가 보자."
"또 지난 해처럼 허름한 민박집에다 우리를 내팽개치려는 건 아니겠지. 방이 없다는 핑계로?"
날은 이미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몹시 어두워졌다. 하지만 나는 자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아까 오는 길에 언뜻 눈에 띈 바닷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 바닷가 바로 앞에는 제법 깔끔하게 보이는 모텔이 두 개나 있었다. 그 바닷가는 예전에는 민간인 통제구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반인에게도 개방이 되어 있는, 인적이 드문 그런 바닷가였다.
"얼마래?"
"특실 하나에 6만원이래. 말만 잘하면 조금 깎을 수 있을 것도 같던데?"
"저 쪽은?"
"그 쪽도 6만원인데 주인이 마음에 안 들어."
"그으래. 그러면 내가 들어가서 흥정을 한번 해 보지."
그 모텔은 예상 외로 방이 많이 비어 있었다. 내가 왜 이리도 방이 많이 비어 있냐고 묻자 요즈음에는 비가 자주 온 데다, 오늘은 평일이어서 더욱 그렇다고 했다. 유리잔에 뽀오얀 습기가 낀 냉수를 한 잔 권하는 주인의 표정이 서글서글한 게 마음에 꼭 들었다.
"큰 방 하나에 얼마죠?"
"6만원인데, 특실로 드릴께예. 특실에는 베란다까지 있니더."
"나도 경주 사는데, 제 체면을 봐서라도 조금만 깎읍시다. 만원만 깎으면 안 되겠습니까?"
"… 그라이소 고마. 그 방 그거 주말에는 12만원씩 받는 방이니더."
"고맙습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밤 8시가 훨씬 넘어서야 비로소 그 모텔 특실을 구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부터가 더 문제였다. 우리 가족들이 2박 3일 동안 먹을 양식이 담긴 여러 가지 짐들을 옯겨야만 했다. 물론 아이스박스 등 무거운 짐들은 평소에도 땀이 많은 내 차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