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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창 준비하고 있는 수능의 경우도 외워야 할 것 투성이라는 점에서 보면 같은 경우다. 다만 조금 다른 것은 외운 것을 토대로 생각도 해야한다는 것 정도.
친구들하고 이야기 할 때 이런 어쩔 수 없는, 암기 위주의 공부에 대해서 불만을 터트리고는 했다.
“아 짜증나. 나는 왜 우리가 지금 공업 같은 과목 배우는지 모르겠다고. ‘조명의 종류’를 왜 외워야 하는데. 중요한 것도 아니면서, 안 그래도 수능 공부하느라 바쁜데.”
“그러게 말이야. 더 심한 건 교련이야. 질병의 종류는 왜 다 외워야 하는데? 붕대감기는 왜? 사람 다쳤으면 그 시간에 빨리 119에 신고해야지.”
“하하, 그래 맞아. 근데 수능에서도 왜 외워야 하는지 모르는 거 천지잖아. 개념이나 공식도 외워야 하고, 어떤 사람은 그냥 유형을 외우라던데, 하여간 이런 것들도 다 외워야 문제를 풀던데…….”
“그래. 사탐(사회탐구), 과탐(과학탐구)도 다 외워야 할 것 투성이야.”
나는 이런 상황이 불만스러웠다. 그건 다른 아이들도 느끼는 바였다.
처음에는 그래도 일종의 반항심(?)에 우리는 왜 맹목적으로 외워야만 하냐고 여러 사람에게 물어도 봤다. 그럴 때마다 ‘그래서 넌 공부하지 않을 거냐?’라는 반박이 뒤따랐고 그럴 때마다 할말을 잃었다.
그리고 아무리 불만스러운 상황이더라도 반복되다 보니까 무신경해지는가 보다. 지금은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게 된 것을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