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의 광고는 마법의 성(城)"

등록 2003.08.19 21:48수정 2003.08.20 11:13
0
원고료로 응원
KBS 개그콘서트에 박준형의 생활사투리라는 프로가 있다. 이 코너에서는 표준어를 전라도 사투리와 경상도 사투리로 바꿔 말함으로써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얼마 전에는 “저는 광고를 찍고 싶어요”를 전라도로 하면? “헤헤, 아무거나 주시랑게요.” 경상도로 하면? “이놈아는 몸값 비싸다. 내는 싸다”라는 말로 시청자들을 웃긴 적이 있었다.

a TV 속 광고의 한 장면

TV 속 광고의 한 장면 ⓒ ngtv

몸값이 싸니 자신에게 광고를 달라는 경상도 사투리가 꽤나 흥미롭다. 광고는 자본의 꽃이라고 부른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있는 우리들에게 광고는 매혹적인 것이다. 또 생활의 한 단면이다. 그 생활의 단면들 중에서 추악한 곳도 더욱 아름답게 꾸며서 보여주는 것이 광고다.


아름다움은 사람들에게 자꾸 이야기한다. 나를 만지고 싶죠? 나를 갖고 싶죠? 나를 어서 가져요라고. 사람들은 항상 속는 셈치고 아니 정말 속아서 그 상품을 소비한다. 또 광고가 상품의 소비를 위해 정의해 놓은 라이프 스타일조차도 따라가려 하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를 거울처럼 보여주든 미래를 이끌어내든 광고의 중심에는 두 부류의 상품이 있다. 진짜 알리고자 하는 상품과 이미지화된 스타들.

스타, 광고주 그리고 시청자 사이 30초간의 단도직입

“아침에 눈을 뜬 전지현 쏟아지는 여름 햇살에 타고난 뽀얀 피부를 지키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정성들여 바르고 외출 준비를 한다.(폰즈 더블화이트). 외출직전의 전지현은 신세대의 필수품인 멤버십 카드를 지갑에 챙긴다. 커피 전문점에서 패밀리 레스토랑까지 빼놓지 않고 할인받기 위해서다.(LG텔레콤) 전지현은 압구정동에서 남자친구 지진희와 만나 내일 친구들과의 모임에 입고 나갈 지진희의 옷을 사주다 싸움을 벌이게 된다. 가난한 지진희는 ‘나를 있는 그대로 소개하는 게 창피하느냐’고 화를 내고 전지현은 ‘그럼 그 차림으로 입고 나올거냐’며 맞받아친다.(2%부족할때) 지진희와 싸운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전지현은 요즘 유행하는 복싱(지오다노)과 검도(엘라스틴)로 땀을 뺀다. 취침 전 다시 나이트용 미백 화장품으로 피부를 손질한 뒤 (나드리) 잠자리에 든다. 주말로 예정된 다른 남자친구와의 그림 같은 제주도 여행(LG카드)를 미리 꿈꾸면서.”

이것은 최근 인터넷 게시판에서 유머 아닌 유머로 떠돌아 다니고 있는 전지현의 하루다. 그녀가 출연했던 광고들을 하루의 시간처럼 짜서 만든 유머이다. 그러나 단순히 우습기보다 비소가 흐르는 것은 왜 일까? '전지현의 하루'는 네티즌들이 우스갯 거리로 만든 것이지만 앞서 이야기 했던 실제 상품과 이미지화된 배우들의 상품성의 모습이 겹쳐져서 훌륭한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그만큼 이 광고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은 기존의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매력이 물씬 풍기는 전지현이라는 배우가 가진 상품가치로서의 이미지다. 그런 면에서 광고는 무척 안전한 의사소통 통로다. 배우에게도, 빅 스타를 기용한 광고주에게도, 또 시청자들에게도.


배우에게 광고는 좋은 수입원이다. 드라마나 영화와 같이 밤샘 촬영, 힘든 촬영 없이 며칠 고생으로 큰 돈을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가장 큰 매력을 실제 구매자인 시청자들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상품과는 별개로 자신의 좋은 이미지를 더욱 좋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활동하지 않는 기간에도 광고는 계속해서 방송전파를 타며 시청자들에게 배우의 이미지를 잊지 않도록 도와준다.

광고주에게 광고의 배우는 상품이나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수단이다. 이 때문에 톱스타의 섭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톱스타의 이미지는 긍정적으로 무척 공고하며 대중적인 파급효과도 뛰어나기 때문에 상품광고에서 속칭 ‘뜨는 스타’의 섭외가 광고 이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또 최근 만든 대부분 광고들은 정보 전달이라는 기본적인 광고의 덕목보다는 광고가 나가는 30초 동안 광고를 보는 시청자와 이미지 거래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스타의 좋은 이미지를 상품에까지 연결시킨다면 시청자들 처지에서는 새로 보는 제품과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한편으론 광고주 처지에서는 스타와 닮아 가려는 소비심리를 자극해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청자들에게 광고는 원하고 있던 것이나 원하게 될 것들을 짧은 시간동안 재미있게 알아볼 수 있는 통로이다. 시청자들은 ‘기본적’으로는 광고를 통해서 제품의 특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앞서서 이야기 했듯이 현대는 이미지의 세계이다. 특히 현실을 카메라로 보여 주는 현실 아닌 현실을 보여주는 TV의 특성상 가공된 이미지가 만들어 지고 또 현실 같은 감쪽같음에 시청자들은 현실로 인식하기도 한다.

a TV 속 광고의 한 장면

TV 속 광고의 한 장면 ⓒ ngtv

단지 이미지가 아닌 현실로 받아들이고 동일시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현실에서는 시청자들의 광고 상품 구매로 이어진다. 광고의 영상이미지나 광고에서 배우의 이미지가 좋은 경우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기까지 더 쉬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소비자의 연령층 중에서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의 경우 이미지를 중요시하기에 광고의 영향이 실제 구매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단 30초간에 스타와 광고주, 시청자는 그들만의 이야기 통로를 통해 서로의 이익을 확인하고 행동한다.

"이제는 진짜 연기하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최근 텔레비전을 보면 광고용 배우와 드라마와 같은 정극을 하는 배우가 나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쇼 프로와 같은 예능 프로에 쉽게 출연하지 않아 배우의 이미지가 탤런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영화배우들의 텔레비전 입성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무엇이 그들을 TV로 불러 들였을까. 무엇이 그들을 CF배우로만 활동하게 했을까.

앞서 이야기 했듯 돈과 이미지의 지속성이다. CF를 하면 연기력은 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통장에 돈은 늘어나게 된다. 몇 개월씩 밤새워 고생하며 찍는 영화나 방송시간 맞추랴 체력의 소모가 심한 드라마보다 몇 개월 단발의 계약으로 몇 천만원에서 몇 억까지 벌어들일 수 있는 광고의 매력은 무척 강렬하다.

힘도 다른 것 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들고 시간 역시 적게 소모된다. 그러나 그에 비에 대가는 훌륭하다. 이렇게 무척 합리적인 거래를 마다할 대한민국의 스타는 없다. 게다가 그 광고가 자신이 없는 시간에도 시청자들을 대신해서 만나고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돈과 인지도의 지속성, 그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는 것이 광고다.

그러한 배우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들은 돈을 버는 배우이지, 연기하는 배우는 아니다. 이런 것을 고백이라도 하듯 최근 한 연예정보프로그램에서 여배우는 이렇게 말해서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이제는 진짜 연기하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환상 속의 그대

광고는 현실이다. 광고는 환상이다. 광고는 현실이면서도 환상이다. 특히 광고 속의 사물이나 풍경,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영상은 마치 하나의 아름답고 신나는 쇼를 방불케 한다. 빙 둘러 상품의 본질을 잘 포장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광고의 이미지에 취해서 상대적인 박탈감과 환상을 동시에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뽀얗고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배우가 얼굴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 후 화장품을 이용하니 원하던 얼굴로 되는 광고를 보면서 우리는 소망하며 주문을 외운다. ‘내 얼굴도 저렇게 되기를’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화장품 하나 바꾼다고 얼굴이 하루 아침에 달라지지 않으며 운동하기 전 지방의 연소를 도와준다는 음료를 마시고 운동을 해도 단시간에 광고 속 배우의 몸매로 변신하기에는 뼈를 깍는 노력이 따른다.

광고를 보고 이미지를 사고 그 이미지가 만들어낸 환상 속에 매번 속으면서도 금방 망각한다. 결국 시청자는 배우와 광고주가 만들어낸 이미지의 성에 갇혀서 이미지를 먹고 즐기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 환상이라는 것이 그렇게 즐기기만 할 것이 못 된다.

영화가 한편 만들어지는 제작비에 홍보비가 포함되어 손익분기점을 계산하듯 우리가 환상 속에서 즐기고 현실에서 만나는 많은 상품들 속에는 우리가 마냥 즐기던 광고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광고의 배우들은 환상 속에 지어진 그들의 이미지를 지키는 성주다. 그리고 광고주는 멋진 이미지를 연출하는 성속의 관리인, 그 환상의 성안에서 일상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성의 성주는 우리가 바치는 곡물로 살아가는 성주라고 한다면 과언일까?

광고가 보여지는 몇 십초 간, 몇 분간 우리는 광고가 만들어내는 과도한 이미지는 즐기기는 하지만 결국 환상 속의 그대일 뿐이고 환상만 즐겨도 돈이 필요하다는 것의 현실을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3. 3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4. 4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5. 5 '명품백 불기소'에 '조국 딸 장학금' 끌어온 검찰 '명품백 불기소'에 '조국 딸 장학금' 끌어온 검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