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류로 쏟아지는 빙폭박도
눈사태로, 노화(老化)로 쓰러진 고목(古木)들이 많았다. 어떤 고목은 개울 위를 가로질러 쓰러져 개울 이편과 저편을 잇는 외나무다리가 되기도 했다.
고목은 쓰러져서도 뭇 짐승이나 벌레들이 개울을 건널 수 있는 다리로 마지막 봉사를 하고 있었다. ‘고목의 마지막 봉사’, 순간 앞으로 나도 이제는 저 고목처럼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인들은 자연 보호가 철저해서 고목이 쓰러져도 일체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둔다고 했다. 심지어 여름 철 장마로 도로가 개울이 되면 그대로 두고, 그 옆 다른 곳으로 새 도로를 낼 만큼 자연 그대로 내버려 두면서 자연을 즐긴다고 한다.
나는 쓰러진 고목들을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면서 저 고목이 사람의 눈에 띄지 않아 대들보나 기둥이 되지 못했지만, 스스로 개울 이편저편의 다람쥐나 벌레 등이 옮겨 다닐 수 있도록 다리가 되었다. 하기는 대들보나 기둥이 되는 것만이 우주 대자연을 위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대부분 사람들은 대들보나 기둥이 되려고 안달복달한다.
정작 대들보나 기둥감은 깊은 산속에 숨어 있는데, 야산에 저자에 있는 땔감들이 대들보나 기둥이 되다가 집채로 기울어지는 일도 적잖다. 여기저기 흩어져 쓰러진 고목처럼 나도 그렇게 인생을 마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