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자료상 눈감고 '자료상과의 전쟁'?

[중간점검 ①] 국세청, 가짜 세금계산서 거래 확인후 은폐

등록 2003.09.04 13:19수정 2003.11.0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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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국세청 내부고발자 한화교씨에 의해 제기된 4건의 세무비리 의혹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후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고 일부 누락 세금(15억원)이 추징되기도 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추가 확인 내용 등 각 건에 대한 중간점검을 통해 의혹 해명에 다가서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국세청 전경
국세청 전경심규상
국세청과 재정경제부가 세정혁신방안의 하나로 가짜 세금계산서를 매매하는 자료상과의 전면전을 선언하고 나선 가운데, 국세청 세무비리의혹과 관련 국세청의 해명과 달리 (주)일신이 실거래처라고 밝힌 업체 또한 자료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국세청이 내부 비리를 감추기 위해 드러난 자료상 거래마저 감싸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내부고발자 한화교(48. 대전지방국세청 전 감사계장. 현 대구지방국세청 영덕세무서 근무)씨는 자동차 부품생산 업체인 (주)일신(대표 전동근. 충남 천안시 성환읍 소재)이 자료상과 거래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대전지방국세청 고위관계자가 세무청탁을 받고 법인세를 추징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논란이 일자 국세청은 조사결과 객관적인 거래사실이 확인됐다며 세무비리 의혹을 일축했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 확인결과 국세청의 해명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의 내막을 다시 확인해 보았다.

법인세 추징 누락 적발하자 질문서 불법회수

국세청은 지난 99년초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인 (주)일신이 97~98년 2년 동안 총 18억462만원 상당의 제품 원료 매입세금계산서를 4곳의 자료상을 통해 구입한 사실을 적발하고 이를 관할세무서인 천안세무서에 통보했다. 국세청은 또 자료상 4곳을 모두 고발 조치했다.

가짜계산서 끊어 '수수료' 챙기고
구입자는 세금 부당 환급
['자료상' 누구인가?]

자료상은 실제 거래는 하지 않고 허위로 가짜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사업자들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판매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이 때문에 자료상은 금세기 최고 직업(?)으로 불리기도 있다.

즉 '허위 세금계산서'를 써주기만 하고 자료(허위 세금계산서)를 사는 사람에게서 수수료 명목으로 2∼3%의 돈을 받기 때문. 자료상에게 가짜계산서를 구입한 사업자들은 이를 근거로 관할세무서에서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부정하게 환급(공제) 받는다. 결국 국민의 혈세로 걷어들인 세금이 고스란히 조세범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국세청은 자료상은 물론 이들로부터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사업자를 모두 탈세범으로 처벌하고 있으나 대기업들 마저 이를 애용할 만큼 해마다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 심규상 기자
천안세무서는 이같은 통보를 받고 99년 3월 (주)일신에 대한 강도 높은 특별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부가가치세 2억3400만원 만을 추징했을 뿐 핵심이 되는 법인세는 단 한 푼도 추징하지 않았다.


대전지방국세청은 지난 2000년 10월 천안세무서 감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적발하고 천안세무서장에게 관련 규정에 따라 원가를 손금불산입(비용처리 불인정)하고 법인세 추징 후 대표자를 상여처분 하여야 한다는 요지의 질문서(처분지시서)를 발부했다.

(주)일신이 자료상을 통해 거래한데다 거래를 뒷받침할 만한 증빙자료가 전혀 없고, 원가 인정을 위한 증빙 제시가 없는데도 거래금액을 비용처리 했다는 것. 질문서 발부는 관할세무서에 소명기회를 주는 한편 조사책임자의 책임을 묻고 시정조치를 하기 위한 사전절차의 하나다.


그런데 이번에는 발부된 질문서가 곧바로 대전지방국세청 전 감사관에 의하여 불법회수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또다시 법인세 추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일은 연초 내부고발자 한씨가 "당시 대전지방국세청 전 감사관이 모 정당 간부의 청탁을 받고 질문서를 불법 회수하여 세금 부과를 못하게 했다"고 폭로함으로써 세간에 알려지게 된다.

따라서 논란은 대전지방국세청이 왜 감사처분지시서(질문서)를 불법회수하면서까지 법인세 추징과 고발조치를 막았냐는 것에 모아진다.

이에 대해 손영래 전 국세청장은 논란이 일자 국회 답변 등을 통해 (1)(주)일신에 실제로 물품을 공급한 거래처를 확인, 과세 조치토록 자료를 통보했고 (2)원가를 부인할 만한 입증자료 없이 법인세를 추징할 경우 과세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전형적인 자료상 거래 유형

국세청 내부고발자 한화교씨
국세청 내부고발자 한화교씨심규상
그러나 법리상 원가 인정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이 납세자에게 있는 데다 관련 규정에는 과세기간 중 가공세금계산서 교부금액이 일정액 이상인 자는 물론 거래자까지 모두 고발 조치토록 규정하고 있다.

즉 (주)일신의 경우 2년 간 총 매입금액의 80% 이상이 허위세금계산서에 의한 가공거래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자료상 거래 유형으로, 범칙조사 후 조세범처벌법에 의거 사법당국에 고발하고 관련 법인세를 추징하여야 한다는 것. 예외적으로 실거래처가 밝혀졌을 경우 비용 인정은 가능하지만 이 경우에도 거래 품목·수량·단가 등이 6하 원칙에 따라 입증되고 자금결제가 밝혀질 경우에 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전 A모 세무사를 비롯 세무사들은 "설령 실 거래처가 밝혀져도 결국 누군가는 소득세나 법인세를 내야하기 때문에 자료상과 거래한 경우 원가를 인정받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통보 실거래처도 '자료중개상'... 손 전 국세청장 국회답변마저 거짓

또한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천안세무서가 실 거래업체라고 밝힌 대구시 거주 박모씨는 사업자등록도 하지 않은 미등록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관할 남대구 세무서로부터 지난 1999년 12월, 실물 거래 없이 세금계산서만 알선 중개한 자료상으로 판명,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즉 손 전 국세청장 등 국세청은 한나라당 김황식 의원등의 국회 질의와 관련 모든 거래가 자료상과 자료중개상을 통해 이루어진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은폐하고 마치 실 거래업체가 있는 양 거짓답변을 한 것.

결과적으로 (주)일신에게 허위세금계산서를 교부한 자료상(4곳)과 이를 중개한 박모씨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됐으나 정작 이를 이용, 거액을 탈세한 (주)일신은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은 셈이다.

내부고발자 한씨는 "사실관계가 너무 분명한데도 국세청이 내부비리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엉터리 답변과 거짓해명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 직속 부패방지위원회는 자체 조사를 통해 (주)일신 등 한씨가 제기한 4건의 세금비리 건을 고발, 현재 대전지검 특수부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자료상과의 거래를 통해 부당하게 세금을 포탈한 경우 국가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부과 제척기간은 10년(국세기본법)이다.

국세청은 지난 8월 말 가짜세금계산서를 발부한 자료상은 물론 이들로부터 가짜세금계산서를 교부받은 수취자에 대해서도 법에 따라 부가세 추징은 물론 관련 소득세 및 법인세를 추징 후 고발 조치하는 등 자료상과 전쟁을 벌일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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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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