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과세전 적부심이 어디 있나

[세무비리의혹 중간점검 ③ 풀무원] 변호사가 판사까지 하는 격

등록 2003.11.04 10:16수정 2003.11.0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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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국세청 내부고발자 한화교씨에 의해 제기된 4건의 세무비리 의혹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후 일부 누락세금(15억원)이 추징됐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추가 확인 내용 등 각 건에 대한 중간점검을 통해 의혹 해명에 다가서고자 합니다. 이 기사는 그 세 번째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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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점검 ①] 드러난 자료상 눈감고 '자료상과의 전쟁'?


국세청 본청 전경
국세청 본청 전경심규상
국세청의 풀무원에 대한 부당 세금감면 의혹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국세청이 (주)풀무원에 대한 과세전 적부심 심사과정에서 풀무원 측 변호를 맡았던 담당 세무사를 심사위원으로 참여시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해당 세무사는 퇴직직전 과세전 적부심을 총괄하는 국세청 법무심사국장직에 있었고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역임했던 것으로 확인돼 국세청이 풀무원이 고용한 사기업 세무사를 심사위원으로 참여시킨 배경에 의혹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15일 열린 당시 과세전 적부심은 (주)풀무원이 대전지방국세청으로부터 경기도 용인 소재 부동산을 '비업무용'에 해당한다며 18억원의 법인세 추징을 결정하자 부당하다며 이의를 제기한 데 따른 것. 하지만 <오마이뉴스> 확인결과 국세청은 세금결정의 적법성 여부를 따지는 심사위원회에 풀무원 측이 선임한 최 아무개 세무사를 심사위원으로 참여시켰다.

관련 규정에는 이처럼 심사위원과 이해 관계가 있는 심사 건에 대해서는 해당 심사위원으로 하여금 기피신청을 하도록 하고 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같은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심사위원과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이 적부심에 회부되면 심사를 기피하게 돼있다"며 "해당 건을 심의할 때는 참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따라서 의사를 표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풀무원 측 최 세무사의 역할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당시 풀무원 측 최 세무사의 전직 직책은 국세청 법무심사국장이다. 또한 세금 추징을 결정한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 최 세무사는 당시 손영래 국세청장과 대전지방국세청장 및 풀무원 고위 관계자 등과 대학 선후배지간이기도 하다.


국세청에 두루 인맥과 영향력을 갖춘 최 세무사가 풀무원 측에 유리한 결정이 내려지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추정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세무사는 "기업 측 담당 세무사가 해당 건에 대한 심사위원을 겸한 것은 변호사가 판사를 겸한 경우와 같은 이치"라며 "법적, 도덕적인 논란은 물론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한 전직 국세청 간부도 "세금 추징대상 기업 담당 세무사를, 그것도 전직 국세청 법인심사담당을 과세적부심사위원으로 참여시킨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이런 상태에서 열린 심사위원회가 정상적인 판단을 내렸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열린 심사위원회에서는 풀무원에 대한 과세 건과 관련 10명의 위원 중 8명이 참석했으나 7명이 과세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 사실상 만장일치로 풀무원 측에 손을 들어줬다. 당시 국세청 과세전 적부심사위원회는 국세청 내부 차장 및 국장급 4명과 세무사, 교수 변호사 등 외부인사 5명 등 모두 10명으로 구성됐다.

비과세 결정 정당한가

국세청 내부고발자 한화교씨
국세청 내부고발자 한화교씨디트뉴스24
이날 국세청 과세전 적부심사위원회는 대전지방국세청 감사실의 추징 결정을 부당한 것으로 결론 짓고 비과세했다. 즉 논란이 된 용인소재 부동산이 비업무용이 아닌 업무용이라는 것.

그러나 <오마이뉴스>의 문제제기 이후 용인시청은 문제의 풀무원 소유 땅을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지목하고 지난 5월 지방세 15억 여원을 뒤늦게 추징했다. 용인시청은 추징이유와 관련, "관련법상 분명한 '비업무용 부동산'에 해당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국세청은 관할 지방국세청에서 과세 결정한 부동산에 대해 과세전적부심을 통해 업무용이라며 국세(법인세)를 비과세 한 반면, 관할 시청은 같은 부동산에 대해 '비업무용 부동산'판정을 내린 것이다. 간단한 법 적용 논리를 놓고 벌어진 서로 다른 과세행정은 둘 중 한쪽이 법 적용을 부당하게 내렸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이와 관련 비리의혹을 제기한 국세청 내부고발자 한화교씨(48. 전 대전지방국세청 감사계장. 현 영덕세무서 근무)는 "풀무원이 대전지방국세청장 출신 세무사를 선임해 적부심사 청구를 내는 등 전 과정에 부당 청탁과 압력이 작용해 잘못된 심사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힌 바 있다.

한씨는 또 "대전지방국세청 감사반의 과세결정 과정에서부터 줄곧 부당 압력이 있었다"며 "질문서를 발부해 법인세를 추징하려 하자 당시 감사관이 풀무원 고위관계자와 대전지방국세청장이 대학 동기동창생임을 이유로 질문서 발부를 막았다"며 국세청장의 연관설을 제기해 왔다.

국세청 "확인 중" - 풀무원 측 "최 세무사 회의 참석조차 안했다"

한편 풀무원측은 "당시 심사위원이였던 최 세무사에게 확인 결과 풀무원 건에 대한 심사회의에는 참석조차 하지 않았고 의결권을 행사한 바도 없다"며 부인했다.

당시 심사업무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 국세청 심기숙 서기관(국세청 심사계)은 "최 세무사는 풀무원 건에 대한 심사에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아마 기권표를 던진 것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권 또한 의사표현의 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기권표를 행사했다면 회의 참석은 물론 의결권 행사에 간여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심 서기관은 지난 10월 31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확한 것은 관련자료를 확인해야 알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심 서기관은 11월 3일 오후 재차 통화에서는 "아직 자료 확인을 하지 않았고, 또 확인해 보겠으나 언제 확인될 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오마이뉴스> 취재결과 당시 회의록에는 최 세무사가 참석한 것으로 돼 있으며, 위원장이 최 세무사에게 심의 의견을 묻자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검찰 수사 어디까지?

이 사건을 수사중인 대전지검 특수부는 국세청의 풀무원과 관련한 비과세 결정과정에 석연치 않은 점이 많이 있다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특히 같은 부동산에 대해 용인시청이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결론짓고 추징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용인시청 관계자들과 세무전문가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통해 문제의 풀무원 땅이 명백한 '비업무용 부동산'에 해당한다는 진술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또 용인시청이 한씨와 <오마이뉴스>의 문제제기 이후 때늦은 과세추징에 나선 배경에 대해 풀무원측의 청탁 등 부당한 로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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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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