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풀무원 간부와 대전국세청장
면담 후 18억 면세, 청탁과 외압 있었나

[대전국세청 간부 내부고발] 건축 제한된 땅 구입, 비과세 결정

등록 2003.02.28 12:02수정 2003.03.03 17:40
0
원고료로 응원
국세청의 부당세금 감면 의혹을 받고 있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 소재 풀무원 땅. 지금은 물류센터가 들어서 있다.
국세청의 부당세금 감면 의혹을 받고 있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 소재 풀무원 땅. 지금은 물류센터가 들어서 있다.심규상
20억원대 국세청 세무비리 의혹이 추가 제기됐다. 특히 추가 제기된 건의 경우 당시 국세청장이 개입됐다는 주장이 더해진데다 한화교씨(46. 전 대전지방국세청 감사계장. 현 영덕 세무서 근무)가 내부고발을 결심한 직접적 원인이 된 건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씨에 의해 제기된 국세청의 특정업체에 대한 부당 세금감면액은 100억원대로 늘어났다.


관련
기사
- 용인시 과세기준은 담당자 마음대로? 근거없이 풀무원 15억원대 세금감면


[개괄]

대전지방국세청은 지난 2002년 충주세무서에 대한 정기감사 과정에서 상장법인인 (주)풀무원(대표자 남승우.충북 음성군 대소면 소재)이 사주(남승우)로부터 89억원에 사들인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 소재 부동산(17540㎡)을 비업무용으로 판정, 법인세 과세예고통지서를 발부했다. 당시 추징세액은 약 18억원.

그러나 대전지방국세청의 움직임을 감지한 (주)풀무원측은 과세전 적부심사청구를 신청해 비과세결정을 얻어냈다.

의문은 과세전 적부심사를 통한 비과세결정의 적합성 여부다. 결정과정에 국세청 고위층의 부당한 청탁과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때문이다.

더욱이, 문제의 땅은 사주 개인 부동산을 회사측에서 시가보다 비싸게 매입했다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 현재 고가매입 여부에 대한 소송이 진행중이다.

<오마이뉴스>가 논란의 쟁점을 확인 추적해 보았다.

[쟁점]


(1) '비업무용 부동산'인가 '업무용 부동산'인가
건축 제한된 땅 구입, 왜 비과세 했나


주변 지형도
주변 지형도심규상
(주)풀무원은 문제의 경기도 용인에 소재한 자사 사장 소유 땅에 기업부설연구소를 짓기로 하고 1995년 8월 매매 가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본 계약과 중도금이 오가는 도중인 1995년 10월 신갈도시계획재정비(안)이 고시돼 건축이 제한된다. 그러나 풀무원은 건축이 제한된 이후인 1996년 6월 5일 잔금을 청산, 부동산을 취득했다. 즉 건축제한이 돼 사용할 수 없는 땅을 구입한 것.

이후 1998년 10월 24일 건축제한이 풀렸지만 풀무원은 2002년 8월 1일 이전까지 착공을 하지 않았다.


2002년. 대전지방국세청은 관련법에 의거, 토지를 취득한 96년 6월 5일(잔금청산일)부터 2000년 8월 1일 이전까지 건축을 하지 않아 비업무용 부동산에 해당한다며 법인세 17억 9600만원을 추징하기로 결정한 것.

당시 대전지방국세청은 풀무원측이 매매 가계약 체결(95년 8월), 계약금 지급(95년 9월), 1차 중도금 지급(95년 11월), 2차 중도금(96년 4월), 본 계약(96년 5월) 체결일 등을 제시하며 '취득 당시 건축제한이 된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매매가계약 하나만 보더라도 계약금조차 없는 등 관련 자료와 일정이 후에 짜맞춰진 듯 보여져 신뢰할 수 없었다는 것. 즉 풀무원의 경우 사주와의 거래인데다 통상 가계약, 중도금 일정 등은 회사 장부에 의해 충분히 조작 가능하다고 본 때문이다.

대법원과 국세심판원 또한 이같은 시비를 막기 위해 일관되게 취득시기 기준을 '잔금청산일'로 못박고 있다. 취득 당시 건축제한이 된 토지는 유예기간 없이 취득일부터 '비업무용 토지'로 보고 있는 것.

이같은 이유로 추징결정이 내려지자 풀무원은 국세청 본청에 과세전적부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과세적부심사위원회는 '풀무원측이 토지가 묶이기 전에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땅을 취득한 후 뒤늦게 토지가 묶인 사실을 알아 법정 기한 내에 업무에 사용하지 못한 점이 인정된다'며 '비업무용 부동산이 아니다'고 판정, 비과세 결정했다.

논란의 핵심은 과세적부심사위원회가 왜 통상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부동산 취득시기 기준일을 '잔금청산일'로 보지 않고 '매매계약일'로 보았는가 하는 점이다. 또 풀무원측이 취득 당시 건축제한이 된 사실을 몰랐다 하더라도 귀책사유를 법인에 묻고 있는 판례를 벗어난 판단을 하였는가도 논란의 대상이다.

(2) '부당 압력' '특정 업체 비호' 있었나 없었나
"지방청장 만났지만 청탁 아닌 설명 위한 것"


한화교씨. 풀무원 건에 대한 청탁 거부로 표적감찰과 부당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화교씨. 풀무원 건에 대한 청탁 거부로 표적감찰과 부당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심규상
하지만 과세적부심사 과정에서 설령 판단의 오류가 있다 하더라도 납세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경우 심리가 종결되는 것이 상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건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대전지방국세청 감사반의 과세결정 과정에서부터 줄곧 부당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때문이다.

이와 관련 내부고발자 한씨는 "질문서를 발부해 법인세를 추징하려 하자 당시 감사관이 풀무원 고위관계자와 대전지방국세청장이 대학 동기동창생임을 이유로 질문서 발부를 막았다"고 말했다.

한씨는 또 "지방청장에게 직접 항의해 우여곡절 끝에 질문서가 발부됐지만 이후에도 풀무원이 대전지방국세청장 출신 세무사를 선임해 적부심사 청구를 내는 등 전 과정에 부당 청탁과 압력이 작용해 잘못된 심사 결정이 내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풀무원 관계자는 "과세 결정전에 대학친구인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찾아가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부당한 과세임을 설명한 것이지 청탁을 한 것은 아니다"며 "당초 대전지방국세청이 과세대상이 아닌 것을 과세했고 적부심을 통해 이 점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의 제기 등 법 절차를 따르지 않고 과세결정 전 친구 관계에 있는 관할 지방국세청장을 만나 해당 과세 건을 설명하고도 감면청탁이 아니라는 주장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3) 과세적부심 신청 왜 본청에 했나
비업무용여부 판정이 법리해석에 관한 건?


과세적부심 신청을 관할 지방국세청에 하지 않고 국세청 본청에 한 것 또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관련법에는 과세전 적부심사는 관할세무서장 또는 지방국세청장에게 청구할 수 있고 국세청장에게 청구할 수 있는 경우는 '법령과 관련해 국세청장의 유권해석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해석이 필요한 것'과 '국세청장의 훈령.예규.고시 등과 관련해 새로운 해석이 필요할 때'로 규정하고 있다.

즉 풀무원건의 경우 새로운 법령해석이나 유권해석이 필요한 것이 아닌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건이어서 국세청장이 아닌 관할 지방청장에게 청구했어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국세청 심사과 관계자는 "법령해석상의 사안으로 인식해 신청서를 접수했다"며 "당시 판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관할청인 대전청에 심사청구할 경우 관계가 악화될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승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국세청에 제기했고 당시 대전청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4) '표적감찰' 연관 있나 없나

지난 12일. 경실련의  국세청 앞 감사촉구 기자회견.
지난 12일. 경실련의 국세청 앞 감사촉구 기자회견.심규상
이 건이 핵심 논란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내부고발자 한씨에 대한 '표적감찰'로 이어졌다는 의혹 때문이다.

한씨는 "풀무원 건을 소신대로 처리하자 본청에서 특별감찰반을 편성, 24시간 감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씨는 그 근거로 지난 해 있었던 강제연행사건을 들고 있다. 지난 해 9월 4일 집 근처에서 한씨의 동생이 평소 알고 지내던 예식장 주인을 통해 송이버섯 1kg(싯가 15만원)을 보내줘 이를 받은 것을 국세청 특별감찰반이 피감사기관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으로 오인, 한씨를 강제연행하려 한 것.

아직까지 뇌물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으나 다른 한편 '표적감찰' 시비를 불러일으켰다. 예고된 국세청 교호감찰은 9일부터 시작됐는데도 특별감찰반이 왜 공식적인 감찰이 시작되기 전부터, 그것도 유독 감사 부서에 있는 특정인을 감찰대상으로 삼았는가 하는 점 때문이었다.

당시 특별감찰반 반장이 국세청장 조카인 점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게다가 국세청은 이를 뇌물로 인정해 한씨를 대구지방국세청 관할 영덕세무서로 하향전보 조치했으면서도 아직까지 확인절차나 징계 절차를 밟지 않은 상태다.

한씨는 "자신이 왜 하향전보조치 됐는지 그 이유를 통보받은 바 없다"며 "아무런 확인절차나 징계절차 없이 이유 없는 전보를 내린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한씨는 "풀무원 건과 관련 국세청장이 개입하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풀무원 관계자와 대전지방청장, 국세청장이 모두 같은 대학 동창인 것도 이 건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공식적인 감찰기간은 아니었지만 다른 감찰 와중에 적발된 것일 뿐 표적감찰이 아니다"며 "하향전보 또한 송이버섯을 받은 것이 확인돼 적법하게 조처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씨는 제기된 쟁점들에 대해 특별감사를 통해 진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세청과 풀무원측은 "한씨의 주장은 억측에 불과하다"며 "과세적부심을 통해 적법하게 비과세 결정이 내려진 건으로 재고의 여지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2. 2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3. 3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윤 대통령 조롱 문구 유행... 그 와중에 아첨하는 장관 윤 대통령 조롱 문구 유행... 그 와중에 아첨하는 장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