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악 연주가 좋은 몇 가지 이유

뮤직 알프 페스티발, 호암아트홀서 9월 3일부터 7일까지 열려

등록 2003.09.08 10:52수정 2003.09.0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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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악 연주를 가까이서 접하는 즐거움

클래식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좋은 연주를 직접 가까이서 듣는 것은 즐거운 체험 중에 하나일 것이다. 훌륭한 연주가의 실제 연주를 바로 제 눈앞에서 보고 느끼는 것은 클래식을 좋아하게 되는 직접적인 이유가 된다. 그런 측면에서 실내악 연주는 클래식을 좀더 가까이 하기 위한 좋은 기회이다.


실내악이 연주되는 작은 공연장
실내악이 연주되는 작은 공연장호암아트홀
실내악의 경우, 몇 개의 악기가 서로 어우러져 화음을 만들고 아름다운 선율을 이끌어내는 장면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실내악이 좋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크지 않은 적당한 정도의 공연장에서 무대와 가까운 객석에 앉아 연주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

그 작은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연주는 초긴장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왜냐하면 거대한 규모의 오케스트라와는 달리, 실내악은 겨우 몇 명의 연주자가 등장하여 연주를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객석과 무대는 모두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음악,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집중하게 된다.

무대가 작고 객석의 규모가 적당할수록 실내악의 진가는 더욱 발휘된다. 바이올린의 현을 누르는 손가락 하나 하나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고, 피아노 건반 위를 움직이는 손마디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실내악이다. 심지어는 연주가의 호흡과 긴장 상태, 연주에 집중하는 표정 하나 하나까지도 청중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2003 호암 뮤직 알프 페스티발, 실내악의 향연

그런 의미에서 이번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뮤직 알프 페스티발(Music Alp Festival)은 실내악의 보편화를 위한 성공적인 기획이었다고 평가내릴 수 있다.


이 공연은 매년 여름 알프스 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프랑스 꾸쉐빌의 뮤직 알프 페스티발의 연주자들이 무대를 서울로 옮겨 5일간의 음악 축제를 펼친 것이다.

2003 호암 뮤직 알프 페스티발 포스터
2003 호암 뮤직 알프 페스티발 포스터호암아트홀
주로 솔리스트로 활동해 왔던 국제적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과 국제적인 클라리넷 연주가 찰스 나이딕, 비올라의 노부코 이마이 등의 호화 연주가들이 펼치는 앙상블은 소나타에서부터 피아노 2중주, 현악 5중주 등의 다양한 실내악 장르를 무대에 올렸다.


중심 주제 또한 다양성을 부여하여 5일간 러시아, 브람스, 프랑스, 독일, 포푸리 등의 서로 다른 주제를 통해 전체 일정을 완벽한 페스티발 형식으로 구성하였다.

전체적인 주제인 '첼리시모!!(Cellissimo)'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저음 악기인 첼로를 중심으로 한 특별 무대 또한 마련되어 있다. 특히 넷째 날에 집중적으로 펼쳐지는 보케리니의 현악 5중주와 슈베르트의 현악 5중주, 포퍼의 3대의 첼로를 위한 진혼곡 등은 자주 연주되는 레퍼토리가 아니기에 더욱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현악으로 구성된 실내악이라고 하면, 현악 4중주나 비올라 2대로 구성된 현악 5중주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2대의 첼로로 구성된 현악 5중주는 색다른 매력을 전한다. 쉽게 접할 수 없는 레퍼토리를 훌륭한 연주가들의 연주로 접할 수 있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이번 공연은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객석에서 청중과 함께

페스티발 오픈식에서의 강동석(자주색 자켓)
페스티발 오픈식에서의 강동석(자주색 자켓)호암아트홀
넷째 날에 올려진 공연 '포푸리'는 원래 다양한 드라이 플라워를 섞어 만든 방향제 포푸리에서 그 이름을 땄다. 그래서인지 서로 다른 네 가지 종류의 연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바이올린에 강동석, 첼로에 조영창이 참여하는 보케리니의 현악 5중주 다장조를 시작으로, 클라리넷에 찰스 나이딕과 비올라의 노부코 이마이가 참여하는 브루흐의 클라리넷, 비올라, 피아노를 위한 Op.83 중 4개의 소품(1,2,6,4번)이 연주되었다.

휴식 시간 이후에 이어진 2부 연주에는 포퍼의 3대의 첼로를 위한 진혼곡, 그리고 슈베르트의 현악 5중주 다장조가 펼쳐졌다. 이 연주의 경우 1부에 멋진 연주를 선보인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이 객석에 앉아 2부 연주를 감상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 객석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무대 위에서 연주만 하는 연주자가 아닌, 하나의 청중으로서 객석에 앉아 다른 사람의 연주를 진지하게 감상하는 강동석의 모습은 진정한 음악인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음악의 가치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그 아름다움을 간직하도록 하는 데에 있다. 클래식이 어렵고 따분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가까이에서 열리는 간단한 실내악 연주를 들으러 가는 것은 어떨까? 작은 공연장에서 살아 숨쉬는 연주가들의 떨림과 손놀림을 보면서 음악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즐길 수만 있다면 더 이상 클래식이 어렵고 따분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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