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에 인혁당 희생자 추모공원 조성

영남대민주동문회 등 내년 4월까지 '통일공원' 조성키로

등록 2003.09.08 18:55수정 2003.09.1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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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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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인혁당 재건위 사건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비가 지난 95년 영남대 교내에서 건립됐지만, 공안기관에 의해 강제 철거되고 지금은 나무 합판으로 만든 '초라한' 추모비만 자리잡고 있다. 추모공원은 이 자리에 조성되게 된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비가 지난 95년 영남대 교내에서 건립됐지만, 공안기관에 의해 강제 철거되고 지금은 나무 합판으로 만든 '초라한' 추모비만 자리잡고 있다. 추모공원은 이 자리에 조성되게 된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지난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의해 조작사건으로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공원이 영남대 교내에 조성된다.

영남대민주단체대표자협의회(영민협. 의장 윤병태)는 지난 6일 오후 5시30분 영남대 종합강의동 앞에서 인혁당 재건위 사건 희생자 등을 추모하는 '4.9 통일열사 추모공원'(통일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기공식과 추모 문화제를 가졌다.

영민협은 영남대민주동문회, 영남대총학생회, 영남의료원노동조합,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 영남대분회가 참여하고 있다. 이날 기공식 등에는 영남대 졸업생과 인혁당 재건위 사건 연루 희생자와 유족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기공식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영민협은 성명을 발표하고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서 고문에 대한 수많은 증언과 증거조작 등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고, 작년 9월 의문사진상규명위에서도 이는 확인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대법원 확정 판결이 번복되지 않아 유족과 관련자들의 명예회복은 아직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영민협은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희생되신 분들의 넋을 기리고 사건의 진상을 시민과 학생들에게 알려내는데 보탬이 되기 위해 추모공원을 건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한 재평가와 추모사업은 지난 80년대말부터 이미 시작됐다. 지난 89년 대구경북지역 재야단체와 대학 총학생회 등이 대법원 확정 판결 24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된 도예종, 여정남, 송상진 등 연루자 8명에 대해 추모제를 여는 등 추모사업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같은 추모사업은 지난 91년 여정남, 이재문 등을 기리기 위해 모교인 경북대에 세워졌던 추모비와 95년 영남대에 세워졌던 희생자 추모비가 95년을 기점으로 경찰에 압수당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최근 경북대에는 추모비가 재건립 됐지만, 영남대의 경우 종합강의동 앞 정원에 나무합판으로 만들어 놓은 약식 추모비만 흔적으로 남아있었다.

통일공원, 내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 29돌 맞춰 최종 마무리


이번 영민협 측이 조성할 통일공원은 올 하반기까지 사업비 5000만원으로 1차 조성을 마치고, 사건 29돌을 맞는 내년 4월 9일까지 2차 조성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사업비 등은 영남대 동문들을 중심으로 조달할 예정이다.

통일공원은 우선 인혁당 재건위 사건 희생자들의 추모공원으로 400평의 원형으로 조성되고, 공원 내에는 희생자들의 브론즈 형상과 재건위 사건의 조작 증거, 사건의 재평가 등을 담은 내용의 선전물을 기록으로 보존한다.

이외에도 영민협 측은 인근 별도 부지에 지난 96년 총학생회 간부 활동을 하면서 학생운동에 참여했다가 사망한 김하영(당시 23세. 문화인류학과 94학번)씨를 기리는 공원도 함께 조성할 계획이다.

이날 기공식과 추모행사에 참석했던 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박정기(73. 고 박종철 씨 아버지)는 "늦은 감은 있지만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 재평가 받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 "통일공원이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의 역사를 후손들에게 상기시키는 상징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법원 재심 등으로 사건 진상규명 돼야"

"억울한 죽음, 후배들이 기억해야"
[일문일답] 영민협 윤병태 의장

- 추모공원 조성은 언제부터 진행됐나?
"추모공원 조성은 2001년부터 준비돼 왔다. 당시 이 사업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학교측과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국가보안법 문제가 관련돼 있어 확답을 얻지 못했다. 아직도 국가보안법의 문제가 걸리기는 하지만 올초 추모공원 특별위원회를 학내 민주단체들이 구성하고 실현시키게 됐다."

- 예산 마련은 어떻게?
"예산은 자주적으로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학교측의 지원도 전무하지만 민주동문회 등 영남대 출신 동문들을 중심으로 기부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일단 올 하반기까지 1차 조성에는 5000만원이 필요한데 현재도 모으고 있는 단계이다."

- 진상규명위의 '조작사건' 규정이 도움이 됐다고 보나.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작 판정이 전혀 도움이 안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90년대부터 추모사업 등 끊임없이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재평가하기 위한 시도가 있어 왔다. 이번 추모공원 조성도 그 결과라고 생각한다."

- 추모공원 조성의 의미라고 한다면.
"과거 학구의 암울했던 역사에서 투쟁하면서 사셨던 분들이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것이다. 이 분들에 대한 명예회복이야 말로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길이다. 이와 함께 대법원의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져 사건의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죽음을 당한 선배들의 후배, 대학생들부터 이 사건을 제대로 기억해야 한다고 본다. 이것이 추모공원 조성의 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연루돼 징역 15년을 선고 받고 복역했다가 8년여 만에 출옥했던 림구호(56)씨도 이날 기공식에 참석했다. 림씨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재조명 하기 위한 노력들은 계속돼 왔지만 항상 시도하고 좌절하는 것을 반복해왔다"면서 "이번 통일공원 조성에 이어 대법원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져 분명한 사건의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지난 74년 박정희 정권 당시 공안기관이 민청학련의 배후 단체로 지목해 도예종, 여정남 등 영남지역 인사들을 대거 검거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유족들은 "사건이 고문과 협박에 의해 조작됐다"고 주장하면서 반발했지만, 이듬해인 75년 대법원에서 사형선고 확정이 이뤄지면서 주모자로 지목된 8명이 20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사형이 집행됐다.

이 사건은 지금까지 '정권에 의한 조작사건'이라는 주장들이 끊임없이 재기돼 왔고, 지난해 9월 국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작사건이라는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연루자들에 대한 사형집행이 있었던 75년 4월 9일을 두고 국제사회와 법조계는 대한민국 사법역사 중 '암흑의 날'로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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