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 것' 명찰 떼고 떠나는 서귀포 70경

영원한 노스탤지어, 서귀포를 아시나요?

등록 2003.09.17 16:24수정 2003.09.1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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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어르신들과 친척들은 나를 '육지 것'이라 불렀다. '육지 것'이란 '육지에서 오신 분'이라는 뜻이다. 처음 나는 '육지 것'이라는 별명을 듣는 것이 참 싫었다.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필 무렵, 육지에서 제주로 시집 온 새내기에게 제주의 풍경은 환상 그 자체였다. 봄이면 노란 물감을 엎질러 놓은 듯 섬 전체를 흔드는 유채꽃과 사방으로 둘러싸인 바다. 어디 그뿐이랴. 어머니 품속 같은 오름과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기암괴석. 은갈치 풍년 들어 야화가 흐드러지게 피는 가을 밤바다. 숲과 절벽, 바다가 한데 잘 어우러진 비경들을 '육지 것'은 항상 동경했다.


그러나 환상도 잠시, 섬사람들의 생활 풍속과 언어. 서로의 공감대 형성을 이뤄내기에는 많은 아픔도 있었다. 뭍 사람이라는 색깔 때문에 더 부지런해야 되고, 더 근면 성실해야되고, 긍정적인 사고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는 어려움도 많았다. 그렇게 이곳에서 살아온 지도 어언 20년이 넘었으니, 이젠 나도 제주 토박이는 아니지만 제주도 사람이다.

서귀포시가 선정한  70경 1코스
서귀포시가 선정한 70경 1코스
그러나 서귀포는 내가 사는 곳에서 차를 타고 1시간 정도를 가야 하는 한라산 너머 전설 같은 곳이다. 더구나 예전에 서귀포시에 차를 가지고 갔다가 빠져 나오는 길을 찾지 못해 그 자리에서만 빙글빙글 돌았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부끄러워진다. 아마 그래서 사람들이 아직도 나를 '육지 것'이라 부르는지 모르겠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빼어난 인문·사회분야의 관광자원을 보유한 서귀포를 사람들은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고향'이라 부른다. 잠시 머무르고 싶고, 다시 찾아오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라서 그런지 온 국민의 마음속에 영원한 이상향으로 자리잡고 있는 '서귀포 칠십리'. 이제는 '육지 것'이라는 명찰을 떼고 그리움 속으로 떠나고자 한다.

서귀포 70경 2코스
서귀포 70경 2코스
특히 서귀포시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70가지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만날 수 있다"는 서귀포 70경을 설정했으니 70경의 아름다운 경치에 흠뻑 빠져 봐야겠다.

떠나기 전에 서귀포시가 지정한 '서귀포 70경'을 살펴보면 자연경관지 23선으로 색달해안 갯깍주상절리대, 쉬리의 언덕, 중문해수욕장, 중문 대포해안 주상절리대, 천제연폭포, 천지연폭포, 정방폭포, 엉또폭포, 소정방폭포, 월평 해안경승지, 강정천, 외돌개, 섬속의 섬, 서귀포 칠십리 해안경승지, 소남머리, 거문여해안 경승지, 쇠소깍, 거린사슴 전망대, 영실기암, 제2산록도로, 돈내코, 선돌, 백록담이다.


서귀포 70경 3코스
서귀포 70경 3코스
또한 자연생태체험 14선은 서귀포자연휴양림, 하논, 솜반내, 서귀포 해안산호군락, 군산, 고근산, 각시바위, 삼매봉, 제지기오름, 한라산영실 숲, 서귀포 녹차재배단지, 한란, 서귀포 담팔수나무자생지, 도순동 녹나무 자생지군락이다.

문화유적체험 12선으로는 서귀포 층의패류화석. 예래동 환해장성. 서귀포 연대방어유적. 무오법정사 항일운동발상지, 존자암지, 법화사지, 하원동 탐라왕자묘, 황우지 해안 열두굴, 서귀진지, 서불과지, 영천관지, 막숙이다.


서귀포 70경 4코스
서귀포 70경 4코스
특히 생활문화유산 9선은 서귀포 잠녀, 서귀포 향토오일시장, 제주전통초가모형제작가 송기홍, 서귀포돌담, 서귀포감귤, 지장샘, 갈옷, 자리테우, 서귀포 자리물회이며, 축제 및 민간신앙 5선을 보면 서귀포칠십리축제, 칠선녀축제, 겨울바다펭귄수영대회, 당굿, 백중날물맞이 등이다.

서귀포 70경 테마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4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칠십리길. 떠나기 전에 '서귀포를 아시나요'라는 노래를 가슴에 새기며 아름다운 밑그림을 그려본다.

서귀포를 아시나요
밀감 향기 풍겨오는 가고싶은 내고향
칠백리 바다 건너 서귀포를 아시나요
동백꽃 송이처럼 예쁘게 핀 비바리들
꽃노래도 흥겨웁게 미역따고 밀감을 따는
그리운 내 고향 서귀포를 아시나요

석양빛에 돛단배가 그림같은 내고향
칠백리 바다 건너 서귀포를 아시나요
한라산 망아지들 한가로이 풀을 뜯고
구비구비 폭포마다 무지개가 아름다운
그리운 내고향 서귀포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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