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조두남 콩쿠르 이래저래 구설수

경상남도 등 후원 명칭, 상장 수여 등 밝혀 논란

등록 2003.09.19 08:05수정 2003.09.2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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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두남.

조두남. ⓒ 경남도민일보

민간단체에서 친일혐의를 받고 있는 조두남의 이름을 딴 성악경연대회 개최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이 성악경연대회는 자치단체나 교육청, 정부부처를 후원단체로 발표했는데, 당사자들은 "후원 뜻을 밝힌 바 없다"고 부인하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마산소년소녀합창단과 김해소년소녀합창단, 김해문화센터는 공동 주최로 '제3회 조두남 성악 콩쿠르와 기념 콘서트' 요강을 발표했다. 주최측은 요강을 통해 "한국가곡과 동요의 대중화와 조두남 선생의 음악과 예술업적을 기리는 음악 콩쿠르와 기념콘서트에 음악인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밝혔다.

성악콩쿠르는 10월 25일 김해시청에서 예선을 갖고, 11월 2일 마산시청에서 본선대회를 가진 뒤, 11월 7일 시상식과 콘서트를 갖는다고 밝혔다. 참가부분은 일반·초·중·고등부이며, 참가비는 3~5만원을 내도록 했다.

요강에 따르면 총 시상금은 1000만원으로, 대회장상(상금 100만원)과 경남도지사상(일반부 50만원 등), 경남도교육감상(일반부 40만원 등), 마산·김해시장상(일반부 30만원 등), 마산·김해교육장상(상금 10만원 등)을 수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후원으로 경상남도와 경상남도교육청, 마산시, 김해시, 문화관광부를 명시해 놓았다.

자치단체, 교육청은 후원 사실 없어...상장 수여도 확정 안돼

그런데 확인 결과, 이들 자치단체와 중앙 부처는 후원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관공서 해당 부서 관계자들은 후원과 관련해 공문을 받은 사실도 없고, 후원을 해주기로 확정된 사실도 없으며, 상장을 수여하기로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경남도청 관계자는 "공문도 없었으며 그런 콩쿠르를 연다는 사실도 처음 듣는다"면서 "더군다나 단체장의 상장까지 주기로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의 한 장학사는 "여러 부서와 장학사들한테 확인해 보니 콩쿠르도 모르며 후원하기로 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김해시청 관계자는 "얼마 전에 상장 수여와 함께 재정지원을 요구하는 공문이 와서 검토단계에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마산에서 조두남 기념관과 관련해 친일혐의가 불거진 만큼 내부적으로 후원과 재정지원을 하지 않는 것으로 논의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태풍 피해 지원에도 예산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친일 혐의 짙다'는 최종보고서 나왔는데, 행사 여는 것은 부당"


한편 조두남의 친일 혐의가 마산시의 중국 연변 공동조사단 활동을 통해 일부 드러난 가운데, 그의 이름을 딴 콩쿠르와 기념 콘서트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마산시 공동조사단은 이미 "조두남의 친일행위에 대한 혐의가 짙다"는 최종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마산시는 기념관 재개관 여부에 대해 결정짓지 않고, 판단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민간단체이기는 하지만 조두남의 이름을 딴 콩쿠르가 열리면,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역의 한 시민단체 대표는 "친일 의혹과 가곡 '선구자'의 표절로 온 세상이 떠들썩한데, 그의 이름을 딴 행사를 연다는 게 상식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조두남 기념관 개관 반대운동을 벌여온 '열린사회 희망연대'를 비롯해 경남지역 상당수 단체들이 조두남의 이름을 딴 콩쿠르 개최와 자치단체의 후원은 부당하다는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행사 주최측 "구두 약속 받았는데... 친일혐의 드러나지 않아"

행사 주최측은 문제가 발생하자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해문화센터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두차례 콩쿠르에 자치단체들이 후원을 해왔고, 올해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요강에 명시했던 것"이라며 "후원처에서 후원을 하지 않는다면 확인한 뒤 고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치단체에 재정지원을 부탁하지만 실질적으로 재정지원은 받지 못하고 단체장의 상장을 제공받는 형태로 해왔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각 자치단체 관계자로부터 후원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받았다"면서도 "구두 약속한 공무원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조두남의 친일 혐의와 관련해 김해문화센터 관계자는 "중국 연변에서 공동조사를 했다고 하지만 친일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해 마산시 공동조사단의 최종보고서를 다르게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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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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