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걸려 있는 일제 때 '면장 사진'

행정기관 조차 일제 청산 안되나

등록 2003.09.22 20:53수정 2003.09.2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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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충남 예산군 광시, 덕산, 고덕면 사무소 회의실에 걸려 있는 역대 면장 사진

충남 예산군 광시, 덕산, 고덕면 사무소 회의실에 걸려 있는 역대 면장 사진 ⓒ 무한정보신문

일제 강점기에 면장직을 수행한 사람의 사진이 일부 면사무소에 버젓이 게시되어 있어 행정기관에서 조차 일제 잔재청산이 안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충남 예산읍을 비롯한 7개 읍·면사무소에서 일제 강점기 시대의 면장들을 초대 면장으로 기록하고 있어, 이에 대해 총독부 시절 면장과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의 면장을 구분해서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산군내 12개 읍·면 가운데 광시면, 고덕면, 덕산면 사무소의 회의실 벽면에는 일제 강점기 때의 면장들의 사진이 정부수립 후 면장들의 사진과 나란히 걸려 있다.

광시면은 이봉상·이용제·이환규·권병찬(제1대~4대, 1914~1945) 덕산면은 이성노·김근재·김건식·강경선·이택노(제1대~5대,1914~1945) 고덕면은 김동욱·이중현·신학균·유익원·성노조·권병찬·이수구(1921~1945,제1대~7대)씨가 사진의 주인공이다.

기관의 벽면에 면장의 사진을 거는 이유는 역사적인 기록과 함께 '존경'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지역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일제 시대의 친일파나 다름 없는 기관장의 사진을 벽에 자랑스럽게 걸어 놓고 우러러 보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해방이 된지 60년 가까이 흘렀는데 행정 기관에서 조차 일제 잔재 청산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라고 개탄했다.

이에 대해 윤규상 월진회(지역에서 윤봉길 의사의 뜻을 기리는 단체) 회장은 "무조건 친일파라고 몰아붙일 수는 없지만 일제에 협력하지 않고 어떻게 기관장직을 수행 할 수 있었겠냐”면서 "일제의 식민 통치 주목표가 물산과 인력의 수탈에 있었고 덕산에서도 쌀과 금광을 가져가고 강제 징용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윤규상 회장은 "이런 과정에서 행정 기관인 면사무소가 적극 협력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며 그 중심에 섰던 사람들은 친일파라고 봐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윤 회장은 "일제시대 면장 사진들을 무엇이 자랑스럽다고 지금까지 걸어두는지 모르겠다"면서, "이승만 초대 정권이 친일파들을 청산하지 못하고 정권유지를 위해 이용한 것이 국가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역사 바로 세우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제가 되고 있는 해당 면사무소 면장들은 “사진을 걸어놓은 시기와 이유는 정확히 알수 없지만 역사적인 기록물 이상의 의미는 담고 있지 않다"면서, "문제가 된다면 지역 원로들과 상의해 사진을 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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