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30

시작된 복수 (6)

등록 2003.09.26 11:27수정 2003.09.2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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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이 뇌흔을 죽였다고? 크흐흐! 천만의 말씀! 네놈은 그를 죽이지 않았어. 어떻게 아느냐고? 크흐흐! 난 누가 뇌흔을 죽였는지 알거든. 궁금하지? 궁금하지 않아?"

"……?"


"크흐흐! 내가 죽였다. 믿어지느냐?"

"그, 그게 무슨…?"

"내가 왜 놈을 죽였는지 궁금하지? 크흐흐! 거야, 놈이 태극목장의 모든 식솔들을 죽이고 말을 강탈해갔기 때문이지."

"헉! 네, 네가 그, 그걸 어찌…?"

방옥두 역시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자세한 건 네가 더 잘 알 테니 더 이상 말을 할 필요는 없겠지? 그나저나 이제 슬슬 뇌흔을 만나러 가야 하지 않겠어?"

"뇌 당주를 만나다니? 그, 그게 무슨…?"


"크흐흐! 몰라서 물어? 지옥에 가서 놈을 만나보라는 거지. 네놈은 특별히 모든 뼈마디를 잘근잘근 부숴 주지. 이거 보이냐? 이게 네놈을 지옥으로 보내줄 도구야."

이회옥이 치켜든 것은 뇌옥의 창살 가운데 하나였다. 어린 아이 손목 굵기인 그것을 뽑아낼 수 있었기에 뇌옥과 뇌옥을 오갈 수 있었던 것이다.

"아앗! 그, 그걸로 날…? 안 돼!"

"크크크! 안 되긴 뭐가 안 돼? 이놈 죽엇!"

퍼억―!
빠각―!
"으아아아아아악!"

만년한철로 만들어진 쇠 봉이 무릎 아래 정강이뼈를 강타하자 뼈 부서지는 소리와 동시에 단말마 비명성이 터져 나왔다.

"에이, 시끄러워서 안 되겠군."

퍼억―! 빠드드드득!
"으으으윽! 으으으으으윽!"

요란한 비명소리를 듣고 혹여 옥졸이라도 올까 싶었던 이회옥은 방옥두의 이빨들을 모조리 부러트렸다. 과연 효과가 있어 그의 비명소리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곧이어 쇠 봉이 허공을 춤추기 시작하였고 그럴 때마다 방옥두는 비명도 아니고 신음도 아닌 괴이한 소리를 내며 꿈틀거렸다. 물론 계속해서 뼈 부러지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회옥은 죽지 않을 정도의 강도로 계속해서 두들기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비명횡사한 부모와 외조부, 그리고 태극목장의 모든 식솔들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 * *

뇌옥 앞에 선 빙화는 미간을 잔뜩 좁히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미치는 곳에는 방옥두의 퉁퉁 부어 오른 시신이 있었는데 전신이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이는 먼저 죽은 뇌흔과 유사한 모습이었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모든 뼈마디가 산산이 부서졌다는 것뿐이다.

특별한 외상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맞아 죽었을 것이다. 산 채로 맞아 죽었다면 아마 지옥과 같은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누가 어떻게 죽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기에 심각한 표정으로 시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 방옥두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보고를 받은 빙화는 깜짝 놀라 규환동으로 출동하였다.

비록 형이 확정된 죄수이기는 하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무림천자성의 수뇌 가운데 하나였던 자가 죽었기 때문이다.

사건 현장에 도착한 빙화는 의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살인범이 어떻게 뇌옥 안으로 들어갔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뇌옥의 출입구에 달린 자물쇠는 특수 제작된 것인지라 형당에 보관되어 있는 열쇠가 아니면 열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 열쇠는 방옥두를 하옥한 직후 반납되어 지금껏 반출된 적이 없었다.

그리고 뇌옥의 창살은 사람의 팔 하나가 간신히 빠져나갈 정도로 촘촘하기에 설사 축골공(縮骨功)을 익혔다 하더라도 그 사이로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뇌옥의 천장과 바닥, 그리고 뒷벽은 누군가가 침입했던 흔적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옥두는 맞아 죽었다.

이것은 누군가가 분명히 뇌옥 안에 들어갔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 방법을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모든 것이 의문 투성이였다. 확실한 것이 있다면 살인범이 적어도 형당 사람은 아닐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밤 형당에서는 대대적인 신임당주 취임식이 있었다.

그때 단 한 명의 열외도 없이 모든 인원이 참석하였다. 그렇기에 형당 사람이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는 것이다.

의문이 생긴 빙화는 바로 곁 뇌옥에서 서성이던 이회옥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봐요. 혹시 누가 죽였는지 보았나요?"

"아니요. 아무도 못 보았소이다."

"비명을 질렀을 텐데 그 소리도 못 들었나요?"

"못 들었소. 내가 깨어났을 때에는 이미 저 꼴이었소."

"으음! 그래요? 이상하군요. 이 자물쇠는 특수 제작을 하여 이것 이외에는 열리지 않게 되어 있는데 어떻게 들어갔을까요?"

"그걸 내가 어찌 알겠소?"

빙화의 미간은 더욱 좁혀졌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음! 자물쇠를 열고 들어간 것은 아니다. 바닥을 뚫고 올라온 것도 아니고, 천장에서 내려온 것도 아니다. 뒷벽을 뚫고 나온 것도 아니고… 흠! 그렇다면 어떻게 들어갔을까?'

빙화가 미간을 좁히고 있는 사이 슬그머니 물러난 이회옥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후후! 골치 깨나 아플 것이다.'

만년한철로 만들어진 창살 너머를 보던 빙화는 돌아서는 이회옥을 보다가 눈빛을 빛냈다. 문득 스치는 상념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 즉시 모든 창살들을 조사해 보라. 앞의 것은 본좌가 볼 테니 좌우의 것을 확인해 보라."
"존명!"

"흔들리는 것이 있거나 빠졌던 흔적이 있는지도 확인하라."
"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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