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교수 사과·처벌로 충분... 추방은 안돼"

진보정당-교수·학술단체 한목소리 나서

등록 2003.10.07 13:46수정 2003.10.08 10:13
0
원고료로 응원
7일 오전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열린 '송두율 교수 사건 교수·학술단체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박상환 민교협 공동의장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7일 오전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열린 '송두율 교수 사건 교수·학술단체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박상환 민교협 공동의장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송 교수가 비록 실정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더라도 국외 추방만은 안 된다."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신병처리 수위를 놓고 한나라당이 '기소'를 주장하며 연일 강공을 펼치는 가운데 진보정당과 교수들은 송 교수의 '국외 추방 반대'에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송 교수 사건의 민감성 때문에 그동안 사태 추이만을 지켜보았던 시민사회 진영에서 본격적으로 이 문제의 해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7개 단체가 참여한 '송두율 교수 사건 교수·학술단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7일 오전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언론에서 벌써부터 거론하고 있는 '수사 종료 후 국외 추방'은 송 교수가 제대로 소명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고 국민들로 하여금 최종적인 실체적 진실에 접할 수 없게 하는 일"이라며 "송 교수의 국외 추방 반대" 주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앞서 민주노동당(대표 권영길)과 한국사회민주당(대표 장기표)도 논평을 통해 "송 교수의 국외 추방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동당은 6일자 이상현 대변인 명의로 나온 논평에서 "송 교수는 사법처리나 해외 추방이 아니라 공소보류 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사회민주당 역시 같은 날 논평에서 "어떤 경우에도 '국외 추방'과 같은 극단적인 대응은 대안에서 배제되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낡은 국보법 적용... 송 교수 '국외 추방' 반대"

진보정당이나 교수·학술단체에서 이처럼 한목소리를 모으고 있는 것은 지난달 22일 입국한 송 교수에 대한 국정원과 검찰 조사가 마무리 국면에 들어가면서 '신병 처리'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기획입국설'이나 '거물간첩론' 등으로 색깔론을 부각시키며 연일 정치공세를 펼치면서 진보진영에서는 무리한 국가보안법 적용으로 "역사를 후퇴시키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비대위는 7일 성명에서 "국가보안법의 반인권성에 대한 국내외의 비판적 여론이 형성된 지도 오래되었거니와…, 현재 시점에서도 국가보안법이라는 실정법의 논리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송 교수 사건을 다루는 것은 크나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노당과 사민당도 각각의 논평을 통해 "송두율 교수에 대한 사법처리는 분단의 역사를 딛고 통합의 역사를 복원하는 역사적인 전환을 후퇴시키는 수구적인 발상과 낡은 잣대의 산물(민주노동당)"이라거나 "여야 정치권은 무분별한 색깔논쟁으로 국력을 소진하지 말고 차제에 국가보안법을 전면 개폐할 것을 촉구한다(한국사회민주당)"며 낡은 국가보안법 적용을 비판했다.

이들의 주장은 '남북의 체제경쟁' 사이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된 송두율 교수 문제를 "민족의 화해"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다루자는 얘기다.

더욱이 ▲송 교수가 한때 김철수로 불렸다는 점 ▲북한 노동당에 입당한 적이 있다는 점 ▲여비와 연구비 등을 지원 받은 점 외에 명확히 드러난 '이적행위'가 없는 현재 무리하게 국가보안법을 적용,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다만, '국외 추방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에도 조금씩의 차이점은 있다. 비대위와 한국사회민주당 등은 송 교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 실정법상 친북행위가 드러날 경우 "송 교수의 사과와 법에 따른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송 교수의 '사법처리와 해외 추방' 모두를 반대하며 '공소 보류'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송 교수는 지난 2일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추방은 상상하기도 싫은 상황"이라며 "차라리 처벌을 받겠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송 교수는 지난 2일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추방은 상상하기도 싫은 상황"이라며 "차라리 처벌을 받겠다"는 심경을 토로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송 교수의 '국외 추방'을 반대하는 비대위와 민주노동당 등의 주장에 시민사회단체 역시 동조하는 분위기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하승창 사무처장은 "송 교수 본인이 추방되기보다는 차라리 처벌을 받겠다고 하는데 굳이 국외 추방을 할 필요가 있느냐"며 송 교수의 국외 추방에 반대하는 뜻을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최병모 회장도 사견임을 전제로 "송 교수를 처벌하는 것 자체도 불필요하지만 추방하는 것은 더더욱 옳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 '기소'쪽 무게... '추방' 가능성도 열려 있어

한편 7일 현재 이틀째 송 교수에 대한 소환조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은 '국외 추방' 보다는 '기소'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송광수 검찰총장은 지난 6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송 교수에 대한)추방은 염두에 둔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검찰과 국정원은 송 교수를 기소할 경우 지리한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사회적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해 여전히 '국외 추방'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송 교수가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한 '대국민 사과' 이상의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에도 공안당국은 '국내 정착'보다 '국외 추방'을 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가 제일 상상하기 싫은 상황은 추방되는 것이다. 내가 37년만에 고국 땅을 밟았는데, 추방당하기 위해서 이 땅을 밟았겠는가. 추방은 가장 상상하기 싫은 상황이다. 차라리 법에 의해서 처벌받겠다."

지난 2일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가진 송 교수는 "추방은 가장 상상하기 싫은 상황"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송 교수에 대한 공안당국의 신병처리 수위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8일 송 교수에 대한 세 번째 소환조사를 하고, 한 두 차례 보강수사를 거친 뒤 내주 중으로 신병 처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