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이라크, 테러리스트 집결지 될 것"

등록 2003.10.07 14:26수정 2003.10.07 16:09
0
원고료로 응원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은 한국 시간으로 6일, 현재 미국의 이라크 상황이 과거 구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겪었던 상황과 같다고 경고했다.

푸틴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점차 더 큰 곤경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라크 내의 사태가 점차 더 장기화되고 위험을 더해갈 것이며, 결국 미국은 이라크 개입을 통해서 아무런 실익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푸틴은 6일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후 이라크에 "무수히 많은 온갖 테러 단체가 속속 집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점령군으로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대해 이라크 국민들의 반감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고 밝히며, 이 문제는 미국이 유엔을 통해 국제법적 정당성을 획득하지 않는 한, 결코 해결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비록 후세인 정권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것은 큰 실수라는 것이 푸틴의 지적이다. 부시는 3월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이라크가 국제 이슬람 전투조직과 테러단체와 연계되어 있다고 주장했으나, 사실은 이 과정에서 이라크가 이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테러리스트의 온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후세인 치하 이라크에서 하나였던 미국의 적이 현재는 둘로 늘어났다는 것이 푸틴의 주장이다. 하나는 후세인을 지지하던 잔류 병력이고, 또 하나는 이전에는 후세인과 맞서 싸우던 근본주의자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이라크가 "모든 무슬림 세계에서 모여드는" 테러단체들의 집결지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에 모여들고 있는 전투조직과 테러리스트들이 극도로 위험한 것은, 이들 가운데 상당 수가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에서 구 소련군들과 10여년 간 교전경험을 가진 베테랑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푸틴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부시 행정부가 가급적 속히 이라크 국민들에게 주권을 돌려주어야 하며, 외국 주둔군이 얼마나 머물러 있을지를 명시하는 새 유엔 결의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록 현재는 이라크의 재건 과정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행사하더라도 앞으로는 계속해서 유엔의 역할을 늘려가야 한다는 것이 푸틴의 주장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언론학 교수로,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베런드칼리지)에서 뉴미디어 기술과 문화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몰락사>,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를 썼고, <미디어기호학>과 <소셜네트워크 어떻게 바라볼까?>를 한국어로 옮겼습니다. 여행자의 낯선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3. 3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4. 4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5. 5 [이충재 칼럼] 농락당한 대통령 부부 [이충재 칼럼] 농락당한 대통령 부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