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사장, 헬기 보낼테니 오시오"

일부 지자체, 벤처기업 유치 적극 공세

등록 2003.10.17 17:34수정 2003.10.17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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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밸리 바이오 벤처기업인 C사 B사장은 지난 5월 뜻밖의 전화를 받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기업 이전과 관련해 모 지자체 단체장과의 면담을 위해 고속도로에 접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화물연대 파업의 여파로 고속도로는 꽉 막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할 상황이었다.

약속시간이 얼마남지 않았고 B사장의 마음은 갈수록 급박해졌다. 이대로라면 약속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B사장은 전화를 걸어 사정을 얘기하고 늦을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자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헬기를 보낼테니 그것을 타고 오라는 말이 전화선을 타고 그의 귀를 때렸다. 순간 뭔가에 홀린 것처럼 정신이 몽롱해졌다.

1시간여가 흘러 헬기가 도착했다. B사장은 헬기를 타고 무사히 약속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B사장은 이처럼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고 기업유치를 위해 아낌없는 지원과 의지를 갖고 있는 공무원에게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회고한다.


소설속의 얘기가 아니다. 실제 벌어진 상황이다.

공무원의 기업가적 마인드로 유치 이끌어


이처럼 다른 지자체들은 기업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 중심에는 기업가적 마인드로 똘똘 뭉친 단체장과 공무원들이 있었다.

C사는 아직 최종결정을 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벌써 기업이전쪽으로 기울어져 갔다. 가족과 친구, 동료들이 대덕밸리에 있긴 했지만 앞으로 펼쳐질 상황을 감안할 때 용단을 내려야만 했기 때문이다.

지방화 시대를 맞아 전국의 지자체들이 기업유치를 위해 역동적인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기업유치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역산업발전, 고용창출, 세수증대 등 파급효과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전남, 경남, 충북 등이 바이오 기업 유치에 열성이다.

이들은 보다 좋은 기업유치조건과 전략을 내세우면서 성장 가능성이 있는 바이오 벤처기업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바이오 산업을 지역경제활성화의 '구원투수'로 인식

바이오 벤처기업 유치에 가장 열성인 지역은 충북도.

충북도는 지난해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 개최와 오송생명과학단지 조성을 통해 '바이오 메카, 충북'을 건설 중에 있다. 바이오산업추진단이라는 별도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운영중에 있을 정도다.

그 결과 충북도는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청, 국립보건원, 보건산업진흥원, 생명공학연구원 등 4개 국책기관의 이전을 받아놓았다. 몇몇 바이오 기업들도 이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표시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4월에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국가를 돌며 유치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이처럼 충북도는 국내외 기업을 가리지 않고 기업유치에 혈안이 돼 있다. '바이오 강도(强道)'를 꿈꾸는 충북도는 기업유치를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국세와 지방세, 연구비 지원, 금융 및 행정적 지원 등 지자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지원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특히 부지 무상제공과 지방세 전액 감면 등은 가히 파격에 가까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충북바이오산업협의회 관계자는 "충북도는 세계적인 바이오산업의 메카를 목표로 수년간 노력해 왔고 그 결실을 차차 맺어가고 있다"면서 "각 지방의 단체장을 비롯 공무원, 기업, 대학 등이 합심해 '바이오토피아, 충북도 건설'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못지 않게, 경남도가 주력하고 있는 바이오 벤처기업 유치전략도 눈여겨볼만 하다.

경남도는 생명공학 분야의 특성화 대학인 경상대을 필두로 바이오21센터 건립 등 인프라 확충을 통해 이 일대를 바이오 밸리로 조성 중에 있다.

경남도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진주시와 경상대는 힘을 합쳤다. 경남 진주시 일대를 '한국의 바이오 밸리'로 만들어 보겠다는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을 표시했고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그간 실크산업 등 노동집약형 위주의 산업구조에서 탈피해 고도화된 신산업창출을 통해 지역경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첨단산업은 다름아닌 바이오 산업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바이오 산업 육성이 지역경제 활성화의 '구원투수'인 셈이다.

파격에 가까운 인센티브 제공...경쟁적 기업 유치

경남도의 유치전략에 있어 각종 인프라 및 장비, 시설 등의 무상제공은 기본이다. 여기에 자금난을 겪고 있는 바이오 기업을 위해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이 펀드는 순수하게 지역 바이오 벤처기업과 이전해 온 기업들을 위한 자금이다.

그리고 행정적인 지원을 맡고 있는 공무원들의 마인드와 실천력이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다는게 이 지역 벤처기업들의 지적이다.

최근 들어서는 전남도 바이오 벤처기업 유치에 합세하고 있다.

전남은 바이오 산업육성을 위해 나주시에 생물산업지원센터를 조성중에 있다. 대덕바이오커뮤니티에 건설중인 바이오벤처타운과도 같은 개념의 사업이다.

이 센터는 설립에 발맞춰 기업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바이오벤처타운과는 달리 설립되자마자 센터장을 선임, 기업유치를 위한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 센터는 기존의 하드웨어식 지원방식이 아닌 기업의 성장단계에 맞는 맞춤식 지원방식과 기업의 실질적인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 파이낸싱 등 소프트웨어식 지원책에 주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양산에 필요한 각종 시설을 기업들이 보다 손쉽게 갖출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전남도와 나주시 등 지자체의 아낌없는 행정적 지원을 등에 업고 기업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남도 생물산업지원센터 관계자는 "무엇보다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을 다수 유치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전남도와 나주시 등 행정기관의 강력한 지원과 신뢰속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여 가고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지적했다.

대덕밸리벤처연합회 임채환 고문은 "유망한 대덕밸리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아쉬울 뿐"이라며 "벤처연합회를 비롯 대전시 등 벤처지원기관이 적극 나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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