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 사람들에게 있어 강변은 대중목욕탕이다. 남자와 여자들이 시간을 달리해 저녁마다 강변에서 몸을 씻는다.김남희
젊은 신혼부부가 떠나고 난 자리에 이번에는 모녀가 찾아온다.
아직 병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듯 얼굴 한 켠에 붕대를 감은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온 어머니. 어머니의 얼굴에는 고단한 살림살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딸의 얼굴을 살피며 조심스레 머리띠며 끈을 골라주는 어머니.
말없이 고개만 내젓던 딸이 마음에 드는 걸 발견했는지 어머니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굳어 있던 어린 소녀의 얼굴로 번지는 희미한 미소. 플라스틱 머리핀 하나에 위안 받는 삶.
특별할 것 없는 이 광경에 나는 왜 눈물이 나는 걸까?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더 많이 갖기 위해, 더 좋은 것을 갖기 위해, 일생을 소모하고 마는 게 우리들의 삶이 아닐까? 분명 내게도 작은 것에 만족하고, 사소한 것들에 행복해하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어린 시절 소풍이나 명절을 앞두고 엄마가 시장에서 사오신 몇 천 원 짜리 점퍼 하나에 며칠을 행복해 했는데, 어른이 되어서는 그 몇 십 배의 돈을 주고 비싼 옷을 사 입어도 행복하지 못했던 나. 욕망은 채울수록 자꾸 더 드러나는 구멍 뚫린 바가지 같은 것이랬지.
덜 갖되 더 충실한 삶을 사는 일.
언제쯤이나 내 몸과 마음에 익을 수 있을까?
괜히 마음이 젖은 나는 그들이 떠난 후에도 한참을 좌판을 들여다보며 앉아 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