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기자 기사조작 파문

인터넷에 자신이 글 올리고 자신이 인용해 기사 작성

등록 2003.10.23 20:59수정 2003.10.24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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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스포츠조선 23일자 기사.

스포츠조선 23일자 기사. ⓒ 사커라인 게시판

스포츠조선 기자가 자신이 한 축구사이트 게시판에 써놓은 글을 인용해 기사를 작성, '조작'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조호영 스포츠조선 스포츠부 기자는 23일(인터넷기준·종이신문 24일 30판) '축구협, 성난 네티즌들 '집단행동' 예고에 긴장' 제하 기사를 통해 "베트남전과 오만전의 잇단 패배에 성난 축구팬들이 26일 돌아오는 대표팀에 '분노의 마중'을 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대한축구협회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조 기자는 "각종 축구게시판에는 오만전에서 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2일 새벽부터 '공항으로 직접 나가 분풀이를 하겠다'는 팬들의 화난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같은 사례로 축구협회, 사커월드, 사커라인 등의 사이트에 올라온 네티즌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사커라인 사이트에 올려진 의견으로 인용된 아이디 '인천공항'의 "토마토와 계란을 잔뜩 들고 인천공항으로 갑시다'라는 글은 기자 본인이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커라인 게시판에는 조 기자의 스포츠조선 이메일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이같은 사실이 네티즌들에 의해 밝혀지면서 파문은 급속도로 번져나갔다. 스포츠조선과 각종 축구사이트에는 조 기자의 행위를 비판하는 글들이 쇄도하면서 '조작 논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a 스포츠조선 기자가 사커라인에 '인천공항' 아이디로 올린 글.

스포츠조선 기자가 사커라인에 '인천공항' 아이디로 올린 글.

사태가 확산되자 조 기자는 23일 저녁 7시37분 스포츠조선 축구게시판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스포츠조선은 같은 시기에 자사 사이트에 올린 기사에서 '인천공항' 아이디를 인용한 부분만 삭제했다.


그는 일단 `인천공항' 아이디를 사용해 글을 올린 사람은 본인이 맞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자신이 "글을 올리고 그 글을 다시 인용해 기사를 쓴 부분에 대한 잘못을 부인하지 않겠다"면서도 "기사를 조작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쓰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오만전 패배 후 각종 축구 사이트에 올라오는 '인천공항으로 가자'는 의견을 보도하기 위해 관련 글을 발췌하다 '안티축협' 사이트가 열리지 않아 하루 전에 떴던 한 네티즌의 글을 사커라인에 옮겨 적었다고 말했다.


'정말 인천공항에서 코사 정모 한번 해야할 듯-지금 타 게시판 상황도 마찬가지겠지요? 준비물은 토마토와 날계란입니다'라는 해당 글의 문구가 기억나지 않아 '토마토와 계란을 들고 공항으로 가자'는 핵심만 썼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조 기자의 사과에 대해 네티즌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나타내고 있다. 스포츠조선 사이트를 비롯해 각종 축구 사이트에는 '변명으로 일관할 뿐 자성이 없다'며 조 기자의 사과를 향한 항의가 더욱 쇄도하고 하고 있다.

'stp4f2re' 아이디의 네티즌은 "오보는 정보가 없는 무지의 소치라 할 수 있겠지만 의도적인 기사를 쓴다는 것은 기자의 본분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zslove' 아이디의 네티즌 역시 "그런 기사를 안 쓰고 다른 소스를 찾았으면 되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이번 기사조작 논란과 관련해 스포츠조선에 연락을 거듭 했으나 오후 8시 현재 당사자를 포함한 부장, 국장이 모두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 자신을 수습기자라고 밝힌 관계자는 "지금 편집국에 책임있는 답변을 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서 "내일 연락해보라"고 말했다.

다음은 조호영 기자가 쓴 사과 글 전문이다.

23일 인터넷에 뜬 `축구협, 성난 네티즌들 집단행동 예고에 긴장' 기사의 조작설에 대해 사과말씀 드립니다.

일단 `인천공항'이라는 ID를 사용해 글을 올린 사람은 제가 맞습니다. 그리고 제가 글을 올리고 그 글을 다시 인용해 기사를 쓴 부분에 대한 잘못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진심으로 축구팬 여러분에게 사과말씀 드립니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습니다.

22일 오만전 패배 후 각종 축구사이트에 '인천공항으로 가자'는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23일 아침 이런 내용에 대한 기사 아이템 보고가 끝나고 기사작성에 들어갔습니다. 대한축구협회와 사커월드 사이트에서는 그런 내용의 글들을 쉽게 발췌했습니다.

그리고 하루전에 `ivans'라는 팬이 안티축협에 적었던 `정말 인천공항에서 코사 정모 한번 해야할 듯'이라는 제목의 `지금 타 게시판 상황도 마찬가지겠지요?? 준비물은 토마토와 날계란입니다'라는 글을 찾기 위해 안티축협 사이트로 갔습니다. 하지만 사이트가 불안한 지 열리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커라인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커라인에서는 그런 내용의 글이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팬들의 반응도 살펴보고 기사의 신뢰성도 높이기 위해 안티축협에 떴던 내용을 옮겨 적었습니다. 정확하게 문구가 기억나지 않아 `토마토와 계란을 들고 공항으로 가자'고 핵심만 옮겨 적었습니다.

결코 기사를 조작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쓴 내용은 아닙니다. 아무튼 제가 저지른 일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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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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