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베리타> 홈페이지
지난 2월 온라인 종합일간지 <잔잔>을 창간한 前 카마쿠라시(市) 시장 켄 다케우치는 <잔잔>을 "한국의 <오마이뉴스>와 같은 대안매체로 발전시키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치적 무관심이 지배하고 있는 일본사회와 사회변혁을 포기한 보수언론을 변화시키기 위해 오래 전부터 <오마이뉴스>의 활동을 지켜보며 창간을 준비해 왔다.
<오마이뉴스>가 대안매체를 꿈꾸는 전 세계의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인터넷을 통한 해방과 참된 민주주주의의 가능성을 역설했던 '미래학자'들은 <오마이뉴스>의 성공을 자신들의 예언이 적중했다는 증거로 제시하며 환호하고 있으나, 인터넷을 대안매체로 훌륭히 키워낸 한국사회의 성공적 사례가 다른 사회에도 변함없이 재연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예컨대 올 해 2월에 창간된 <잔잔>은 서서히 시민기자와 독자들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사회적 영향력면에서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하루에 수백 건의 기사가 올라오는 <오마이뉴스>와는 달리 하루에 고작 수십 개의 기사가 편집부로 송고되고 있으며, 조회수(페이지뷰)는 <오마이뉴스>의 2백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남한의 3 배에 가까운 일본의 인구를 고려하면 <잔잔>의 상대적 영향력은 이보다 훨씬 낮은 셈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외견상 그 이유는 단순해 보인다. 고속인터넷 사용가정이 70퍼센트에 이르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다. 일본방송협회(NHK)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0퍼센트 가까은 응답자가 "거의 인터넷을 사용하는 일이 없다"고 대답했다.
어떻게 보면 일본에서는 고속통신망이 널리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터넷을 쓰는 사람이 적으며, 인터넷을 쓰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온라인 신문이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사람들이 고속통신망에 가입하기 위해 인터넷에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고속통신망에 가입한 것처럼, 일본에 고속인터넷이 보급되지 않은 것은 그들이 인터넷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지 고속통신망이 없어서 인터넷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인터넷에 대한 관심이 인프라 구축의 결정적 요인이지 인프라가 인터넷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기술의 영향력을 말할 때 흔히 도외시되는 사회적 요인과 맥락의 중요성을 떠올리게 된다. 기술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것 이상으로 사회는 기술의 채택과 사용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