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권우성
| | 예견된 사태...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 | | | 광화문이 울고 있다.
지난해 여름 월드컵 때 '붉은 악마'의 환희에 찬 함성으로 가득찼고, 또 연말에는 촛불집회로 인파가 넘쳐났던 광화문 네거리가 오늘은 2년여만에 등장한 화염병 불길로 울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 조합원 5만여명(주최측 집계)은 9일 오후 3시부터 시청 앞에서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03 전국 노동자대회'를 가졌다. 오늘의 행사를 특별히 주목하는 것은 이 행사가 최근 잇달아 발생한 노동자들의 분신 및 자살에 뒤이어 나온 이 땅의 노동자들의 '분노의 한마당'이었다는 점이다.
손배소송과 가압류로 기초생활마저 어렵게 된 노동자들은 지난 2001년 3월 종묘공원에서 개최된 공기업 매각반대 집회 이후 2년 7개월만에 시위장에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들고나왔다. 시위대와 진압경찰간의 충돌로 양측 모두 수 십명의 부상자를 내기도 했다.
오늘의 충돌사태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는 이를 중재하고 어우를 '완충지대' 하나 갖지 못한 채 휴일 도심을 충돌의 장으로 만들고 만 것이다. 물론 과격시위를 주도한 시위대를 변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오늘의 사태는 이들만의 책임으로 전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노동자, 노사관계를 바라보는 사업주들의 인식태도는 여전히 부정적이며, 정부당국의 대책이나 중재노력 역시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우리사회의 갈등을 중재하려는 지식인 진영의 움직임도 눈에 띄지 않는다.
사태는 더욱 악화될 조짐이다. 민주노총은 12일 총파업을 통해 강경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19일에는 전국 농민대회가 또 예고돼 있다. 농업개방 한파가 이 초겨울 농촌에도 거세게 몰아닥치고 있어 농민들의 분노 또한 극에 달한 상황이다.
노동자들의 잇딴 죽음의 행렬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우리사회에는 진정 이성과 상식이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당국과 기업, 그리고 지식인 진영이 노동계와 흉금을 터놓고 대타협을 위한 '대화의 장'을 갖기를 바란다. 더 이상 광화문을 울려서는 안된다. / 정운현 편집국장 | | | | |
<12신 : 9일 저녁 9시>
노동자 50명 중상, 연행자 110여명 달해
최근 연이어 분신자결한 노동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광화문에서 촛불시위를 벌일 예정이었던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5만여명은 9일 오후 8시경 경찰의 진압으로 모두 해산했다. 이중 1만 5천명 정도의 노동자들은 명동성당으로 재집결해 정리집회를 한 뒤 밤 9시경 해산했다.
각 지부별로 열린 정리집회에서 노동자들은 경찰의 강경진압에 거세게 항의했고, 12일 총파업 강행하자는 결의를 다졌다.
민주노총 지도부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서의 부상자는 50여명(중상자). 이들은 서대문 적십자병원과 충무로 백병원에서 치료중이다. 또 시위 과정에서 연행된 노동자는 약 110여명에 달한다.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이날 시위와 관련 "노동자가 죽어가는데 최근 법무부 장관, 노동부 장관, 행자부 장관이 발표한 담화문의 내용은 공허하다"며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화 시대에 분신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현장 노동자들이 크게 격앙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 실장은 "지난 6일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노동자 50여명이 심하게 다치는 등 부상자가 속출한 것에 대해 '조합원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조합원들 사이에 퍼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늘 집회에서 사용된 화염병 시위는 2001년 3월 종묘공원에서 열린 공기업매각 반대집회 이후 2년 7개월만의 일이다.
한편 의식불명으로 병원에 이송된 화학섬유노조 소속 조합원 허윤석씨는 의식이 돌아와 치료를 받고 있다.
민주노총은 내일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12일 총파업과 향후 노동정국에 대해 시민사회단체과 함께 대응책을 협의해 갈 예정이다.
| | 소설가 조세희 노동자대회 '사진기자'로 참여 | | | |
| | | ▲ 주최측 차량에 올라가 사진을 찍고 있는 소설가 조세희. | ⓒ오마이뉴스 박형숙 | '난쏘공(소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공>)'의 작가 조세희(60)씨가 오늘 열린 노동자대회에서 소설가가 아닌 '사진기자'로 참가했다.
조씨를 목격한 건 민주노총 이동차량 위. 오후 2시경 종묘에서 열린 금속노조 사전결의대회가 끝나고 시청광장으로 이동하던 중 조씨는 선두에서 집회대오를 이끄는 민주노총 차량에 올라타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노동자들을 향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기자가 다가가 "선생님 몸은 괜찮으세요?"(그는 평소 몸이 안좋아 오래 대화를 하는 것조차 힘들어 한다)라고 인사하자 지긋이 웃어보이기만 했다. 그러더니 "더 큰 데서 만나자"며 본대회가 열리는 시청광장쪽을 향해 손짓을 해보였다.
금속노조의 박점규 선전실장은 "저 분이 조세희 선생인지는 몰랐다"며 집회 때마다 자주 보기는 했지만 나이든 사진기자 정도로만 생각했지 그 유명한 '난쏘공의 조세희'인지는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조씨는 몇 년 전부터 노동자들이 모인 집회현장을 다니며 흑백으로 사진작업을 해오고 있다.
또 한 그는 1985년 사진기를 들고 강원도 사북지역에 들어가 탄광노동자의 삶을 100여점의 사진과 글로 담은 <침묵의 뿌리>를 출간한 바 있다. / 박형숙 기자 | | | | |
<11신 : 9일 저녁 7시30분>
부상당한 노동자 1명 의식불명으로 알려져... 시위는 진정기미
노동자 시위는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 한 명이 종로 시위 과정에서 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해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의식불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에 따르면 "코오롱 노조 조합원 허윤석씨가 경찰에게 맞아서 서대문 적십자병원으로 후송됐는데 의식불명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노동자 시위대들은 종로쪽에서 거의 물러난 상태다. 따라서 종로쪽에서 광화문쪽으로 이동하는 차선은 완전히 재개됐고, 반대쪽 차선은 현재 1개 차선만 소통되고 있다.
시위대는 을지로 방향으로 빠져나가고 있고, 부상당한 시위대를 실어나르기 위해 병원 구급차 10여대가 대기하고 있다.
| | "왜 시민을 때리나... 우리나라 경찰 이 정도인가" | | | [시민 반응] 경찰 과잉진압 성토 | | | | 9일 저녁 7시 현재 경찰과 화염병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던 노동자들은 종각역 사거리에서 뿔뿔히 흩어진 상태다. 경찰이 현재 종각역 사거리를 차지했고, 이에 노동자들은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사거리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사이렌을 울리며 거리를 지나는 구급차는 노동자 뿐만 아니라 경찰도 실어나르고 있다. 이날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체로 경찰의 과잉진압을 성토했다.
노원구에서 왔다는 한 40대 남성은 "딸아이와 책을 사러 교보문고에 왔다"면서 "교보문고 사거리는 촛불시위나 평화적 집회로 대화가 이뤄지는 문화가 형성됐는데 오늘 경찰과 노동자들이 격렬하게 싸우는 것을 보니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계모임에 참석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시위 현장을 목격했다는 한 할아버지(71)는 "노동자 2명을 경찰 15명이 질질 끌고 가길래 왜 잡아가냐 항의했더니 경찰이 우리 가족도 잡아갔다"면서 "이 나라에는 어른도 없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리를 지나던 이경인(22. 외대)씨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조금 안다"면서 "식당이나 서점에서 시급 2500원을 받고 일했는데 아무 것도 보장이 되지 않았다"며 노동자의 시위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마포구에 산다는 장봉주·이명숙(개인사업) 부부는 "노동자들이 잇달아 분신하는 것을 보고 집회에 나가보자는 생각으로 광화문에 왔다"며 "경찰이 시민도 가리지 않고 과잉진압하는 광경을 보고 오죽하면 노동자들이 화염병 들고 나왔겠는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수능시험을 치렀다는 환일고등학교 설종훈·최우훈군은 "우리나라가 이런 모습이냐"면서 한숨을 쉬었다. 특히 경찰이 꿈이었다는 최우훈군은 "경찰 모습을 보니까 답답하고 실망스럽다"면서 "나는 경찰에게 중요한 것은 첫 번째도 국민의 안전이고 두 번째도 국민의 안전인데 이렇게 무자비하게 인도에 있는 시민들마저 때리고 몰아세우는 것을 보면서 경찰 수준이 이 정도인지 몰랐다"고 개탄했다. / 박형숙 | | | | |
<10신 : 9일 오후 6시20분>
종로거리는 불바다... 전쟁터 방불
교보문고 근방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종로쪽 도로는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이 터지면서 불바다로 변했고, 일부 노동자들은 보도블럭을 깨 투석전을 벌이면서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상당한 노동자들이 속출하고 있고, 일부는 부상당한 채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경찰은 곤봉과 방패를 휘두르거나 소화기를 뿌리며 노동자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은 인근 식당 등에 몸을 피한 상태다.
경찰의 진압이 강경해지면서 현재 시위대는 종각쪽으로 밀려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