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특검법' 압도적 다수 통과
대통령 거부권 사실상 무력화

[현장=국회 본회의장] 열린우리당 '나홀로 반대'

등록 2003.11.10 11:59수정 2003.11.10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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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구영식 최경준 김영균 이성규 기자
정리: 이한기 기자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이 상정되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일제히 퇴장해 우리당 쪽 의석이 텅 비어있다.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이 상정되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일제히 퇴장해 우리당 쪽 의석이 텅 비어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4신 대체: 10일 오후 5시]

'측근비리 특검법'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 공은 노무현 대통령에게로


SK비자금 100억 수수로 검찰조사를 받은 최돈웅 한나라당 의원이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이 통과되자, 웃으며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SK비자금 100억 수수로 검찰조사를 받은 최돈웅 한나라당 의원이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이 통과되자, 웃으며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이 제출한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이 10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특검법이 상정된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열린우리당의 '나홀로 반대' 속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탄탄한 공조에 힘입어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

'측근비리 특검법' 표결 결과는 재석 193명 가운데 찬성 184명, 반대 2명, 기권 7명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표결 직후 기자들의 관심은 결과보다는 '소수 반대-기권표'의 주인공에 쏠렸다.

확인 결과, 김홍신 한나라당 의원과 정범구 민주당 의원이 당론을 어기고 특검법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권표의 주인공은 송훈석·한화갑·조성준·배기운 민주당 의원과 김종호 자민련 의원, 오장섭(무소속) 의원, 국회의장인 박관용 의원 등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표는 한나라-민주당의 철통 공조 속에서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

반면, SK로부터 100억원의 비자금을 받아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최돈웅 한나라당 의원도 이날 특검법 표결에 참석해 '찬성표'를 던져 눈길을 끌었다.


이제 공은 노무현 대통령에게로 넘어갔다. 한나라당이 제출한 3개 특검법 가운데 첫 번째인 '측근비리 특검법'에 대해 청와대는 즉답을 피한 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도 오리무중이다. 다만, 국회 전체 재적 의원의 2/3 이상의 찬성으로 특검법을 통과시켜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국회에서 '재의'해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설사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오늘 투표에서 이미 재의결 정족수(181석)를 넘은 상태이기 때문에 한나라당 특검법안을 효과적으로 무력화시키기는 힘들 것 같다"며 난색을 표한 것도 이런 고민의 한 자락을 드러낸 것이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오후 4당 원내총무와의 회동에서 '특검법'에 대한 질문을 받았으나, "오늘은 정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이니 특검법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이 전했다.

대통령측근비리특검법 상정을 앞두고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의원과 남경필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측근비리특검법 상정을 앞두고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의원과 남경필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대통령측근비리특검법 상정을 앞두고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이상수 총무위원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대통령측근비리특검법 상정을 앞두고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이상수 총무위원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3신: 10일 오후 3시10분]

이호웅-홍준표-송영길-김용균... 팽팽한 본회의 설전


'측근비리 특검법' 표결에 앞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찬성과 반대 토론자로 나서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반대토론] 이호웅 "총선 겨냥한 정략특검"

국회 본회의에서 '반대토론' 중인 이호웅 열린우리당 의원
국회 본회의에서 '반대토론' 중인 이호웅 열린우리당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이호웅 열린우리당 의원은 "한나라당의 특검법은 다수당의 횡포"라며 "대선자금 수사를 피하기 위한, 총선을 겨냥한 정략 특검"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또한 작은 이해 관계에 따라 노골적으로 한나라당의 반이성적 행태에 동조하는 것은 그만해야 한다"며 "국회법을 준수하고 각 당이 바로 설 때 비로소 우리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시각이 달라지고 믿음이 싹틀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본회의에 상정된 한나라당 특검법안은 다수당의 횡포임을 지적한다. 한나라 특검법안은 대선자금 수사를 피하기 위한, 총선을 겨냥한 정략 특검이라고 주장한다.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이기에 수사가 종료 후에 특검이 수사하는 것이 특검제도 취지에 부합한다. 그럼에도 특검법을 기습 상정한 것은 지금 진행중인 수사에 대한 방해이고 SK 비자금 사건에 대해 물타기 시도다.

갑작스럽게 (특검법을) 상정한 것은 최 대표가 천명했던 혁명적 정치개혁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1당 원내총무가 국회법을 무시하고 편법으로 상정했다는 것은 법을 무시한 횡포에 불과하다.

자진 공개를 공언하고 그날로 다시 백지화하는 무책임한 다수당의 특검법 제안을 어떻게 인정할 수 있나. 국민은 지쳤다. 남의 잘못 들추기, 본인의 잘못에 대해서는 눈치보기 등의 대처 방법을 벗어나야 한다. 정치적·사법적 책임을 감수하며 양심고백을 할 때 이 주장에 귀 기울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 또한 작은 이해 관계에 따라 노골적으로 한나라당의 반이성적 행태에 동조하는 것은 그만해야 한다. 정치개혁은 멀리 있지 않다. 국회법을 준수하고 각 당이 바로 설 때 비로소 우리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시각이 달라지고 믿음이 싹틀 수 있다. 여러분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의사진행] 홍준표 "한나라당-저인망식, 노 대통령-강태공식 수사"

의사진행발언에서 찬성 토론을 벌인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
의사진행발언에서 찬성 토론을 벌인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이호웅 의원에 이어 의사진행 발언자로 나선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검찰이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과 이재현 전 재정국장에 대해서는 저인망식 수사를 하면서, 여당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강태공식 수사를 하고 있다"며 "그래서 특검법안을 상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특검 찬성론을 폈다.

"특검법과 관련, 검찰이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과 이재현 전 재정국장에 대해서는 저인망식 수사를 하면서 여당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강태공식 수사를 하고 있다. 그래서 특검법안을 상정할 필요성이 있다. 최도술씨의 예를 들어보자. 대통령께서 눈이 캄캄했다는 돈, 내가 모른다고 할 수 없다는 돈, 대통령직을 걸겠다는 돈은 수사가 돼 있지 않다. 검찰의 발표를 보면 대통령과 무관하고 전부 개인비리로 돼 있다.

또 하나 예를 들면, 부산지역 선대본부 관련, 선대본부 김상철씨 주도로 모금이 있었다. 그런데 검찰이 이를 아니라고 하고, 지난 일요일 대통령이 간담회를 하면서 나를 비난하기도 했다. 근데 검찰이 특검 상정 하루 전에 전격 부산상공회의소를 압수수색해 돈이 있다고 했다.

두 번째 양길승씨 사건을 보자. 이 사건은 이원호씨가 14년 전 살인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청주에 있는 노 대통령 측근에게 50억을 줬다는 게 요지다. 근데 청주지검 몰카 사건으로 검사만 전격 구속했다.

썬앤문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광재 사건은 국감을 하면서 검찰 총장이 수사하겠다고 했는데, 법무부 장관은 수사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렇게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 미국 워터게이트도 검찰 수사 거치지 않고 특검 바로 한 예가 있다. 검찰 수사는 최고권력자가 관련돼 이처럼 은폐되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반대토론] 송영길 "한나라당은 왜 갑자기 특검을 주장하고 나섰나"

반대토론에 나선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
반대토론에 나선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홍준표 의원의 의사진행 발언이 끝난 뒤 박관용 국회의장은 "의사진행인지 토론인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이런 식으로 하면 사회를 거부하겠다"고 경고했다.

홍준표 의원에 이어 반대토론자로 나선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은 "특검은 중립성이 현저히 의심받을 경우거나 미진할 경우, 수사를 거부하거나 기피할 경우에 하게 돼 있다"며 "(검찰 수사에 대해) 국민의 많은 수가 지지하고 있고, 한나라당 대표나 의원이 (검찰 수사를) 수없이 칭찬해 왔는데, 왜 갑자기 특검을 주장하느냐"고 비판했다.

"검찰권은 준사법 행위이기는 하지만 넓은 의미의 행정 행위다. 예외적으로 특검은 세 가지 경우다. 중립성이 현저히 의심받을 경우거나 미진할 경우, 수사를 거부하거나 기피할 경우다. 검찰의 중립성이 뭐가 의심이 되고 있는가. 국민의 많은 수가 지지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열렬한 국민의 성원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 대표나 의원이 (검찰을) 수없이 칭찬해 왔다. 왜 갑자기 긴급한 필요가 생겼나.

갑자기 한나라당 100억이 드러났다. 지구당에 공식 자금 이외에 1억4000만원, (전체적으로 보면) 약 400억원이 배포됐다고 한다. 갑자기 이를 막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왜 방탄 특검이 제출됐나. 최도술 사건은 현재 수사 진행중에 있다.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다. 구속 기소된 사항이다. 이원호 사건에 대해서도 계좌가 추적되고 있다. 옷 로비, 조폐공사 등 모두 수사가 끝난 다음에 특검이 진행됐다는 점을 알아주기 바란다.

특검은 입법·사법·행정의 삼권분립을 현저히 훼손할 수 있어 여야 합의로 처리돼야 한다. 검찰권이 국회에 있나. 한나라당은 항상 노 대통령에 대해 포퓰리즘으로 비판해 왔다. 그런데 특검은 언론의 주시 속에서 공소유지를 위해 뛸 수밖에 없다. 국민 여론은 57% 이상이 검찰에 맡겨야 한다고 하고 있다."


[찬성토론] 김용균 "권력형 비리 수사, 마치 강보에 싼 어린아이 다루듯"

찬성토론에 나선 김용균 한나라당 의원
찬성토론에 나선 김용균 한나라당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송영길 의원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김용균 한나라당 의원은 "대통령과 측근비리, 야당 비자금 두 가지를 검찰이 수사하면서 야당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강경한 수사, 여당과 권력에 대한 수사는 마치 강보에 싼 어린아이 다루듯이 적절히 보호하는 편파 수사를 하고 있다"고 검찰 수사의 편파성을 지적했다.

"대통령 측근의 권력형 비리, 대통령선거 비자금 수사, 이 두 가지가 이 시대의 큰 시대적·국민적 과제가 되고 있다. 두 사건 수사와 심판은 독립된 검사가 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정의의 여신은 눈을 가린 채 칼과 저울을 들고 심판한다.

대통령과 측근비리, 야당 비자금 두 가지를 검찰이 수사하면서 야당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강경한 수사, 여당과 권력에 대한 수사는 매우 미온적이며, 마치 강보에 싼 어린아이 다루듯이 적절히 보호하는 편파 수사를 하고 있다. 특히 측근비리는 오랫동안 수사를 기피하고, 미온적이다가 국회 특검 한다니까 비로소 건드리고 있다. 지금까지 나라종금, 양길승, 최도술, 이광재 등 측근비리에 수사가 제대로 됐다고 보나.

지금까지 검사 16명이 노무현 정권 들어서서 퇴출됐다. 검사들이 정권의 눈치를 보고 집에 가라면 가야 한다. 법무부 장관은 지난 법사위 특검법 심의 때 이 심각한 문제를 코미디 보듯 비꼬고 있었다. 이런 상태로 어떻게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겠나.

오늘 노 대통령이 전국 강력 검사들을 불러 식사를 같이 했다고 한다. 검사를 직접 대통령이 만나면 안된다. 이런 중요한 사건이 있는데 어떻게 불러서 밥 먹이고 대화하나.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나. 우리는 독립된 검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특검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깨끗한 정치혁명, 명예혁명 이루자."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이 상정되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일제히 퇴장하고 있다.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이 상정되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일제히 퇴장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2신 대체: 10일 오후 2시45분]

우리당, 반대토론 후 퇴장 방침 - 민주당, '찬성' 당론 확정


열린우리당은 '측근비리 특검법'을 처리할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송영길·이호웅 의원이 나서 특검법에 대한 반대토론을 한 뒤 표결 과정에서는 전원 퇴장하기로 당론을 모았다. 이후 민생 현안에 대한 표결이 있을 경우 다시 입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김근태 우리당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국회법과 의회 절차를 무시한 채 특검법 밀어붙이기를 했다는 것을 확인시켰다"며 "또한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공조하는 모습에 대해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세력들 사이에 비판이 존재하고 있다"고 한나라당의 밀어붙이기와 민주당의 공조에 대해 비판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찬성'으로 당론을 모았다. 투표 결과 찬성 30명, 반대 10명, 기권 5명 등으로 특검법을 찬성하기로 당론을 결정했다. 그러나 개별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지더라도 강하게 막지는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사덕 총무, 의원총회서 사과

10일 오전 대통령측근비리특검법 상정을 앞두고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홍사덕 총무가 원내보고를 하고 있다.
10일 오전 대통령측근비리특검법 상정을 앞두고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홍사덕 총무가 원내보고를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특검법 처리 방안을 놓고 각 당은 아전인수식으로 상황을 해석하는 탓에 엇갈린 분석도 나왔다. 이날 오후 홍사덕 한나라당 총무는 의원총회에서 "자민련이 찬성으로 당론을 정했다"고 밝힌 반면, 김학원 자민련 총무는 "자유투표로 한다"고 밝혀 신경전이 오가기도 했다.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홍사덕 총무는 '사과의 말'로 입을 열었다. 홍 총무는 "지난 금요일(7일) 바로 처리하지 못하고 불편을 끼쳐 드린 점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오늘 본회의에서는 결산안과 특검법 두가지 안건을 처리하는데 특검법부터 먼저 처리하도록 의사일정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홍 총무는 "자민련이 특검 찬성으로 당론을 확정했다"면서 "민주당 역시 지도부가 당론을 정하기 위해 의총을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각 당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그는 "오늘 세 분 정도가 불가피하게 참석을 못하는데 최돈웅 의원은 나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학원 자민련 총무는 홍사덕 한나라당 총무의 이같은 언급에 대해 "우리는 자유투표로 한다"며 '당론 결정'을 일축했다. 이재오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지나가면서 김 총무에게 "김 총무, 고마워"라고 말을 건네자, 김 총무는 "우리가 참석해주는 것을 고마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신: 10일 오전 11시59분]

오늘 오후 2시 본회의...한나라 '강행'-민주당 지도부 '공조'쪽 기울어


한나라당은 10일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본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비리 특검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지난 7일 법사위를 통과한 특검법은 한나라당의 밀어붙이기로 국회 통과가 유력시되고 있으나 민주당 일부 의원과 우리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애초 국회에서 특검법을 표결할 경우 의원들의 자율에 맡긴다는 방침이었으나,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당론을 결정해 투표에 임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우리당은 한나라당이 제출한 특검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특검법의 국회 통과를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우리당은 '물리적 실력행사'를 통한 저지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김홍신 의원을 제외하고는 전원이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특검법의 국회 통과를 자신하고 있다. 또 민주당이나 자민련 등 다른 정당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규명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어 특검법이 국회에서 어렵지 않게 처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사덕 한나라당 총무는 10일 오전 상임운영위원회에서 "오늘 결산안과 측근비리 특검법안을 동시 처리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홍 총무는 또 "측근비리 특검은 한나라당으로서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치풍토 개혁과 관련해서도 큰 의미가 있다"며 "어떤 것과도 연계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우리당의 '방탄특검' 주장을 일축했다.

아울러 홍 총무는 "지금은 3야 공조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3야 공조에 문제되는 것이 있다면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말해 민주당, 자민련과 끝까지 공조할 것임을 밝혔다.

특검법 처리가 미뤄져 당내에서 거센 비판을 받은 홍사덕 총무는 본 회의장에서도 각 당의 총무를 찾아다니며 분주하게 상황을 점검했다. 왼쪽부터 정균환 민주당 총무, 김근태 우리당 원내대표, 김학원 자민련 총무와 이야기를 나누는 홍사덕 총무.
특검법 처리가 미뤄져 당내에서 거센 비판을 받은 홍사덕 총무는 본 회의장에서도 각 당의 총무를 찾아다니며 분주하게 상황을 점검했다. 왼쪽부터 정균환 민주당 총무, 김근태 우리당 원내대표, 김학원 자민련 총무와 이야기를 나누는 홍사덕 총무.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재오 한나라당 사무총장 겸 비상대책위원장도 오전 회의를 통해 "국회에서 특검법이 통과되면 대통령 측근권력비리에 대한 모든 의혹이 특검에서 모두 밝혀질 것으로 본다"고 말해 특검법 처리를 자신했다.

한나라당은 또 만약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홍 총무는 "오늘(10일) 오후 4시 청와대에서 4당총무 연쇄회담이 있는데 이 자리를 빌어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등 망언에 가까운 얘기에 대해 엄중 경고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특검법 찬반에 당내 의원들이 이견을 보이고 있어 갈등을 겪고 있다. 민주당 소속으로 특검법을 반대하는 의원들은 이번 특검법 처리가 자칫 당 지지층의 이반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정통민주세력'을 자처하며 한나라당과 대립각을 세워온 민주당이 한나라당이 제출한 특검법에 공조해 줄 경우, 당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지지층이 떠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박상천 대표 등 당지도부는 이미 '특검법 처리'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애초 자유투표를 할 방침이었던 민주당은 1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론을 결정하기로 했고, 곧바로 의총을 열어 찬반토론에 들어갔다.

박 대표는 이 의총 자리에서 "한나라당이 (특검법을) 먼저 냈는데 민주당이 공조해주는 것은 따라가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국회에서는 사안별로 공동대처를 하거나, 반대 혹은 반대투쟁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특검법의 국회 처리가 당론으로 결정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균환 총무 역시 "특검하자는 것은 한나라당과 공조하는 것 아니냐는 공세가 있을 수 있고, 이 문제가 현재 우리 당의 고민이지만 정치적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조순형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는 일반 검찰은 측근비리와 같은 권력형비리사건을 수사할 수 없다"고 밝혀 특검법의 국회 통과를 강력히 주장했다. 조 위원장은 "대선자금 수사는 수사인력과 기간에 제한을 받지 않는 일반 검찰이 하는 것이 제격이지만, 측근비리 특검은 대선자금 특검과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며 특검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당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지만, 실력저지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0일 국회가 특검법에 대한 표결에 들어갈 경우 소속 의원 전원이 항의성 퇴장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우리당은 또 특검법이 처리되더라도 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오전 대통령측근비리특검법 상정을 앞두고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최병렬 대표가 들어서고 있다.
10일 오전 대통령측근비리특검법 상정을 앞두고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최병렬 대표가 들어서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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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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