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스펠드는 파병압력 중단하라"

[현장] 이라크 파병철회 국민총궐기대회

등록 2003.11.15 19:29수정 2003.11.16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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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시청앞에서 열린 파병반대 범국민대회에서 가면을 쓴 집회 참가자들이 파병을 결정한 노무현 대통령을 부시 미대통령이 쓰다듬어 주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15일 서울시청앞에서 열린 파병반대 범국민대회에서 가면을 쓴 집회 참가자들이 파병을 결정한 노무현 대통령을 부시 미대통령이 쓰다듬어 주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Rumsfeld is a terrorist. 한국 군인을 이라크로 보내지 말라."

한 외국인이 들고 있던 피켓 문구다. 자신을 유학생이라고 밝힌 한 미국인은 "이미 미국 내에서도 이라크 전쟁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늘고 있다"며 "(노무현)정부가 한국군을 이라크로 보내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럼스펠드 장관의 방한을 반대하는 피켓을 든 시위자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
럼스펠드 장관의 방한을 반대하는 피켓을 든 시위자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럼스펠드 미국방장관의 방한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4시,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35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이라크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아래 국민행동)은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파병결정철회, 미국파병압력 중단, 럼스펠드 미국방장관 방한반대 국민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백기완 국민행동 고문 등 40여 명의 각계 대표를 포함, 3천여 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이날 대회에는 '파병반대'를 주장하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이들은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대부분 대회 끝까지 자리를 지켜 눈길을 끌었다.

제법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는 가운데 진행된 이날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미국은 파병압력을 즉각 철회하라", "노 정부는 굴욕적 파병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 "파병압력, 내정간섭 럼스펠드 내한을 반대한다" 등 구호를 외치며 노랑, 검정 빗금이 쳐진 '파병반대 바리케이트' 종이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이날 대회에서 정치연설을 한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는 스스로 참여정부라고 말했는데 국민들은 '이라크 파병반대' 의사를 정부에게 전달한지 오래됐다. 하지만 국민 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부는 파병을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는 참여정부의 허구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정부를 공격했다.

단 위원장은 이어 "파병반대를 즉각 철회하지 않으면 전국민의 심각한 저항에 시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역시 대표연설에서 "노 정권과 일부 언론은 전투병인가 비전투병인가를 두고 고민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어떤 파병도 반대한다"며 "이라크 무장단체들은 전투병이든 비전투병이든 어떤 형태의 외국 군대든 점령군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에 비전투병을 보낸다 해도 공격받을 수 있다"고 파병의 위험함을 내세웠다

이날 대회에서 국민행동은 보도자료를 통해 "내일 한국을 방문하는 럼스펠드 미국방장관은 '한국군 추가 파병은 한국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또 다시 주한미군 감축 및 재편 가능성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와 대규모 전투병 파병을 압박하고 있다"며 "5000명 이상의 대규모 전투병 파병압력을 가하는 것을 보며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럼스펠드의 방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1시간여에 걸쳐 노래패 '아름다운청년'의 문예공연과 표명렬 예비역 준장, 김용한 미군기지확장반대 평택대책위원장의 발언 등으로 이어진 이날 대회가 끝난 뒤 곧바로 광화문까지 평화행진을 벌인 참가자들은 정리집회를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이날 대회 시작 전, 경찰에서는 화염병 시위를 대비해 시청 주변을 지나는 화물차 등을 검문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한편 대회 사전행사로 같은 장소에서 노동탄압분쇄범대위·민주노총 공동주최 '이라크파병반대, 노동탄압 분쇄 범국민대회가 3시부터 열리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손배가압류, 비정규직 차별을 철폐하고 노동탄압을 중단하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국민행동은 16일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참석을 위해 내일 방한하는 럼스펠드 방한 반대 투쟁계획을 발표했다. 국민행동은 "16일 오후 5시30분, 방한 반대 기자회견을 서울 공항 정문에서 열 계획이고 17일 오전 10시에는 결의대회, 오전 11시 30분에는 SCM 규탄농성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참가자가 파병을 부추기는 언론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강아지에 '조선일보'가 적힌 옷을 입혀 끌고 나왔다.
한 참가자가 파병을 부추기는 언론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강아지에 '조선일보'가 적힌 옷을 입혀 끌고 나왔다.오마이뉴스 권우성
15일 서울시청앞에서 열린 파병반대 범국민대회에서 완전군장을 한 참가자가 노무현 대통령의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15일 서울시청앞에서 열린 파병반대 범국민대회에서 완전군장을 한 참가자가 노무현 대통령의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평화를 위한 제대 군인회 만들자"

▲ 예비역 준장 표명렬(65)씨.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날 국민대회에서는 "평화를 위한 제대 군인회를 만들자"는 제안을 한 예비역 준장 표명렬(65)씨가 참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65년부터 1년간 베트남 전쟁에 소총중대 중위로 참가해 전쟁의 참혹함을 경험했다는 표씨는 각계발언에서 위와 같이 말하며 "방위 출신도 방위산업체출신도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고 동참을 호소했다.

표씨는 이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군인회를 위해 민중연대와 함께 목적, 구상,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준비중"이라며 "이는 온라인 상으로 시작해 촛불시위처럼 조금씩 그 불씨를 살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표씨는 "스페인이 독재자 프랑코로부터 민주화됐을 때 가장 먼저 한 작업이 군대개혁이었다"며 "우리나라 기득권 세력은 대부분 군부출신인데 이를 단절하기 위해서는 군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군내개혁을 주장했다.

표씨는 "과거 민족이 어려울 때 의병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일어나 외적의 침략을 막았던 모습을 여러분을 통해 발견한다"며 "전쟁은 어떠한 경우에도 반이성적이고 인류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표씨는 이어 "외국의 경우 군생활을 오래한 사람들은 주로 평화운동에 참여하며 전쟁 반대에 앞장서는데 우리는 그 반대"라며 "파병에 찬성하는 것이 가장 비애국적인 일"이라고 못박았다. / 강이종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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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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