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학교 아이들이 우루루 올라갔다. 창원,서울,속초,부안,울산,완주,곡성 전국에서 온 아이들이다. 노래도 평화였지만 그들 자신이 평화였다.전희식
그렇다. 지리산은 이미 죽은 산인 것이다. 그것은 산맥이 잘리고 숲이 파헤쳐져 댐이 들어섰기 때문만은 아니다. 영문도 모르고 죽어간 인간들의 큰 무덤이 바로 지리산이다. 봄 철쭉이 곱다고 어떤 날은 수십만의 행락객들이 등산로를 가득 메우지만 바로 그 길들과 산 둔덕은 공동묘지와 다를 바 없다.
토벌대와 빨치산이 지나간 길목마다 웅덩이가 파지고 떼로 살육당한 주검들이 가득 채워졌다. 그래서 한반도의 생명평화 결사가 지리산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
행사 의장을 맡았던 이병철 녹색연합 대표는 "모든 사람들이 대표이고 모두가 하나씩 등불이 되는 운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화의 등불들이 주체가 되어 1년에 한번씩 지리산에서 평화대회를 열고, 평소에는 평화마을과 평화지대에서 촌장회의가 열릴 것이라 밝혔다. 끝으로 평화마을은 직장에도 생기고 사찰이나 교회, 단체별로도 만들어 질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이라크 파병 반대 선언도 있었다. 살기등등한 그런 선언이 아니었다. 자애와 사랑의 선언이었다. 노무현 정부에 호소했다. 우리처럼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피 눈물을 흘려온 민족이 터무니없는 국익논리로 파병을 감행한다면 일제의 36년 식민강점을 어떻게 비판하겠냐고 되묻기도조차 했다. 인류애의 길, 희망의 길로 가자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