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동 농수산물 시장노순택
이제껏 고추나 옥수수를 조금씩 심어 팔아봤지만 이번처럼 내가 농사 지은 것을 가지고 직접 가락시장까지 가서 경매에 참여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아무튼 기쁜 마음으로 가락시장에 배추를 싣고 들어갔다.
경매는 밤 11시부터였다. 여기저기 구경 다니다가 경매에 참여했다. 낙찰가 70만 원을 받았다. 돈은 며칠 뒤 통장으로 입금을 시켜주고, 배추를 싣고 간 차주에게만 운반비를 그날 지불한다는 것이었다.
내 배추를 싣고 간 차주는 15만 원을 그날 받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운반비를 중간 상인이 주는 것이 아니고 내가 받은 배추값에서 먼저 떼어 준다는 것이었다. 결론은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서울에서나 심지어 내가 살고 있는 홍천에서 소비자가 배추를 사려면 한 포기에 2500원 이상을 줘야 한다. 그런데 내가 판 것은 1000원도 안 되니, 그동안 들어간 품삯이나 비료값 그리고 운반비를 빼면 내 손에 쥐어지는 돈은 포기당 100원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다. 아무튼 내가 싣고 간 배추가 800포기 정도가 되니, 얼른 계산을 해봐도 나는 무언가에 속았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배추 값이 안 좋을 때면 농부들이 밭에서 갈아엎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더 이해할 수 없고, 생각할수록 화가 나는 일이 있었다. 내 배추를 산 중간 상인이 배추를 싣고 간 차를 빼주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내 차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가락시장에 들어온, 아니 우리나라의 모든 도매 시장이 다 그렇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소매 상인에게 배추가 다 팔릴 때까지 차가 붙잡혀 있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배추나 무를 싣고 도매시장으로 가서 경매에 참여하는 차량의 운반비가 비싼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