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롤

나의승의 음악이야기 37

등록 2003.11.19 12:04수정 2003.11.1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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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L은 통일신라시대에 살았던 장보고 대사의 영정 그리기를 시도했는데 그리던 중에 다시 보면, 원하지도 않았던 이순신 장군이 그려져 있고 새로운 마음으로 또 한번 그려봤지만, 이번에는 세종대왕이 그려져 있고, 해서 도저히 그릴 수 없었다는 고뇌의 이야기를 나는 들은 적이 있다. 아마 그는 한동안 붓을 다시 잡지 못했을 것 같다.

빈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서 그가 가장 한국인다운 옛 영웅을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탱고의 작곡가이자 연주자였던 '아스토르 피아솔라'는 파리 음악원 출신이다.

젊은 시절의 그에게도 화가와 비슷한 아픔의 시절이 있었는데 열심히 음악을 만들어도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곡이 만들어지고 그만의 언어로 표현방법을 찾지 못했던 고통스러운 때에, 결국 그의 모국 '아르헨티나'의 '탱고'에서부터 돌파구를 찾았다는 옛 이야기가 있다. 천재들은 대개 그들의 돌파구를 찾는 일에 능숙하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그것의 연속일 것이다. 잠시도 쉬지 못하고 길을 찾아서 숨을 헐떡이는 마라톤 선수와 크게 다르지 못할 것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를 막론하고 그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언어습관이 있다. 그래서 감별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그들을 가려낸다.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인정을 받게 되면, 일반적인 통용이 되는 것이다.

그런 과정이 어느 음악가에게 있다면 그는 유명한 사람이다. 습작의 과정 또는 헐리우드 키드의 시절을 벗어나서 어느 분야의 없으면 안될 사람이 되는 것이다.


계절이 손가락질하는 만큼, 이제 '크리스마스 캐롤'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크리스마스 캐롤'을 녹음하도록 제안 받는 사람들은 대개 재능을 인정받은 사람들이거나 자기 분야에서 최고이거나 등의 이유에서 일 것이다.


다소 삭막한 이야기이지만 자본주의 시장원리가 어떻게 되는가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들의 음악이 팔리지 못할 것이 예견된다면, 아무도 부탁하지 않을 것이므로.

옷들이 진열되어 있는 백화점의 쇼윈도 또는 혼잡한 도심의 의류매장에 겨울옷이 진열되는 시기는 가을부터다. 그렇듯이 성탄절의 노래들은 대개 가을에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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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러스 체스넛(피아노)'의 '찰리 브라운 크리스마스'는 2000년 가을에 나왔고, '포플레이'의 '스노우바운드'캐롤은 99년 가을에 나왔다.

그리고 2003년 겨울이 아직 이른 지금, 그들은 다시 우리 곁에 찾아와 있다.

'사이러스 체스넛'은 열 살이 되기 이전부터 피아노를 연주했고, 아직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밥 재즈'연주자로서 대가의 품위를 엿볼 수 있기까지 하다.

편곡에 천재적인 솜씨를 발휘하는 사람들을 발견하게 되면, 대개 재즈연주 또는 작곡가들이 많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이러스 체스넛(Cyrus Chestnut)은 그런 사람들 중 한사람이다.

게다가 스티브 겟(드럼), 펫 마티노(기타), 크리스챤 맥브라이드(베이스), 마이클 브래커(테너 섹소폰) 등 최고의 연주자들이 참여하고 있어서 그의 음반은 더욱 빛을 발한다.

'밥 제임스(키보드)', '리 릿나워(기타)', '래리 칼튼(기타·90년대 후반 래리 칼튼으로 바뀌었음)', '네이선 이스트(베이스)', '하비 메이슨(드럼)으로 구성된 '포플레이four play'는 부드럽고 세련된 사운드가 가히 최고급임을 사람들은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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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연주팀의 이름이 인상적인데, 네사람의 연주라는 뜻의 four play는 사실 fore play의 발음과 거의 차이를 갖지 못한다.

four와 fore의 차이는 '넷'의 의미와 한문의 '앞전(前)'의 의미로 전혀 다른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포플레이'는 '네사람의 연주'라는 의미속에, '전희(前戱)'라는 의미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전희'라는 의미를 밑에 깔고 앉아 있는 '포플레이'의 이름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음악이 인간의 영혼 또는 마음을 '전희'하는 부분이 있는가? 나는 있다고 생각한다. '포플레이'의 연주자들은 그것을 염두에 두고 이름을 이름했을 것이다.

어쨌든 2003년 올해도 저물어만 가고, 2004년 갑신년이 올 것이고, 어김없이 성탄절의 노래들은 겨울옷과 때를 맞춰 우리 곁에 오고, 쇼윈도우의 마네킹이 봄옷으로 갈아입을 때면, 떠나기를 반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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