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남미의 미래, 가비오따스

<가비오따쓰>의 앨런 와이즈먼이 들려주는 생태공동체 이야기

등록 2003.11.27 10:28수정 2003.11.2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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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가비오따스>

<가비오따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1월 15일 콜롬비아의 생태공동체 가비오따스 취재기를 책 <가비오따쓰>(황대권 옮김, 월간 말)로 펴낸 미국 언론인 앨런 와이즈먼(Alan Weisman)을 초청했다.

이번 행사는 생태 도시 가비오따쓰의 궁금증을 풀고 현대인의 에너지 중독에 대한 심각성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 앨런 와이즈먼은 "에너지는 마약과 같은 존재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벌써 이 마약에 중독되어 있다"고 전했다.


폭력과 마약에 둘러싸인 회색빛 남미, 초록빛으로 물들어

와이즈먼이 처음 '가비오따쓰'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폭력과 마약 등이 사회적 문제로 깊게 존재하는 콜롬비아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콜롬비아가 세상에서 가장 생태적인 풍요로움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가난한지, 또 왜 그렇게 오랫동안 서로 싸우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음 방문한 콜롬비아 마카레나 국립공원은 생물 다양성이 잘 보존되어 있는 풍요로운 자연이었다. 하지만 끝없는 내전으로 마카레나 국립공원은 위험에 빠져 있었고 그의 눈에는 희망이 없어 보였다. 와이즈먼은 "그 당시 콜롬비아 현지 기자에게 그곳은 희망이 없다고 이야기하자 먼 동쪽 오지에 멋진 마을이 있다며 소개해 준 곳이 바로 콜롬비아 동부 사바나 지역의 생태 공동체 '가비오따쓰'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가비오따쓰 취재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1994년부터 3년간 가비오따쓰를 취재한 앨런 와이즈먼은 자신이 경험한 가비오따쓰를 사진 자료와 함께 자세히 설명했다.

가비오따쓰 입구에 세워져 있는 풍차는 무게가 60kg밖에 안되는 알루미늄판 풍차이다. 이는 7km/h 정도의 느린 풍속에도 작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모두 그 지역 주민들이 살아남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한 결과이며 그 척박한 사바나 지역에서 일구워 낸 삶의 지혜이다. 또한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시를 비롯한 많은 지역에서 가비오따스의 지혜를 배우고 있다.

가비오따쓰는 구름 낀 날에도 이용 가능한 태양열 온수기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원래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시는 고대지이고 추운 지역이라 물을 데울 수 있는 열이 필요했다. 태양열 집열판은 대통령 궁안에서나 전력회사 등이 시설을 도입해 적극 사용되고 있다.


다음은 간담회에서 나온 질문과 답변을 정리한 것이다.

- 가비오따쓰라는 생태 마을을 처음 시작했을 때 인구수는 얼마였고 지금은 어느 정도 되는지.
"처음에는 2명의 사람이 그곳을 찾아가 생태공동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 가비오따쓰에 사는 인구의 수는 200여 명이 된다. 마을을 확장시키려는 의지는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 콜롬비아 동쪽 사바나 지역의 토양은 그리 좋은 조건이 아니다. 식용작물을 기를 수 있나.
"땅에서는 식용작물을 재배하지 못하지만 수경 재배로 몇 가지 식물을 기를 수 있다. 또한 100% 자급자족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외부에서 사들여 오기도 한다. 가비오따쓰인들은 황무지에 소나무를 심어 숲을 복원시키고 소나무숲에서 나오는 송진을 팔아서 필요물품들을 사기 위한 돈을 마련한다."

진정 중독성 가진 마약은 '에너지'

- 중국이나 인도의 인구수가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다수의 인구를 포함하는 중국이 에너지를 대책 없이 사용한다면 에너지 고갈로 인해 세계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선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 콜롬비아의 마약 조직을 취재하기 위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진정으로 중독성을 가진 마약은 '에너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에너지라는 마약의 중독자임이 분명하다. 나에게 15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노트북이 이제 작업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 버렸다. 평생 중독된 것이 아닌가. 이제 언론인으로서 중독된 마약의 '주사 바늘'을 빼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한다.

우리는 에너지에 중독된 만큼 에너지를 안전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최선의 방법은 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여 사용하는 것이다. 콜롬비아의 경우 보고타시 아파트나 건물은 태양열 집열판을 사용해 에너지를 20%나 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통령궁도 태양열 집열판을 이용할 만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보고타시는 고도가 높아 춥고 연중 여덟 달 동안 비가 오고 구름이 많이 끼는 도시이다. 이런 곳도 된다면 햇살 좋은 서울도 태양열 집열판을 이용한 에너지 사용으로 20%의 에너지 사용량을 절감할 수도 있고, 대기오염과 같은 공해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 정도 줄일 수도 있다."

- 가비오따쓰의 태양열과 물을 이용한 에너지 자립성은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전기 자립면은 어떤가.
"간단하다. 송진 공장에서 나무를 때서 보일러를 사용하거나 데워진 공기로 발전기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가비오따쓰의 기술자들은 특별한 기술력을 가졌거나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지역 주민들끼리 서로에게 배우고 기술은 공유한다. 가비오따쓰인들은 정기적인 교육을 받지 않아도 창의적으로 지역에 맞는 기술을 발굴해 낼 수 있다."

진정한 에너지 혁명은 풀뿌리 수준부터

앨런 와이즈먼은 누구인가

▲ 내한 중 비무장지대(DMZ)을 방문, 취재중인 앨런 와이즈먼
ⓒ박종학
<가비오따쓰>를 펴낸 앨런 와이즈먼은 미국의 <뉴욕타임즈 매거진>, , <하퍼스>, <오두본> 등 다수의 정기간행물에 글을 기고하는 현직 언론인이다. 이번 방한은 한국의 비무장지대(DMZ)와 한국 종교에 관한 취재를 하기 위해서 이루어졌다. 앨런 와이즈먼은 환경운동연합 관계자와 함께 일주일간 동행하며 비무장지대 DMZ의 면모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와이즈먼은 "DMZ에서 패러독스(paradox)를 느낀다"며 "철조망으로 겹겹이 둘러 쌓인 비무장지대는 남북이 서로 총을 겨누고 있어 극도의 긴장 분위기가 맴도는 곳이지만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야생동·식물들을 볼 수 있는 공간"라며 방문 소감을 밝혔다. 와이즈먼은 지난 15일 환경연합 초청간담회 참석 외 17일에는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에서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 조혜진
-한국도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해 관심이 많지만 경제성 때문에 주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비용 때문에 정부가 주저하고 있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의지나 결의가 필요하다. 미국 정부가 이에 대한 의지가 별로 없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진정한 에너지 혁명은 풀뿌리 수준에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콜롬비아의 가비오따쓰도 정부 당국의 허락을 받고 시작한 것이 아니다. 필요로 의해 지역주민들 스스로 개척했을 따름이다."

-미국의 댄싱레빗(Dancing Rabbit)이라는 생태공동체처럼 도시를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예가 많다. 이들은 원시적인 생활을 원칙으로 하는데 원시적인 생활과 생태적인 생활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문명으로부터 떠나는 것은 아름다운 시도이다. 하지만 그것은 의미 있는 방법은 아닌 것 같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구 문명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보다 지역에 맞는 에코니즘이 필요하다.

한 예로 미국 LA에 '에코빌리지'라는 곳이 있다. 이곳에는 비싼 태양열 집열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옥상에 플라스틱 통을 두고 그 위에 유리를 덮어 물을 데워 쓰는 지혜를 보여 주기도 한다. 가난하기 때문에 집앞 잔디를 없애고 채소를 기른다. 그 동네는 차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집세를 깎아주기도 한다. 오히려 가난한 이가 재활용하는 방법을 자연 치료법을 알고 있다. 가난한 이들의 지혜를 배워 더 많은 지속가능한 환경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가비오따쓰 - 세상을 다시 창조하는 마을

앨런 와이즈먼 지음, 황대권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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