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57

진보, 개혁, 보수, 수구 (5)

등록 2003.11.28 16:32수정 2003.11.2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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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단은 즉각 검증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엔 그것을 누군가에게 복용시켜볼 수가 없었다.

세상에 한 알뿐이며 다시 제조할 수 없다는데 어쩌겠는가!


하여 쉽게 결론 내리지 못하고 있을 때 철기린은 장일정을 믿는다면서 영단을 가져 오라 하였다. 그리고는 연공관에 들었다.

장일정을 신뢰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설명대로라면 병을 치료하고 덤으로 내공까지 얻는 기연을 만나게 생겼기 때문이다.

사실 철기린에게서 그런 증상이 나타난 것은 장일정이 부린 술수 때문이었다. 보약이 제대로 지어졌는지 검사한다면서 새끼손가락을 담갔던 것은 핑계였다. 손톱 밑에 발라둔 탈력쇄혼독(奪力碎魂毒)을 풀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지나가는 말처럼 호옥접에게 말했던 것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어쨌거나 그것은 무색, 무취, 무미인지라 누구도 눈치챌 수 없었다. 그래서 철기린이 무기력과 혼미함을 느꼈던 것이다.


장일정이 북명신단을 바치면서 진짜 효능을 감춘 것은 놀라운 효과를 미리 말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느껴보라는 의도에서였다.

무인에게 있던 내공은 생명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모든 무림인들은 소림사의 대환단을 탐냈다.


단 한 알만 복용해도 반 갑자 내공이 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적게는 십 갑자, 많게는 이십 갑자 정도 내공이 늘어난다면 어떤 상이 내려지겠는가!

연공관을 나선 철기린은 가장 먼저 자신을 찾을 것이다. 물론 치하하기 위함일 것이다. 상을 내리겠다고 하면 소원 한 가지를 들어 달라 할 참이었다. 물론 왜문과 유대문의 멸망이었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건만 원수를 갚을 방법이 생각나지 않자 장일정은 자포자기하고 말았다. 그렇기에 들어주면 고맙고, 안 들어줘도 그만이라는 생각에서 일을 저질러 버린 것이다.

그 저변에는 무림천자성이 강호의 정의를 위해 힘쓰는 의로운 집단이라는 생각이 깔려있었다는 것도 작용하였다.

다시 말해 소원을 안 들어줘도 강호의 정의를 위해 사용한 것이므로 아까울 것이 없다 생각한 것이다.

북명신단을 제조했지만 자신은 우흉심(右胸心)이기에 안 되고, 호옥접 역시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 복용할 수 없다.

다시 말해 희대의 보물이기는 하나 둘에게는 한낱 신외지물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것의 진정한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깊이 가늠해 보지 않았기에 쉽게 건넨 것이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할까? 휴우우우우…!'

아무리 궁리해 봐도 좋은 생각이 떠오지 않자 이회옥은 긴 한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오랫동안 앉아만 있었기에 엉덩이에 쥐가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이때였다!

북명신단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될 무렵 슬그머니 밖으로 나갔던 호옥접이 전각의 문을 열고 들어서며 입을 열었다.

"저어…, 이 공자님! 손님이 찾아 오셨는데요."
"예에? 손님이요? 이 늦은 시각에요? 그리고, 여기까지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요?"

철마당에서는 자신이 이곳에 온 것을 아는 사람이 없다. 따라서 제아무리 급한 용무가 발생되었다 하더라도 이곳으로 올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여 대체 누가 자신을 찾아왔는지 다소 의아해하던 이회옥은 눈을 크게 뜨지 않을 수 없었다.

일타홍 홍여진이 생글거리며 들어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낭자가 어떻게 여기까지…?"
"호호! 그동안 강녕하셨어요?"

"어, 어떻게 여길 알고…?"
"호호! 다 방법이 있죠. 헌데 이렇게 세워만 두실 참이세요?"

"아차! 자, 안으로 드시오."
"호호! 엎드려 절 받기네요."

지금은 일경은 물론 이경까지 지난 야심한 시각이었다. 이런 시각엔 타인의 집에 방문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예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각에, 그것도 자신의 거처도 아닌 의성장으로 찾아왔을 때에는 뭔가 일이 있는 것이다. 하여 위급한 상황이라도 발생되었나 싶어 서둘러 안내하였다.

붉은 색 궁장을 걸친 일타홍은 그녀의 외호처럼 마치 한 송이 붉은 장미처럼 너무도 어여뻤다. 게다가 사뿐사뿐 옮기는 걸음에는 우아함은 물론 고결함과 더불어 요염함까지 배어 있었다.

"?……"

지금껏 머리를 쥐어뜯으며 반쯤 울부짖던 장일정은 전각 안으로 들어서는 홍여진을 보는 순간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녀의 미색이 너무도 눈부셨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것으로 따지자면 호옥접도 만만치 않다. 외출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무한에는 그녀의 옥용을 한번이라도 보았으면 하는 사내들이 적지 않다.

의성장에 와서 치료를 받았던 환자들의 입을 통해 그녀의 아름다움이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한 때문이다. 그래서 근간에는 천강선녀라는 그녀의 외호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중이었다.

그녀가 이제 막 피어나려는 울금향(鬱金香: 튜울립)처럼 아름답다면 홍여진은 만개(滿開)한 장미 같았다. 그런 느낌이 드는 이유는 호옥접에게 없는 농염한 요염함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세상의 모든 사내들로 하여금 일순 멈칫거리게 하기 충분한 정도였다. 그렇기에 장일정이 잠시 굳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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