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겸목이와 함께 찍은 사진.요즘 주말근무 때문에 아들과 목욕탕 가는 것도 힘들어졌다.
그러나 이동환씨는 합법의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는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한다.
"경찰은 가치판단을 하지말아야 하는 집단입니다. 가치판단을 허용하면 한 개인 혹은 집단의 이익에 따라 경찰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할 위험이 있죠. 지난 군사독재정권 시대에는 실제로 그런 상황들이 일어났구요. 내가 파병반대에 동의한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집회에 참여했다고 해서, '많은 국민들이 원하니까 물러서 주자' 이럴 수가 없다는 거죠."
그는 특히 시위대가 경찰을 밀거나 때리는 행위를 '폭력'이라고 인식하지 않는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우리도 똑같은 사람입니다. 시위대가 경찰들에게 폭행당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경찰들도 그들에게 맞을 이유가 없습니다. 무장을 하고 방패를 들었다고 해서 폭력을 휘둘러도 되는 건가요? 그런 행위를 하면서 '평화집회를 경찰이 막고 있다', '폭력경찰 물러가라'고 하는데 그럴 때면 참 곤혹스럽습니다."
무력충돌은 양쪽에게 돌이키기 힘든 피해와 불신을 안겨주었다. 이를 고민하던 이동환씨는 집회에서의 충돌을 최소화하는 방편으로 방패를 든 대원들이 뒷열에 서도록 제안했다.
"방패가 오히려 시위대를 자극한다고 생각했죠. 방패가 없으면 아무리 쇠파이프를 든 시위대라고 해도 섣불리 때리거나 차질 못합니다. 대원들이 방패를 잘못 사용해서 시위대의 항의를 받는 일도 없으리라고 생각했구요. 시위대의 불법행위 중에도 말이나 가벼운 제지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과잉대응이 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항상 강조해왔고 대원들은 이를 잘 따라주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물로 공격을 할 때는 뒷열의 방패가 즉각 대응하도록 했구요."
이같은 진압방식의 변화는 보수언론의 공격대상이 되었다. 공권력이 무너졌다는 비난이 일었다. 이러한 비난에 대한 그의 입장 또한 분명하다.
"왜 '강경진압',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겁니까? 법대로만 처리하면 되는 것입니다. 시위대가 신고한 대로만 집회를 진행한다면 경찰병력 댈 필요가 없고, 그들이 법의 범위를 벗어날 때에만 경찰이 개입하면 되는 겁니다."
'영화감독' 이동환을 꿈꾼다
독자투고나 기고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를 선택했다. 대안언론으로서의 <오마이뉴스>에 대한 믿음이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즉각적으로 볼 수 있는 독자들의 반응이었다.
"기사에 달린 독자의견을 보면 참 재미있어요. 경찰이 썼기 때문에 편향적이라고 생각해선지 제 말을 전혀 믿지 않는 분들도 있고, 그런가하면 또 제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분들도 있고요. 이것이 우리 사회의 단면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주말에도 근무를 하는 열악한 노동조건에도 불구하고(대부분의 경찰은 1주일에 60~80시간 동안 일한다고 한다) 그가 글을 계속 쓰는 것은 그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 희망은 서로 다른 생각에 귀기울이는 법을 배워 가는 성숙함이자, 진보와 보수의 극단 속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부딪힘이다.
"아들놈이 저랑 목욕가는 걸 참 좋아해요. 그런데 함께 못간지 참 오래됐어요. 요즘은 아예 때밀이 아저씨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없어요."
아들 생각을 하며 살짝 찡그리듯 웃는 이동환씨의 꿈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영화의 소재도 경찰이라는 정도로만 독자에게 귀띔하려고 한다. 현직 경찰이면서 뉴스게릴라이자 영화감독이기도 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곧 독자들에게 닿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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