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벌레 월동 아파트 분양합니다

이색적인 '무당벌레 월동도우미 봉사활동'

등록 2003.12.05 00:47수정 2003.12.0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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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학교의 창틀에서 무당벌레가 월동하는 모습

학교의 창틀에서 무당벌레가 월동하는 모습 ⓒ 황원판

우유팩을 재활용해 만든 '무당벌레 아파트'로 월동을 도와 주는, 이른바 '무당벌레 월동 도우미 봉사 활동'이라는 이색적인 학생봉사활동이 화제가 되고 있다.


무당벌레는 무리를 지어 주로 풀과 낙엽 밑, 따뜻한 건물 등지에서 봄이 될 때까지 겨울잠을 자는 곤충이다. 빨간 등껍질에 검은 색 점박이가 귀여운, 우리들이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곤충이다.

이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곳은 마산합포여중(교장 신화정)으로 마산 무학산의 한 지류인 봉화산 북쪽 경사면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이 학교 건물은 남쪽을 보고 있어 겨울철에 햇살이 깊숙이 들어와 매우 따뜻하다.

그래서 학교 인근 지역의 무당벌레들이 월동을 하기 위해 제일 많이 찾는 '월동 1번지'가 바로 마산합포여중의 따뜻한 창틀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창문 틈새에서 겨울잠을 자는 무당벌레들은 대부분 월동 중에 급격한 온도 변화와 건조한 겨울 날씨 때문에 죽고 만다.

"학교 창문틀에서 겨울을 나면서 추위에 죽어 가는 무당벌레가 안타까워서 월동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이 봉사활동을 제안한 조원 교사의 말이다. 청소 시간이면 쓰레받이에 수북히 쌓이는 죽은 무당벌레가 안타까워, 지난 2002년부터 '무당벌레 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주인공은 봉사활동을 지도하고 있는 조원 교사와 이 학교 졸업생인 김인영(현 마산제일여고 1학년) 학생을 중심으로 한 학생들이다.

이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겨울을 나기 위해 학교 건물의 창틀로 모여든 무당벌레의 종류는 '18점박이 무당벌레'가 대부분이다. 작년에 이뤄진 조사에 따르면 이들 개체 수는 학교 건물 1층에 945마리, 2층에 1207마리, 3층에 797마리, 4층에 584마리 등 총3533마리이며, 대부분이 추운 기온때문에 겨울을 못 넘기고 죽는 것으로 밝혀졌다.


a 월동 중 춥고 건조한 날씨에 창틀에서 죽은 무당벌레

월동 중 춥고 건조한 날씨에 창틀에서 죽은 무당벌레 ⓒ 황원판

이들이 무당벌레를 살리기 위해서 고민 끝에 고안한 것이 우유팩으로 만든 '무당벌레 아파트'다.

우유팩을 깨끗이 세척한 다음, 그 속에 낙엽을 넣으면 훌륭한 '무당벌레 아파트'가 된다. 무당벌레 5마리당 이 아파트 한 채씩 무료로 분양을 하여 따뜻하게 월동을 하도록 돕는다. 이런 무당벌레 아파트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장바구니에 담겨져 교실에 보관된다.

요즘같이 쌀쌀한 겨울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2월 초가 되면 학생들은 아파트 '건설'에 여념이 없다. 이러한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은 4~5명 가량. 특별히 부서나 모임을 만들지 않고 봉사 활동에 동의하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모여 일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에 창문틀에서 월동한 개체는 대부분 죽었으나, 우유팩을 재활용하여 만든 이 '무당벌레 아파트'에서 월동을 한 무당벌레는 모두 살아 있었다고 한다. 이 전용 아파트에서 따뜻하게 겨울을 지낸 무당벌레는 다음해 봄에 자연으로 '방사'된다.

a 재활용 우유팩과 낙엽으로 따뜻한 '무당벌레 아파트'를 만드는 모습

재활용 우유팩과 낙엽으로 따뜻한 '무당벌레 아파트'를 만드는 모습 ⓒ 황원판

처음에 무당벌레 살리기가 제안되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고 한다. 일상에서 너무 흔하고 하찮은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가슴 훈훈한 활동으로 모두 공감하고 있다.

이 '무당벌레 살리기' 봉사활동을 지도하고 있는 조원 교사는 "학생들이 무당벌레를 살리는 과정에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생명존중 정신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장담하며, "우유팩으로 무당벌레 아파트를 지어주는 과정에서 자원 재활용 정신과 절약정신도 함께 배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a 실내에 만들어진 따뜻한 무당벌레 '아파트 단지'에서 월동하는 모습

실내에 만들어진 따뜻한 무당벌레 '아파트 단지'에서 월동하는 모습 ⓒ 황원판

또 그는 "이처럼 미물의 생명을 소중히 여길 줄 알 때, 사람 생명의 고귀함도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며, "최근 높아 가는 생명 경시 풍조와 청소년 자살 문제를 치유하는 한 방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학교에 보다 많은 무당벌레를 보호하는 '무당벌레 월동센터'를 만들어 학교의 전통으로 이 생명존중 봉사활동이 지속적으로 확산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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