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는 'No', 강한 여성은 'Yes'

클라우스 휘브너의 <오노 요코 : 마녀에서 예술가로>

등록 2003.12.07 15:44수정 2003.12.0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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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 아니면 오노 요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전설적인 그룹 비틀즈의 리더였던 존 레논은 자신에게 부와 명예를 가져다 준 그룹을 탈퇴하고 오노 요코를 아내로 맞았다.


그 때문에 오노 요코는 비틀즈를 사랑했던 영·미 언론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세계인이 가장 혐오하는 마녀”로 비난을 받았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20세기의 문화 아이콘으로 군림했던 ‘비틀즈’해체의 주범으로 몰려 일생 동안 비난과 조롱에 시달려 온 그녀이지만, 적어도 우리가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던 존 레논의 아내 오노 요코가 아니라 예술의 혼을 간직한 다재다능한 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독일의 전기작가 클라우스 휘브너가 쓴 <오노 요코 : 마녀에서 예술가로>는 현대 전위 예술과 함께 지내온 한 여성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그 속에는 <이메진>의 영감을 존 레논에게 전해주던 오노 요코가 있고, 영국 트라팔가 광장의 석조 사자상을 흰 천으로 휘감던 전위 예술가로서의 오노 요코가 살아 숨쉬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존 레논의 아내로서 그녀가 겪어야만 했던 세상의 멸시 때문에 한없이 아파해야만 했던 평범한 여자가 그려져 있다.


“한동안 오노 요코의 예술적 야망은 이런 일련의 사건 뒤로 밀려났다. 그럼에도 이미 언급한 LP판 <공감 느끼기>가 세상에 선을 보였다. 이 앨범에서는 존 레논의 영향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오노 요코에게는 이 LP판이 남편의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해방의 몸짓이었다.

하지만 대중은 그녀의 작품에서 거듭 레논과의 유사성을 찾아보려고 했다. 오노 요코가 결코 풀 수 없는 딜레마였다. 그녀의 노래에서 레논의 냄새가 나면 표절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반대로 비틀즈와 레논의 흔적을 지우고 나면 남편의 도움 없이는 이류 음악밖에 만들지 못한다고 그녀를 비난했다.“



오노 요코는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은 세상의 검둥이”라고 말했다. 오노는 이 말을 노래로 바꾸어 불러 70년대를 살아가고 있던 여성들에게 해방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그녀는 미디어를 이용하면서 동시에 세계 평화와 반전에 대한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세상에 대해 충격적이면서 또한 공격적인 전위 예술과 여성주의, 그리고 관습 파괴를 도모하는 작품들을 속속 내놓음으로써 그동안 ‘세상의 마녀’로 불렸던 오노 요코의 예술활동은 빛을 발한다.

“강하고 진취적이며 목적 의식이 투철한 여성. 자기 힘으로, 굽히지 않는 의지로 목적을 추구하는 여성. 훗날 오노 요코는 이 시기를 회상하며 자신을 입센의 <인형의 집>에 나오는 노라와 비교했다.

'노라는 독립을 위해 자식과 남편을 버렸지요. 노라는 내게 초기 페미니즘적 태도를 상징합니다.' 그녀의 결심은 확고했다. 일본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가 그곳 예술계에서 명성을 쌓는 것이었다.”


도쿄 은행가의 딸로 태어나 한 세기를 풍미했던 한 여성 예술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그 당시의 문화, 예술, 그리고 정치적 경향을 엿볼 수 있지만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그녀에 대한 ‘그릇된 편견에서 벗어나기’가 아닐는지.

<오노 요코 : 마녀에서 예술가로>를 통해 언제나 ‘YES'라고 말할 줄 아는 전위 예술가 오노 요코와 한번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가 될 것이다.

오노 요코 - 마녀에서 예술가로

클라우스 휘브너 지음, 장혜경 옮김,
솔출판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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