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선 시대 히포크라테스 선언 <의방유취> | | | 의사의 도덕, 윤리를 논함(論大醫精誠) | | | | 1.······의학을 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의학 원리에 대하여 널리 보고, 깊이 연구하여 한시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훌륭한 의사는 병을 치료할 때에 반드시 정신을 안정하고 의지를 든든히 할 것이고 어떠한 욕심이나 바라는 생각이 없어야 한다. 2.먼저 환자에 대한 자비롭고 측은히 여기는 마음[大慈·惻隱之心]을 발휘하여 사람의 고통을 다 구원한다는 서원(誓願)을 세워야 한다. 병이 나서 고쳐달라는 사람이 있으면 직위의 높고 낮은 것, 돈 있고 없는 것, 어른과 아이, 잘 생겼거나 못 생긴 것, 원한이 있는 자와 벗, 자기 민족[華]과 다른 민족[夷], 똑똑하거나 어리석은 사람 할 것 없이 다 자기의 살붙이처럼 똑같이 대접해야 한다. 또 이것저것 득실과 길흉을 따지지 말 것이며 자기의 생명을 보호하고 아끼려고도 하지 말아야 한다. 환자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으로 여기고 깊은 동정심을 가져야 하며, 험한 산길, 밤낮, 추위나 더위, 배고픔과 목마름, 몸의 피로를 따지지 말고 오직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일념으로 환자를 구해야 하며, 자기가 환자를 위해 수고한다는 티를 내지 말아야 한다.······
3.옛날부터 명의들이 흔히 생명 가진 것을 써서 위급한 병을 치료했다. 비록 동물은 천하고 사람은 귀하다고 말하지만, 목숨이 소중한 것은 모두 똑같다. 남을 해하여 자기를 이롭게 한다면, 상대방이 고통받게 될텐데, 이는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살생을 해서 생명을 구한다면, 생명 존중과 더 멀어지는 것이다. 생명 가진 물체를 약으로 쓰지 말라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4.훌륭한 의사의 행동은 언제나 정신을 맑게 하고 마음을 가다듬어서, 바라보면 위엄 있어 보이고, 너그러움이 넘쳐흐르며, 교만하거나 어리석게 보이지 않도록 한다. 병을 진찰할 때에는 끝까지 생각하고 자세히 형태와 증후를 살펴 털끝 만한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침이나 약에 대한 처방을 할 때에 조금도 틀리지 않도록 한다. 병을 신속히 고쳐야 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병을 돌봄에 의혹이 있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세밀하게 따져보고 깊이 또 널리 생각해야 한다. 생명이 위급한 때에 급히 서두르거나 명예를 얻으려는 행위는 ‘인(仁)’의 정신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5.환자의 집에 가서도 아름다운 비단과 천에 눈을 팔지 말 것이며, 좌우를 두리번거리지 않는다. 좋은 음악소리가 들려도 못 들은 체 해야 하며, 훌륭한 요리도 맛없는 것처럼 대하고, 좋은 술로 못 본 체해야 한다. 여러 사람이 즐겁게 노는 잔치에 한 사람이 참석하지 못하면 모두가 마음이 편치 않은 법인데, 더구나 환자가 한시도 참을 수 없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의사로서 태연하게 오락을 즐기며 오만하게 있다면, 이런 일은 사람과 귀신이 모두 부끄러워하는 일로 수양을 갖춘 사람이 하지 않는 일이다. 의사노릇을 옳게 하려면 말을 많이 하거나 함부로 웃지 말며 농담을 하거나 시끄럽지 않아야 한다. 시비에 간여하거나 인물평을 하지 않아야 한다. 이름을 날리는 데 정신을 팔지 말고 다른 의사들을 비난하지도 않으며, 자신의 덕에 긍지를 갖는다.······
6.노자가 말하기를 “사람이 몰래 덕을 베풀면, 사람이 그에 대해 보답을 한다. 사람이 악한 일을 하면, 귀신이 그를 해친다.”고 했다. 이 두 경우를 보건대, 알게 모르게 보답하는 것이 어찌 거짓이겠는가? 의사가 자기의 좋은 기술을 뽐내거나 돈벌이에 정신을 쓰지 않고 오직 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생각만 한다면, 은연중에 스스로 많은 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 부자나 직위 높은 사람이라 하여 비싸고 귀한 약들을 처방하여 환자로 하여금 구하기 힘들게 하는 것으로 자기의 재능을 뽐낸다면 이는 충서(忠恕)의 도가 아니다. 생명을 구하는 일에 뜻을 두었기에 이처럼 상세히 논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