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방문하기에 앞서 한상렬(가운데) 목사 등 단체 대표들은 '마크 국회의원실'로 일제히 전화를 걸어 면담을 신청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각자 일대일로 마크할 의원들의 이름이 적힌 봉투를 꺼내들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정현백 대표, 한상렬 목사가 꺼내든 봉투에는 각각 권영세, 김홍신 의원, 박관용 국회의장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봉투 안에는 평화를 향한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할 책임이 있는 국회의원들은 당론이나 미국과의 약속 뒤에 숨지 말라"고 촉구하며 국회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몇 걸음 가기도 전에 이들은 줄지어 선 경찰의 저지선에 가로막혔고 이후 활동가들의 '게릴라 진격'이 시작됐다.
그러나 국회는 모든 출입구를 봉쇄했다. 국회 정문이 닫히자 김기은 참여연대 회원참여팀 간사 등 4명은 국회 도서관쪽 출입구로 향하기도 했으나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국민의 대변자 자처할 자격 없다"
국회로 통하는 출입구 곳곳에서 시민과 국회 경비대와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국민이 국회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왜 막나? 이유를 얘기해보라. 우리가 폭탄을 들고 있는 것도 아니고 국회의원들에게 전하는 종이 한 장 들고 온 것 아닌가."
국회 경비대가 국회 도서관 출입구까지 봉쇄하자 김기은 간사는 거세게 항의했다. 그러나 김 간사의 항의에 대해 국회 경비대원들은 "절대 출입시키지 말라는 상관의 지시가 있었다"고 답할 뿐이었다.
국회를 돌아서며 김 간사가 말했다.
"국회는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기관이 아닌가. 당연히 국민의 의사를 수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앞으로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대변자'라는 말을 스스로 떼어야 한다."
상황은 국회 정문쪽도 마찬가지였다. 국회정문은 이미 50여명의 전·의경들에 의해 가로막힌 상태였다.
이에 한상렬 목사, 김숙임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공동대표를 비롯한 단체 대표들은 "국회의원과 면담 약속했는데 무슨 근거로 국회 출입을 막느냐"며 국회로 가는 길을 막는 경찰에 항의하며 각자 면담하기로 한 의원실에 전화를 걸어 국회로 들어갈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으나 끝내 국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날 국회 앞에 모인 '이라크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 소속 활동가 40여명은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뜻을 대변해 이라크 파병동의안에 반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안진걸 참여연대 회원참여팀장은 이날 국회 경비과의 태도에 대해 성토했다. 국회는 지난 11월7일 '정치개혁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연대' 소속 80여명의 시민활동가들이 국회를 찾았을 때도 문을 굳게 닫았었다.
이에 대해 안 팀장은 "오늘 내가 만날 의원은 문석호 열린우리당 의원이었다"며 "의원이 없어 의원실 관계자를 대신 만나기로 했으나 오늘도 국회는 문을 굳게 닫았다"고 허탈해했다. 이어 안 팀장은 "국회의원에게 의사를 전달하려는 행동조차 막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면서 "권력기관을 경비하는 경찰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문 봉쇄'에 대해 현장을 지키던 영등포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국회 사무처의 지시"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단체 활동가들의 방문을 국회 경비과에서 (국회) 사무처에 알렸으나 막아달라는 요청을 해왔다"며 "개별면담은 막을 수 없지만 같은 목적을 가진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집단 방문은 안 된다는 것이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날 단체 활동가들은 결국 '마크 국회의원들'을 만나지 못했다. 이들은 약 1시간에 걸친 경찰과의 실랑이 끝에 국회 정문 앞에서 마크 의원들의 이름을 부르며 "파병에 반대해달라"고 외친 뒤 돌아서야 했다.
이날의 상황에 대해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이렇게 평가했다.
"예정된 방문조차 막는 국회의 고압적 태도에 실망했다. 우리가 만날 국회의원은 너무나 멀리 있었다. 국회가 민의를 수렴하는 기관이라는 것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말이 아닌가."
이후 국민행동은 이날 직접 전달하지 못했던 '공개 호소문'과 파병동의안에 대한 의원들의 입장을 묻는 '의견조사서'를 각 의원실에 팩스로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국민행동 소속 단체들이 15개 국회 상임위를 분담해 개별 면담을 추진할 계획이다.
| | 민노당 "지금의 국회는 '청개구리' 국회" | | | [현장] 비리연루 의원 6명 체포동의안 즉각 처리 촉구 | | | |
| | ▲ 민주노동당이 9일 낮 12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이날 국회 앞에서는 또하나의 '국회성토대회'가 있었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낮 12시부터 국회를 약 50m 앞둔 국민은행 서여의도 영업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리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천영세 민노당 부대표 ·노회찬 민노당 사무총장 등 민노당 관계자 10여명은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9일이 16대 국회의 임기만료일임에도 불구하고 2004년 예산안과 정치개혁안 등 산적한 민생 개혁법안에 대한 직무를 유기한 국회를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오는 10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는 한나라당의 박명환·박재욱·박주천 의원, 민주당의 박주선·이훈평 의원, 열린우리당의 정대철 의원 등 비리 연루 의원 6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즉각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회찬 사무총장은 국회를 '청개구리'에 비유하며 거세게 비난했다.
노 사무총장은 "현재의 국회의원들은 국민이 원하는 것은 처리하지 않고 국민이 원하지 않는 것은 날쌔게 처리하고 있다"며 "지금의 국회는 청개구리 국회"라고 비꼬았다. / 김지은 기자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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