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블루노트 공연, 이제 듣지 않고 볼 수 있다

나의승의 음악이야기 40

등록 2003.12.10 10:58수정 2003.12.1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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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2월 뉴욕의 '타운 홀'(town hall)에서는 역사적인 일로 기록될 공연이 있었다. '블루노트와의 하룻밤(One night with Blue Note)'이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진 이 공연은 블루노트의 창립자인 알프레드 라이언(Alfred Lion)의 기념 연설로 시작되었다.

1939년 블루노트가 설립된 이후로 수많은 최고의 연주자들이 있었으며, 그 날의 공연은 그 연주자들과 그동안 도와준 사람들을 위한 공연임을 말하고 있다. 공연 실황을 담은 녹음 치고, 첫 번째 트랙 기념연설을 할애한 것은 무척 드문 일이다.


그것은 일생을 재즈발전에 공헌했고 재즈의 역사 속에서 최고의 산파로 기록될 수 있는 알프레드 라이언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예우이며,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기념물이기도 할 것이다. 그 날의 공연은 CD, Laser Disc, DVD 등으로 남아 있다.

거기에 참가한 연주자들은 아트 블레키, 케니 버렐, 론 카터, 잭 드조넷, 루 도날드슨, 커티스 풀러, 쟈니 그리핀, 허비 헨콕, 조 헨더슨, 프레디 허버드, 찰스 로이드, 제키 맥린, 미셸 페트루치아니,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 등이다.

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곧 재즈의 역사를 읽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약 100년으로 보는 재즈역사의 상당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그들과 그들의 연주는,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2003년에 DVD로 나온 이 공연을 80년대 후반 레이저 디스크로 봤던 경험이 있다. 대가들의 연주를 보는 것은 듣기만 하는 것과는 많이 달라서, 재즈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LD는 두 채널 스테레오이지만 DVD는 5.1채널의 서라운드 사운드라 누군가 정통재즈의 한가운데를 접해 보고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런 기록물을 권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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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있는 또 하나의 그림은 레이저 디스크로 발매됐을 당시의 커버 사진을 그대로 옮기고 그날의 연주곡들 중에서 9곡 만을 골라 편집한, 95년의 일본판 CD이다.

이 사진은 그들의 기록이 신선하며, 보존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애교있는 표현으로 제시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설득력을 갖는다.


알프레드 라이언의 스피치(speech)를 제외하고, 첫 번째 트랙은 허비 헨콕(Herbie Hancock,피아노)의 원곡으로 유명한 켄터루프 아일랜드(cantaloupe island)인데, 피아노의 허비헨콕이 주도 하지만 프레디 하버드(freddie hubbard)의 트럼펫은 특히 대단한 테크닉을 보여준다.

'트럼펫 연주라면 이 사람처럼…'이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들의 연주는 처음의 연주자들이 다시 한번 모여서 25년만(85년 당시)에 연주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 발표된 지 약40년된 이 곡은 이제 밥 재즈의 교과서적인 음악이 되었다.

두 번째 트랙 '리코다 메(recorda me, 색소폰)'는 '조 헨더슨' 의 '페이지 원(page one)'이라는 63년의 음반 중 대표곡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 헨더슨'은 장식적이거나 화려한 연주기술을 즐기지 않는 연주자이며 그와 반대되는 성격의 연주자들과 비교했을 때 싫증을 덜 느끼게 할 것이다. 85년 타운홀의 공연에서 역시 그는 소박, 담백한 연주를 들려준다.

여섯 번째 트랙 '섬머타임(summer time)'은 전설적인 클라리넷 연주자 '시드니 베셰(베쳇)'를 기리며 '그로버 워싱턴 Jr.'가 소프라노 색소폰을 정성을 다해 연주하고 있다. 그가 최근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새로운 연주는 더 이상 없겠지만, 앞서 언급한 조 헨더슨과 비교가 될 좋은 연주자로서 손색이 없다.

일곱 번째 트랙 '모닌(moanin)'은 50년대부터 불멸의 명곡이 되어 왔고, 재즈를 어느 정도 들어봤던 사람이라면 즐겨 들어왔을 드러머 '아트 블래키'의 대표곡 중 하나일 것이다.

DVD에 수록된 14개의 곡 모두 버릴 것이 하나 없는 최선의 기록이 될 것이다. 재즈를 자주 접해 보지 못했거나, 처음 접하고 있거나, 어느 정도 듣고 있지만 아직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블루노트와의 하룻밤(One Night With Blue Note)'는 재즈의 가운데 '토막(main stream)'을 단 한번에 보게 되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무엇이든 전에 겪지 못한 일을 익숙하게 하려면 시련기가 필요하다.

재즈에 비해서 역사가 훨씬 오래된 클래식에서조차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거나, 사용된 지 오래돼서 당시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던 화성같은, 혹은 다른 장르에서 빌려온 각종의 다양한 박자들과 화성과 거기서 다시 창조된 박자와 화성, 그리고 인간이 하는 모든 음악행위 중에 궁극의 그것이랄 수 있을 즉흥연주, 출렁거리는 스윙감 등은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다가올지 모른다.

그러나 음악을 반복해서 듣다 보면 거기에 또 다른 즐거움의 바다가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바흐부터 비틀즈까지 재즈의 품안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숨쉬는 독특한 매력에 만약 당신이 일단 빠져들면, 돌아 나오기도 힘들다는 사실에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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