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쌀 협상, 개방확대는 불가피한가

한국의 쌀 협상과 일본·대만의 경험 살피는 <쌀 협상 국제세미나> 열려

등록 2003.12.10 18:48수정 2003.12.1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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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의 관세화 유예 연장 여부에 대해 추가 협상을 갖기로 지난 UR 농업협상에서 약속한 2004년이 목전에 다가왔다.

차기 협상 결과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든 관세화로 전환하든 간에 대폭적인 쌀 시장 개방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본과 대만의 쌀 협상 경험을 토대로 우리의 협상 전략과 대응 방법을 모색하자는 '2004년 쌀 협상을 위한 국제 세미나‘가 10일 오전 9시부터 양재동 서울농업무역센터(aT센터)에서 열렸다.

a 2004년 쌀 협상을 위한 국제세미나

2004년 쌀 협상을 위한 국제세미나 ⓒ 김태형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이정환) 주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는 하야시 마사노리(林 正德) 전 일본 농림성 국제부장과 천시황(陳希煌) 전 대만 농업위원장 등이 참석해 일본과 대만의 쌀 협상 과정을 소개하고 쌀 관세화 전환에 따른 농업 시장의 변화와 문제점 등을 설명했다.

하야시 마사노리 전 일본 농림성 국제부장은 "일본의 경우 98년 9월 이후 UR 협정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을 실시한 다음 99년 4월 전격적으로 관세화 전환을 결정했다"며, "외국산 쌀에 대한 수요 실태 등을 고려해서 일본 정부는 저가의 수입쌀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의 관세를 덧붙일 수 있는 종량세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a 전 일본 농림성 국제부장 하야시 마사노리

전 일본 농림성 국제부장 하야시 마사노리 ⓒ 김태형

대만의 경우 관세화 전환 이후 양질의 저가 쌀이 대량으로 수입되는 바람에 어려운 조정 국면을 맡고 있다고 밝힌 천시황 전 대만 농업위원장은 "서양국가의 불공정한 무역압력에 대항하기 위해 동양국가들이 공동이익을 위해 힘을 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시황 전 대만 농업위원장은 "대만은 당시 깊은 고려와 연구를 거치지 않고 관련시설을 적절히 설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쌀 수입 관세화를 추진하여 오늘날 곤경에 처하게 됐다"며, "이러한 교훈이 한국의 쌀 수입정책을 결정하는데 하나의 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농, "관세화 유예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오후에 재개된 세미나에서 ‘한국의 2004년 쌀 협상의 여건과 쟁점’에 대해 발표한 서진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에게 최대로 유리한 협상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쌀의 관세화나 관세화 유예 연장 어느 한 쪽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며, “쌀 협상 자체가 관세화 유예 연장 조건을 협의하기 위한 것이지만 우리가 언제든지 관세화로 전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협상입지를 확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 위원은 “협상 결과가 우리 쌀 산업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력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적절한 특별기구를 설치•운영해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상 결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개방 확대에 대비한 쌀 산업 발전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a 전기환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전기환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 김태형

이어진 전체토론에서 전기환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쌀 시장이 전면적으로 개방될 것이라는 농민들의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협상을 임하기도 전에 협상 결과를 예견하고 다니는 농림부의 태도를 봤을 때 쌀 개방과 관련된 정부의 협상력을 도무지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아무리 개방이 국제적 조류라 하더라도 농민들은 그 대세 속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이 없다”며, “관세화냐 유예 연장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쌀 산업을 어떻게 지킬 것이냐가 논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쌀 시장 개방의 대폭적인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협상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다수 개진되었다. 토론에 참가한 신동헌 농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 등은 “개방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협상력을 발휘해 국내 쌀 시장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농가의 실질적인 수입 증대와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가 지원이 적극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지금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대만의 쌀 시장 개방에 대한 관심과 일본의 협상 전략 등이 많은 관심을 끌었으나, 농민 단체와 정부 당국 간의 이견 차이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지난 UR 농업 협상에서 개도국의 지위를 인정받아 2004년까지 쌀의 관세화를 유예 받았으나, 그 이후의 관세화 유예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특례기간이 종료되기 전인 2004년 중에 추가 협상을 벌이기로 약속했었다.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쌀 수출국과의 협상에 있어서 ‘추가적이고, 수용 가능한 양허’가 필요한 상태이나 미국, 중국 등의 주요 쌀 수출국들은 이 조항을 근거로 수입량의 대폭적인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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