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모 연재소설 <수메리안> 23

등록 2003.12.29 13:32수정 2004.01.0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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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태왕은 중요 선인만 다섯으로 채우고 호위병을 장수와 함께 정예군사 50명을 대동시킨 것인데, 후에 생각해봐도 그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 싶었다.

무엇보다도 이곳 군사들과 에인은 서로가 잘 알고 있었다. 설령 형제국에서 참으로 뛰어난 정벌꾼들을 모집한다 해도 관계가 낯설다면 아귀가 잘 맞지 않아 삐걱거릴 수도 있었다. 게다가 에인에게는 목숨을 보호해줄 친예부대가 필요했다.


그렇게 군사를 뽑았을 때 태왕은 장수에게 비밀리에 하달했다.
'그대들이 대월씨국에 도착하면 재상과 함께 먼저 떠났던 그 군사들도 만나게 될
것이다. 일단 그들과 합류를 한 뒤 정벌지까지 모두 함께 동행을 하라. 그러니까 그곳에서 모집한 군사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주력군대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그대들이라는 뜻이다. 내말 알겠느냐?'

'예, 마마. 그러하겠사옵니다.'
'그리고 그대들은 항상 에인의 곁에서 그를 보필함은 물론이려니와 에인의 가장 용맹스러운 군사들로서 그 명예를 지키도록 하라.'

장수도 맹세를 했다.
'우리 소호국의 장수는 죽어서 돌아올지언정 패배해서는 귀국하지 않는 것이 그 율령이나이다. 목숨을 다해 임무를 완수하겠나이다.'

그렇게 군사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또 다른 걱정이 뒤를 이었다. 그것은 짐승이었다. 그 많은 짐승들이 어떻게 물도 없다는 사막을 통과하느냐는 것이었다. 이때에는 제후가 그 답변을 내놓았다.

'다 피해갈 수 있는 길이 있사옵니다. 삼위산(돈황)만 지나면 울음산이고 그것만 넘으면 작은 호수(월아천-오아시스)가 있습니다. 거기서부터는 사막을 피해 천산북
로나 남로를 타면 되고, 그렇게 곧장 가다보면 서역(타림분지)을 만나는데, 그곳에는 서른여섯 군데의 마을이 있습니다. 동, 서방 각지의 유목민들이 모여들어 그렇게 크고 작은 마을을 이루고 있는데, 일단 거기만 도착하게 되면 도처에 광대한 초원지대라….'


'그럼 사막은 아주 피해갈 수 있단 말이오?'
'아, 물론 울음 산(명사산) 쪽은 관통해야 하옵니다. 하지만 그 길이 크게 멀지 않아 누구든 통과할 수 있사옵니다.'
하긴 아우도 먼저 그 길로 떠난 터였다. 태왕은 요즘 들어 잔걱정이 너무 많았다고 생각하면서 말의 수를 그렇게 적정선으로 늘였던 것이었다.

출정군들이 모두 궁문을 빠져나갔다. 낙타를 탄 제후도 그 뒤를 따랐다. 태왕은 그들의 꽁무니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제부터 머나먼 길을 가야 한다. 그 길은 험난할 것이다. 특히 처음으로 세상 밖에 나가는 에인에게는 쉬운 원정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아이는 이미 신족이다. 에인이 이겨내지 못한다 해도 기필코 신들이 도울 것이다.

교각소리도 멈추고 궁정 마당조차 텅 비었건만 태왕은 언제까지나 그렇게 혼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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