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시대, 여대생 취업 ‘가시밭길’

실업 여성 1년새 10만명 늘어

등록 2003.12.17 15:40수정 2003.12.1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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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청년층 여성의 실업률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여대생들이 학교 취업창 게시판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청년층 여성의 실업률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여대생들이 학교 취업창 게시판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 우먼타임스 김희수

여성의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어 여성 취업에 비상이 걸렸다.

통계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2003년 11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11월 청년(15∼29세) 실업률은 8%로 지난 3월 이후 8개월만에 다시 8%대로 높아졌으며, 청년층 여성 실업률은 7.1%로 지난해 11월 4.5%와 비교하면 무려 2.6%나 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본격적인 취업철을 맞아 대학 졸업 예정자들이 대거 구직 활동에 나섰으나 경기 침체와 경력자를 우대하는 구인풍토가 확대되면서 취업문이 좁아졌으며 기업의 여성인력 기피로 여성 구직난이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외환위기 이후 채용시장 ‘꽁꽁’

15∼29세 여성의 실업률 7.1%는 10월의 5.6%보다도 1.5%나 높아진 것으로 최근 들어 급격히 악화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같은 연령대의 남성은 8.9%로 여성보다 비율은 높게 나타났지만 10월의 9.0%보다는 0.1% 낮아졌다.

한편 통계청의 이번 발표에서 11월 실업자 수는 79만2000명으로 지난 10월과 비교해 2만7000명이 증가했고, 청년층을 포함한 전체 실업률은 3.4%로 10월의 3.3%보다 0.1% 높아졌다.

11월 실업자수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2.2%인 14만4000명이 늘어났으며 실업률도 0.6%p 상승, 지난 1년 동안의 경기침체를 반영했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은 괴로워”
네티즌 중심 자조 섞인 신조어 확산

극심한 청년실업난의 영향으로 신조어와 토론, 유머 등이 인터넷을 가득 채우고 있다. 불행한 시대를 희화화하면서 위안거리를 삼는 네티즌들의 세태는 포털사이트, 백수 커뮤니티, 토론방, 유머게시판 등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

최근에는 ‘백수’ ‘백조’를 대신하는 신조어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태백’이란 말도 그 중 하나.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 말은 시대의 현실을 한탄하고 자신의 처지를 위로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밖에도 ‘폐인’ ‘귀차니즘(모든 일을 귀찮아하는 백수들의 태도)’ 등의 용어는 오래 전부터 네티즌 사이에서 쓰인 일상언어다.

청년실업을 소재로 한 유머도 많은 네티즌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아시다시피,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해 청년실업이 40만명에 육박하는 이때,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없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MBC시트콤 ‘논스톱4’에서 앤디의 대사는 어느 인터넷동호회에서나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단골 유머 소재다.

이밖에도 다채로운 유머가 있다.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국가경제발전에 도움을 주지 않는 행위를 한 달 이상한 자”를 말한다는 백수의 정의, “백수는 신문의 부고란까지 정독하며 케이블TV의 편성표까지 달달 외운다”는 백수의 생활습관 등의 우스개가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백수’와 ‘신선’은 소식(小食)을 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신선은 ‘안’ 먹는 거고, 백수는 ‘못’ 먹는다는 차이점이 있으며, 신선은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르고 백수는 사회적 시간개념을 모르기 때문에 공통점이 있다는 유머도 인기다.

자신의 ‘백수일기’를 직접 써서 화제가 되고 있는 네티즌도 있다. ‘유머마스터’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나는 드디어 백수가 되었다. 나라를 이끄는 사람들은 나를 위해 IMF를 안겨주고, 많은 백수동료까지 주었다. 취직하는 그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시간을 죽이는 마음으로 모든 백수들을 사랑해야지”라는 내용의 일기를 연재해 인기작가 대접을 받고 있다.

변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자조일까. 정부의 경제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네티즌은 상대적으로 줄고, 헛웃음과 비웃음이 교차하는 허탈한 유머가 갈수록 늘고 있다. / 우먼타임스 최희영 기자
대학졸업예정자를 중심으로 한 젊은 여성(15∼29세)들의 실업률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여자대학의 취업 및 경력개발센터들은 ‘연수학기제 도입’을 검토하는 등 다양한 대책 마련으로 졸업예정자들과 졸업생들의 취업 지원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 11월 15∼29세 청년층 여성의 실업률은 7.1%로 지난해 같은 기간 4.5%와 비교해 무려 2.6%나 상승했다. 11월의 실업률은 지난 10월의 5.6%와 비교해도 1.5%나 늘어난 것으로 취업을 앞둔 대졸여성 및 졸업예정자들이 무더기 실업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


여학생들의 취업진로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여대 취업센터들은 경기침체가 계속되는데다 기업들의 구인방식이 경력자를 중심으로 한 수시 채용으로 바뀌면서 대학졸업예정자들의 취업은 상대적으로 불리해졌으며 소수인원을 채용하는 기업측이 여성보다는 남성을 선호, 청년 여성 실업률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연수학기제, 인턴사원 지원 등 대학당국 대책마련 부심

이 때문에 대학들은 총장을 비롯한 모든 교직원들이 학생들의 취업을 위한 활동에 적극 매진하는 한편 제도적인 개혁을 서두르고 있어 경기악화가 대학의 분위기까지 바꾸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성신여대 취업정보센터는 “기업들이 경력자 중심의 수시 채용을 선호하는 데다 IMF 이후 줄곧 생존을 위해 몸집을 줄여나가고 있어 고학력 인플레이션이라고 할 정도로 대졸 여성들이 진출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적다”며 “이같은 시장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2004년부터 연수학기제를 도입, 인턴사원 활동 등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덕성여대 취업지원실은 “수출만 호조를 보일 뿐 내수가 살아나지 않아 유통기업의 절반 이상이 주인이 바뀌는 등 경제여건이 나빠지면서 기업의 인력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며 직장체험프로그램을 통해 기업과 대학의 산학연대를 확대하는 한편, 일반사무직에 집중돼 있는 졸업예정자들의 취업선호도를 다양한 직종으로 확대하는 취업지도를 통해 취업률을 높여나갈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서울여대 취업봉사실은 “기업의 구인 건수 자체가 줄어들면서 기업들이 여성보다는 남성을 선호, 대학졸업을 앞둔 여대생들의 취업이 더욱 힘들다”며 여성차별이 덜한 외국계 기업과 전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탄탄한 기업을 발굴, 졸업생들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찾아내는 일을 서두르고 있다.

요원한 ‘취업의 꿈’ 그래도 희망은 있다
고난의 취업기

ⓒ우먼타임스 장철영 기자
“취업의 ‘ㅊ’ 자만 나와도 온몸의 신경이 그리로 쏠린다. 웬만한 취업 관련 사이트에는 모두 회원 등록이 되어 있고, 모교를 비롯해 몇몇 학교의 취업 정보실 사이트를 줄줄 외고 있다.

졸업 후 1년 동안은 집안 식구들이 내 눈치를 보며 오히려 용기를 주었다. 그런데 2년째로 접어드니까 식구들마저도 왠지 예사롭지 않은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 같다. 비슷한 처지의 친구만 만나게 되고 잘 나가는 친구들과는 점점 거리를 두게 된다.”

지난 2000년 2월 대학을 졸업한 J씨(27)는 자신의 사회생활 4년을 이렇게 고백했다. 그는 졸업한 후 50여곳의 기업체에 원서를 넣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번듯한’(?) 기업체 입사를 포기하고 선배가 운영하는 벤처업체에 몇 개월 다니기도 했지만 회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다시 ‘업자’가 됐다는 그는 취업의 꿈을 접고 1년간 어학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온 뒤 1개월 만에 국내에 커피 전문점 진출을 계획 중인 한 외국계 기업에 취업이 됐다. 하지만 ‘입사의 단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2개월 동안 기획서만 내라고 하고 정식 발령을 내주지 않더군요. 결국 그만두고 말았어요.”

그러는 사이 3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J씨는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기로 결심하고 1년간 공부를 했다. 처음엔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일단 붙고 봐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9급 시험에 응시했다는 J씨는 1점 차이로 떨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내년에 다시 한번 도전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지방대학을 나온 L씨(27)는 현재 월간지 기자로 일하고 있다. 수학과를 졸업한 L씨는 기업체 입사는 아예 기대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단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과외를 시작했고 그렇게 3년 정도를 보냈다.

“기자가 되고 싶었다”는 L씨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과외를 접고 한 언론사가 주최하는 언론인 양성 프로그램에서 기자 수업을 받았다. ‘언론고시’를 준비하기엔 대학졸업 후의 공백이 너무 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일단 기자 수업을 받으니까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능력을 바탕으로 당당히 기자로 성공하겠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프로그램 과정을 마친 L씨의 첫 직장은 소규모 지역신문사였다. 열심히 일했지만 회사 재정이 어려워 급여가 연체되기 일쑤였다고 한다. 급기야 신문사는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아직도 체불 임금을 받지 못했지만 L씨는 그 신문사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사람의 소개로 월간지 기자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취업이 어렵다보니, 아예 취업을 포기하고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다시 치러 취업이 잘되는 학과로의 진학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 현재 H대학 기계공학과 4학년에 적을 두고 있는 N씨(25)가 그 경우.

2002년 3월 다니던 학교에 휴학을 신청한 N씨는 수의학과를 목표로 2년째 대학 입시에 매달리고 있다. “취업보다는 고용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N씨는 “또래 친구들보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전문 직업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 우먼타임스 임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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