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 과학자들 "추워서 연구 못하겠어요"

퇴근에 맞춰 난방 전면 중단...'열악한 연구환경 개선 시급"

등록 2003.12.18 09:29수정 2003.12.1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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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가 되면 연구실이 추워, 하고 싶은 연구를 늦게까지 할 수 없어요."(P 연구원)

"정부가 열악한 연구환경을 개선하겠다고 한 말이 어느덧 옛날 얘기가 돼 버린 것 같아 씁쓸하네요."(M 연구원)

"추위를 이겨가면서까지 이렇게 연구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J 연구원)


대덕연구단지 일부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에 근무하고 있는 연구원들의 불평섞인 얘기다.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는 등 본격적인 추위가 엄습하는 이맘때가 되면 출연연 과학자들은 밤늦게도록 해야 할 연구가 있어도 하지 못하고 연구원을 빠져 나온다.

퇴근시간이 되면 난방 시스템이 전면 중단돼 도저히 연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출연연들은 중앙 난방시스템을 채택, 가동하고 있어 퇴근 시간인 오후 6시 전후에 모든 난방 공급을 중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원들이 연구를 하려면 매서운 추위와 싸워 가면서 연구를 해야 한다.

정부가 '제2의 과학기술입국'을 표방하며 열악한 연구환경 개선, 연구원 사기 진작책 등을 수없이 내놓고 있지만 이를 무색케 하는 단적인 사례다.


일부 연구원들은 난방기기를 개별적으로 구입해 사용하고 있으나 이마저 화재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규정의 제약을 받아 사용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연구원들은 해야 할 연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실의 온기가 사라질 즈음에 퇴근해 버린다.

아예 집에서 가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챙겨가는 몇몇 연구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H연구원과 E연구원은 연구실 밖에서 하는 연구와 물 등 실외에 설치된 연구장비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애를 먹고 있다.

L 연구원은 "11월 중순이 되면 늘상 추위에 대비해 내복을 입고 출근한다"면서 "난방과 같은 사소한 것들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슨 열악한 연구환경이 개선되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K 연구원은 "매년 이런 일을 겪다보니 추위에 맞서 연구할 수 있는 내성이 생긴 것 같다"며 농담섞인 말을 던진 뒤 "부분적으로나마 늦게까지 남아 연구하는 연구실에는 난방을 공급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H연구원 관계자는 "난방 시스템이 원래부터 중앙집중식이어서 당장 해결할 방법은 없다"면서 "매년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구원들도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지적하지 않고 있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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