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부추기는 발언, 공개 사과하라”

18일 ‘정재원 중구청장 발언에 대한 항의 기자회견’ 열려

등록 2003.12.18 16:04수정 2003.12.2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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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18일 대구여성회 및 대구지역 30여개 시민단체는 중구청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어 “중구청장의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지난 18일 대구여성회 및 대구지역 30여개 시민단체는 중구청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어 “중구청장의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 허미옥

지난 1일 정재원 중구청장이 <12월정례조회>에서‘중구 자갈마당을 발전시키겠다’는 발언을 해 무리를 빚고 있는 가운데 대구여성회 및 대구지역 30여 개 시민단체는 18일 중구청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어 “중구청장의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대구여성회는 3일 중구청장 앞으로 공개질의서를 발송, 5일까지 답변을 요구했으나 중구청장은 일체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이후 여성회 측은 9일부터 중구청 앞에서 1인 릴레이시위를 전개했으며, 13일에는 대구백화점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가진 바 있다.

"성매매 발전에 따른 이익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a 기자회견 중 "자갈마당 성상업회 중구청장 사과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장면.

기자회견 중 "자갈마당 성상업회 중구청장 사과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장면. ⓒ 허미옥

기자회견에서 대구여성의전화 이두옥 대표는“성매매 여성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 노동을 강요받고, 업주에게 경제적 착취를 당하고 있다”면서 “이는 명백한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성매매 방지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 현 시점에 성매매 근절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지방자치단체장이‘공창 발언’을 한 것에 분노와 절망을 느낀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윤종화 사무처장은 “중구청장은 인권의 사각 지대인 자갈마당을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하지 않고, ‘세수 확장’을 근거로 자갈마당을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면서 “건전한 기업 육성을 통해 발전을 기하지 않고 성매매를 발전시켜 이익을 추구한다면 그것이 실제 중구 발전에 얼마나 기여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경제규모를 키우고 세수를 확장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건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 좀 더 사람들이 살기에 좋은 곳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 아닌가. 그런데 중구의 자갈마당은 어떠한 곳인가. (...) 여성을 쇼윈도우에 상품처럼 진열하고, 명백한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눈가리고 아웅식의 돈만 주면 여성의 몸을 사서 마음껏 배설하는 것이 용인되는 곳이다. 그 여성들이 생계형이든 아니든 선택이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그녀들도 시민이고, 인간이라는 것이다.

(...) 또한 자갈마당과 같은 시설을 운영하는 자들은 대부분 조직폭력배이거나 그들의 비호를 받은 이들이고, 이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결코 건강한 자본이 되지 못하고 조직폭력배의 자금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다. 이렇게 해서 비대해진 조직은 사회를 불안정하고 불법이 판치는 곳으로 만들 분이다.” <기자회견 문 중에서>



TV에는 ‘성매매 근절’ 공익 광고가 방송되고 있다

a 대구경북여대생협의회 김오희연 씨(영남대 총여학생회 회장)

대구경북여대생협의회 김오희연 씨(영남대 총여학생회 회장) ⓒ 허미옥

대구경북여대생협의회 김오희연씨(영남대 총여학생회 회장)는 “여성을 돈만 내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고 하나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라면서 “성매매는 명백한 인권 유린”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TV에는 ‘성은 사고 파는 문제가 아닙니다’는 공익 광고가 방영되고 있다. 성매매 근절을 위한 캠페인 광고가 방영되고 있음에도 이러한 시대착오적 발언을 한 중구청장은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

중구청장, 공식 질의 무시·비공식적 접촉 시도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시대착오적 발언’을 한 것 외에 공식적 사과 요구를 무시하고 있는 중구청장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대구여성회 안이정선 대표는 “공개 질의서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중구청 관계자들이 비공식적 통로를 통해 ‘뭔가 오해가 있었으니 개인적으로 만나서 풀자’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요구를 수용할 생각은 절대 없으며 중구청장이 공개토론회를 요구한다면 공개적 장소에서 토론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회 측은 “공개 질의서 발송 이후 중구청 측에서 공식적 통로(대구여성회 사무실)가 아닌 대구여성회 대표의 개인 휴대 전화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협상 결렬 시‘고발 조치’도 불사

a 중구청장은 '공식적 사과'를 하는 대신 '비공식적 통로'로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중구청장은 '공식적 사과'를 하는 대신 '비공식적 통로'로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 허미옥

기자회견에서 대구여성회 측은 △ 성매매 업소를 발전시키겠다는 시대착오적이며 반인권적 발언을 즉각 취소하고 중구시민과 대구시민에서 공개 사과할 것 △ 대구 중구지역의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지역의 위상을 떨어뜨린 것에 대해 책임지고, 공개 사과할 것 △ 대구 성매매 집결지인‘자갈마당’의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권유린 실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장기적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대구여성회 최이영희 사무국장은“향후 협상단을 구성해 면담을 요청, 공개 사과를 받아낼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협상 결렬 시 대구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책위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중구청장이 계속 공식적 입장 표명을 유보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의 지위로 명백한 불법 행위인 성매매를‘발전시켜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위법 행위로 간주, 고발조치 할 것”이라 밝혔다.

정재원 중구청장 발언에 대한 항의 기자회견 전문

정재원 중구청장은 ‘자갈마당’을 발전시키겠다는 발언을 즉각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 하라!

지난 12월 1일, 정재원 중구청장은 <12월 직원정례조회>에서 2003년 11월 3일부터 12일까지 유럽 4개국을 순방한 뒤의 소감을 피력하면서 다음과 같이 발언하였다.

"... 네덜란드는 성문화가 굉장히 발달한 된 곳이다. 우리 중구에는 자갈마당이 있으니까 이거를 어떤 식으로 거기서 운영하며 중구에 자갈마당을 적응시켜야 되겠구나 생각하는 게 자치단체장의 생각이다."

"...그래서 거리 (네덜란드)를 샅샅이 , 다른 시장, 군수, 구청장보다는 중구에 그게 (윤락가)있기 때문에 더 유심히 살펴보고 거기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다."

“ 내부적으로 볼 때 11월 27일 중구보건소 옆에 아라비안나이트가 개장했습니다. 세수가....거기 이번에 우리가 세금을 걷어 들인게 8억 8천, 구세로 봐서는 1억 6천4백, 시세가 6억 들어와요, 벌금 천오백만원. 효과를 네 가지로 봅니다. 테이핑을 할라 하니까네 뭐하라 가나 오해를 받는다 그깁니다. 지방단체장이 해야할 일이 그깁니다. 우야든지 세수가 증대되고 고장이 발전해가지고, 최대한 격려해가지고 지역에 발전이 온다고 생각하고 그게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날 참석했습니다. ”

성매매는 명백한 불법 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세수확대를 위해 성문화가 발달한 곳으로 자갈마당을 키우겠다는 발언은 불법행위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성매매방지법안을 제정하고, 성산업의 비대화로 인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현 정부와 시민사회단체가 노력하고 있는 현실에 맞지 않는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인 공인의 책임을 망각한 행동이다.

경제규모를 키우고 세수를 확장하는 것,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건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 좀 더 사람들이 살기에 좋은 곳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 아닌가. 그런데 중구의 자갈마당은 어떠한 곳인가. 전국에서 손꼽히는 3종지역으로 중구가 해결해야 하는 시급한 현안과제이다. 여성을 쇼윈도우에 상품처럼 진열하고, 명백한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눈가리고 아웅식의 돈만 주면 여성의 몸을 사서 마음껏 배설하는 것이 용인되는 곳이다.

그 여성들이 생계형이든, 아니든, 선택이든, 아니든 중요한 건 그녀들도 시민이고, 인간이라는 것이다. 성매매는 그들에 대한 폭력일 뿐이다. 그 시설이 아무리 좋아진다고 해도 그 안에 있는 여성들에 대한 폭력의 내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런 시설을 점차 축소해나가고 그 여성들의 자립을 돕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그러한 시설을 선진화(?)시키고 규모를 키우겠다니! 이는 돈을 위해서라면 여성들을 희생의 제물로 쓰겠다는 반인간적이고 비인권적인 발상이다. 성매매를 용인하는 한, 우리사회가 한 때 부끄러움과 두려움에 떨었던 인신매매가 새롭게 판을 치게 될 것이다.

시민의 손으로 뽑은 구청장이 오히려 시민의 안녕과 인권을 위협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하다니, 사회를 이끌어가는 이들의 가치관이 이래서야 도대체 우리는 누굴 믿고 무엇을 모델로 해서 살 수 있겠는가.

또한, 자갈마당과 같은 시설을 운영하는 자들은 대부분 조직폭력배이거나 그들의 비호를 받는 이들이고, 이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결코 건강한 자본이 되지 못하고 조직폭력배의 자금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다. 이렇게 해서 비대해진 조직은 사회를 불안정하고 불법이 판치는 곳으로 만들 뿐이다. 중구에 유흥시설이 비대해져서 그것을 통해 경제규모를 키운다는 것은 결국 중구의 경제를, 밤의 경제를 주무르는 세력들, 결코 지역민의 경제발전과는 무관한 이들의 손아귀에 갖다 받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직폭력배들에 의해 휘둘리는 사회가 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어디에서건 세수만 늘어 중구가 발전된다면 조직폭력배가 판을 치던 여성인권이 유린되든 상관없다는 현재의 지도층은 과연 누구를 위해 그런 발상을 하는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그런 이들에게 맡겨진 우리 지역의 미래가 암담하다.

지역경제가 불법 성산업으로 인해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으며, 지방 소도시까지 티켓다방 등 성산업 관련업종이 확대되어 지역공동체를 붕괴시키고 어린 청소년들이 성산업의 미끼가 되고 있음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기에 경기도의회, 경남도의회, 광주시의회, 대구시의회, 부산시의회, 전남도의회, 전북도의회, 충북도의회 등 전국 8개 지역 광역의회에서 성매매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하여 국회에 보낸 바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대구광역시 중구청장의 발언에 실망을 금할 길 없다. 이에 공인의 자격으로 내뱉은 정재원 중구청장은 이번 발언에 대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사과를 공개적으로 해야 하며, 중구청내 성매매피해여성에 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방지대책을 적극적으로 세워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정재원 대구중구청장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성매매 업소를 발전시키겠다는 시대착오적이며 반 인권적 발언을 즉각 취소하고, 중구시민과 대구시민에게 공개 사과하라.

1. 유흥업소에서 불법행위로 인해 지불되는 벌금까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 유흥업소가 번창하는 것이 지역의 발전을 위한 것이고, 시민을 위한 것이라고까지 발언하여 대구 중구지역의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지역의 위상을 떨어뜨린 것에 대해 책임지고, 공개 사과하라.

1. 대구의 성매매 집결지인 ‘자갈마당’의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권유린 실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1. 위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전국의 여성단체들은 연대하여 끝까지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2003년 12월 18일


6ㆍ15공동선언실현과한반도평화를위한대구경북통일연대, 대구KYC, 대구경북여대생대표자협의회,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대구여성회ㆍ대구여성의전화ㆍ대구여성장애인연대ㆍ주부아카데미협의회ㆍ포항여성회ㆍ함께하는주부모임), 대구경북지역양심수후원회,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구녹색소비자연대, 대구여성해방연대, 대구참여연대, 대구환경운동연합, 민주노동당대구시지부여성위원회, 민주노총대구본부, 민주주의민족통일대구경북연합, 반미여성회, 산업보건연구회, 새대구경북시민회의, 아파트생활문화연구소, 우리복지시민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대구지부, 전국여성노동노동조합대구지부,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대구경북연합,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대구지부, 참언론대구시민연대,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대구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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