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애환이 숨어 있는 서귀포의 미항

서귀포70경(16). 자연의 하모니 '서귀포칠십리해안경승지'

등록 2003.12.19 00:47수정 2003.12.1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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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보았던 금강은 내 마음속 바다였다. '부웅--'하고 떠나는 뱃고동 소리와 갈매기 떼. 그것이 그 때 내가 본 바다의 전부였다.

그러나 고등학교 1학년 때 채만식의 <탁류>를 읽고 난 후, 나는 바다 색깔에 대한 밑그림을 다시 그렸다.


그것은 채만식의 탁류에 나오는 주인공 '초봉이'의 서럽고 가슴아픈 이야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유행가의 가사처럼 '푸른 물결 춤추고, 갈매기 떼 넘나드는 푸른 바다' 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을 게다.

그렇게 바다를 동경했던 나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행운은 4면이 바다인 제주에서 살아가는 것이었다.

a 섬속의 섬으로 떠나는 낚시어선

섬속의 섬으로 떠나는 낚시어선 ⓒ 김강임

제주도에서는 길 끝에 항상 바다가 있다. 더욱이 그 바다는 푸르다 못해 새파란 쪽빛바다. 그리고 제주 바다는 주제가 있고 전설이 있으며, 삶의 애환이 있다.

섬사람들에게 바다는 삶의 터전이다. 바다를 일구어 양식을 만들기도 하고, 바다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제주에서의 바다는 육지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기도 한다.

a 출어를 기다리는...

출어를 기다리는... ⓒ 김강임

그 중에서도 서귀포항을 중심으로 부두와 섬 속의 섬, 화물선과 낚시어선, 칠십리해안이 어우러진 전경은 서귀포 칠십리 관광의 진수라 할 수 있다. 이곳이 바로 '서귀포 칠십리 해안경승지' 이다.


'서귀포 칠십리 해안경승지'는 서귀포시가 지정한 서귀포 70경 중의 한 곳이다. 특히 서귀포칠십리 해안경승지는 일출과 일몰이 아름다운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더구나 서귀포 항은 천지연 폭포 입구에 있어, 폭포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서 돌아온 사람들에게는 간이역의 역할을 한다. 특히 서귀포항은 칠십리를 에워싼 해안절벽의 웅장함과 파란 물결 위에 호위하는 듯 두둥실 떠있는 섬들의 수려함으로 빼어난 미항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a 유람선이 미끄러지듯 떠 있고

유람선이 미끄러지듯 떠 있고 ⓒ 김강임

새벽을 깨우는 어선들의 부산한 출어 준비, 화물선과 여객선의 우렁찬 뱃고동소리, 섬 주위를 곡예하 듯 미끄러져 가는 유람선의 경쾌한 리듬, 해저의 신비를 찾아 나서는 잠수함과 스쿠버들의 활기찬 율동이 한데 어우러져 엮어내는 거대한 자연의 하모니를 만끽할 수 있다.

a 서귀포 항에 정박한

서귀포 항에 정박한 ⓒ 김강임

이제 막 섬 속의 섬으로 떠나려는 낚시 어선이 출발을 준비한다. 아마 이 어선은 바닷물에 흠뻑 옷을 적시고 돌아올 것이다.

더욱이 이 해안 경승지에는 바닷물에 미끄러지듯 떠 있는 유람선의 모습이 이국적이다. 이 유람선은 서귀포 항의 넓은 바다가 모자랄 정도로 꽉 차 있다. 아미 이 유람선은 문섬, 섶섬, 범섬, 서건도의 내륙연안과 보목동 포구의 인접해안은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해양관광의 핵심코스. 시립해양공원에서 경관관광유람은 물론 관광낚시 등을 즐길 것이다.

a 만선의 꿈을 안고

만선의 꿈을 안고 ⓒ 김강임

서귀포 항 앞 바다에는 출어를 기다리는 배들은 일렬로 늘어서 있다. 마치 운동장에 줄을 지어 서 있는 학생들의 모습처럼 부동 자세를 취하고 있다.

만선의 꿈을 안고 돌아오는 배 한 척이 보인다. 누가 타고 있을까. 마중을 나온 이도 없으니 무척 쓸쓸해 보인다.

" 그래 내가 마중을 나가 보자"

손을 흔들어 보이지만 인기척이 없다.

a 한켠에는 화물선이

한켠에는 화물선이 ⓒ 김강임

화물선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우직하다. 우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생활 필수품을 실어 나르고, 멀리는 외국까지 넘나드는 화물선이 서귀포 칠십리 해안경승지의 대장인 것 같다.

a 밤바다를 밝히는

밤바다를 밝히는 ⓒ 김강임

밤바다를 훤히 밝혔을 집어등이 바닷바람에 대롱대롱 춤을 춘다. 손에 잡힐 듯 보이는 섬의 모습은 추운 겨울 날씨 탓인지 외롭게만 느껴진다.

이처럼 서귀포 칠십리 해안경승지에서 바라본 바다는 삶이 애환이 담겨 있다.

a 방파제를 걸어보니

방파제를 걸어보니 ⓒ 김강임

사람들은 한 장 남겨진 달력의 시간이 빨리 지나 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들이 황금 같기만 하다. 해야 할 일은 많은 데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던 숙제들을 떠올리며 방파제를 걸어 보았다.

길 끝에 바다가 있듯이, 방파제 끝에 서 있으니 보이는 곳이라고는 모두 바다뿐이다. 어린시절 내가 보았던 금강의 탁류처럼 그 바다는 가도가도 끝이 없는 망망대해다.

a 바다끝에는 다시 섬이 시작되고

바다끝에는 다시 섬이 시작되고 ⓒ 김강임

이곳이 바다 끝인 줄 알았는데, 바다 끝에는 또 한 섬이 있다. 그 섬은 항상 바다를 지키는 수호신처럼 느껴진다. 희미하게 보이는 섬은 또 하나 전설을 낳은 이어도가 아닐는지?

이렇듯 '서귀포 해안 경승지'에서는 그림자도 비추지 않는다. 그것은 바다 속에 내가 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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