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반대 인간띠잇기' 경찰 원천봉쇄로 실패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파병철회 국민대회 열려

등록 2003.12.20 21:04수정 2003.12.2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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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 주최로 20일 오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인간띠잇기대회' 참가자들이 파병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라크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 주최로 20일 오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인간띠잇기대회' 참가자들이 파병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백악관도 시위를 보장한다고 한다. 평화적으로 인간띠잇기를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막는 걸 보니 정부가 너무 옹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일 오후 6시께 정부종합청사를 '이라크 파병철회를 원하는 사람들로 이어진 띠'로 둘러싸려 했던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아래 국민행동)의 '인간띠잇기대회'는 경찰의 봉쇄로 실패했다.

이날 행사를 준비했던 정대연 전국민중연대정책위원장은 위와 같이 말하며 "하지만 파병반대를 위한 행사는 계속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광장에서 열린 사전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전경버스로 대로진입을 막는 경찰들을 피해 세종문화회관 뒤 주차장 쪽으로 이동, 청사로 향했다. 하지만 미리 버스가 길목을 막고 있었고 전경들이 진입로를 차단하고 있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전경들과 대치할 수밖에 없었다.

참가자들은 "전쟁반대, 파병반대!"를 외치며 막고 있는 전경들을 밀었고 경찰들은 "다칠 위험이 있으니 밀지 말라"고 응수하며 버텼다. 30여 분간 지속되던 대치상황은 참가자들이 포기하면서 끝났다. 이날 대치상황에서 별다른 폭력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인간띠잇기가 경찰의 봉쇄에 의해 실패한 뒤 참가자들은 다시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여 촛불집회를 연 뒤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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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가자가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이날 집회에 참석해 반전평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 참가자가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이날 집회에 참석해 반전평화 구호를 외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삭풍날씨보다 마음 더 춥게 하는 파병결정"


행사는 오후 3시부터 '파병반대 반전평화 콘서트'가 열리면서 시작됐다. 이 자리에는 10일째 여의도에서 '파병반대'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라창순 범민련남측본부의장과 한상렬 통일연대 의장 등 20여 명의 대표단을 포함해 3천여 명이 참가했다.

사회를 맡았던 정보선 민주주의민족통일인천연합집행위원장은 "이 추운 날씨보다 마음을 더 춥게 하는 것이 이라크 파병 결정"이라며 "모두 힘을 모아 파병철회를 이끌어내자"고 참가자들을 독려했고 참가자들은 "투쟁"이란 외침으로 호응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경찰은 참가자들을 전경차량으로 대로변과 격리시켰다. 콘서트에는 밴드 '천지인'과 '바람', 민중음악을 댄스음악으로 전하는 '젠' 그리고 '우리나라'와 권진원씨 등이 참여했다.

특히 이날은 추운 날씨 때문에 반주가 끊기고 마이크 음질에 이상이 생기기도 했만 출연진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음악을 선보여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행사 참가자들은 "미국은 이라크를 떠나라", "학살 파병, 점령파병 파병결정 철회하라"는 피켓을 흔들었다. "파병귀신은 뭐하나 몰라. 파병 좋아하는 국회의원 안 잡아가고"라는 식의 장난기 어린 글귀의 피켓도 눈길을 끌었다. 참가자들은 "노무현 정부는 망국적인 파병결정을 즉각 철회하라", "국회는 파병동의안 국회비준을 거부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라크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이 애초 계획했던 광화문 인간띠잇기대회는 경찰의 원천 봉쇄로 무산됐다. 참가자들이 미 대사관을 등지고 '미국반대'라고 쓰여 있는 대형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이라크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이 애초 계획했던 광화문 인간띠잇기대회는 경찰의 원천 봉쇄로 무산됐다. 참가자들이 미 대사관을 등지고 '미국반대'라고 쓰여 있는 대형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파병하면 '전쟁참여정부'"

인간띠잇기 행사에 앞서 벌어진 시민연단 순서에서 김세균 파병반대국민행동 공동대표는 "우리는 파병철회를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그 이유로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의 공범이 될 수 없기 때문이고 이라크 민중들을 도와주는 것을 넘어 함께 투쟁하기 위함이며 또 이것이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주석 민주노동당 울산시지부 사무국장은 "얼마 전 조사에서 울산 시민들 80.04%가 파병에 반대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파병을 강행하는 것은 '미친 짓'이고 그렇게 된다면 역사적 책임을 통감하게 될 것"이라고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에게 경고했다.

이어진 발언에서 정재욱 현 11기 한총련 의장은 정치인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정 의장은 "500억에서 1천억 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정치인들에게 한·칠레 FTA 협정 결의안을, 테러방지법을, 집시법을, 또 이라크 파병 결정을 할 권리가 있는가"라며 "부정한 국회가 파병 결정을 한다 해도 거부할 것을 건의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김숙임, 박석운 국민행동 공동위원장에 의해 낭독된 결의문에서 국민행동은 "노무현 정부가 이 무모하고 어리석은 파병을 끝내 강행한다면 우리는 노 정부를 '전쟁참여정부'로 규정하고 준엄한 국민적 심판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한 뒤, "미군의 점령이 계속되는 한 이라크 평화와 재건은 요원하다. 후세인이 검거됐으나 날이 갈수록 격렬해지는 이라크 민중의 저항이 이를 실증한다"고 미국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파병철회 광화문 인간띠잇기를 원천 봉쇄하려는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는 순간 한 전경이 '파병반대' 피켓을 빼앗고 있다.
파병철회 광화문 인간띠잇기를 원천 봉쇄하려는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는 순간 한 전경이 '파병반대' 피켓을 빼앗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외국인도 "파병반대

이날 행사에서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특히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30여 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자히드(28, 방글라데시)씨는 "전쟁은 학생들과 일반 시민들보다 노동자들이 먼저 반대해야 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노동자들은 어떤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며 "이주노동자들도 우리 문제라고 생각하고 고민 끝에 이 자리에 함께 하게 됐다"고 동참동기를 밝혔다.

모국에서 고등학교 역사 교사를 하며 "동양문화를 배우기 위해 한국에 왔다"는 캐나다인 요셉(24)씨는 "전쟁은 언제나 잘못된 것"이라며 "미국의 부시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이곳의 모든 이들과 평화를 함께 나누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요셉씨는 또 "언론을 믿지 말라. 진실하지 않다"고 언론을 공격하면서 "그들은 전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더러운 전쟁을 멈춰라!(Stop this dirty war!)"라고 외쳤다.

광화문 인간띠잇기대회가 경찰의 원천봉쇄로 무산되자 참가자들이 20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여 파병철회를 요구하며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
광화문 인간띠잇기대회가 경찰의 원천봉쇄로 무산되자 참가자들이 20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여 파병철회를 요구하며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추위에 최초(?) 아카펠라 댄스뮤직 선보여

이날 행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큰 적은 '칼바람'을 동반한 추위였다. 이는 행사를 준비한 주최측이나 대부분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있어야 했던 시민과 학생들 그리고 무대위에 올랐던 가수들에게까지 해당됐다.

특히 추위 때문이었는지 반주음악이 끊기고 마이크의 음질에 문제가 생겨 출연했던 가수들이 애를 먹었다.

이날 세 번째로 무대에 올랐던 권진원씨와 혼성그룹 '젠'의 차례엔 더 문제였다. 권씨의 무대에서는 반주 시디가 계속 튀어 노래를 다시 부르기도 했고 마지막 곡 '살다보면' 마지막 부분에서는 갑자기 반주가 끊겨 급하게 노래를 마쳐야 했다.

권씨는 "추위 때문에 쉽지 않았지만 청중들의 뜨거운 반응에 감사한다"며 "2003년은 이라크 전쟁, 사스 등 안 좋은 일이 주를 이뤘는데 내년에는 밝은 일들이 많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젠'의 순서에서도 반복됐다. '젠'의 순서에서는 노래 중간 갑자기 반주가 끊겼다. 두어 번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청중들은 박수로 박자를 쳐줬고 이들은 어쩌면 한국 최초로 '아카펠라댄스뮤직'을 선보였다.

젠의 이혜영(22)씨는 "우린 노래와 함께 춤을 춰야하기 때문에 무선마이크를 사용한다. 그래서 가끔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번처럼 곡이 끊긴 뒤, 무반주로 노래를 부른 적은 없다"고 활짝 웃었고 "전쟁반대와 파병반대는 우리의 최소한의 양심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어도 파병은 막아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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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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