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은 순간 충동이 아닌 자기 정체성의 일부”

타투이스트 김건원씨 2003 겨울 퍼포먼스 콘서트서 강연

등록 2003.12.22 20:20수정 2003.12.2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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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타투이스트 김건원씨

타투이스트 김건원씨 ⓒ 김태형

“저는 지금 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타투에 관한 부정적인 편견과 싸우고 있습니다. 우선 많은 아티스트들이 이 문제에 관한 인식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지난 21일 타투이스트(tattoo 문신+artist 예술가의 합성어) 김건원씨는 서울 평창동 코어핸즈(COREhands) 디자인 하우스(대표 김부곤)에서 ‘타투는 예술이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김건원씨는 “한국의 실정상 타투가 굉장히 생소하고 껄끄러운 면이 있지만, 많은 아티스트들이 열려있는 자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타투 문제에 관한 동료 예술인들과 일반인의 협조와 관심을 부탁했다.

김씨는 “어떤 분야건 간에 어떤 사람이 무슨 마음가짐으로 행하는가에 따라 다양하게 평가받을 수 있다”며, “타투에 대한 개개인의 호불호는 있겠지만 타투 자체를 금기하 사는 것은 잘못된 태도”라고 지적했다.

“타투는 인격을 가진 예술, 바디 페인팅과는 달라”

a 김건원씨와 그의 구명운동에 적극 앞장서고 있는 친구 윤찬씨

김건원씨와 그의 구명운동에 적극 앞장서고 있는 친구 윤찬씨 ⓒ 김태형

김씨는“타투는 그것을 한 사람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지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인격을 가진 예술 장르”라고 밝힌 후, “똑같은 타투라 할지라도 선망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했을 때와 반대의 경우에 그 평가는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수많은 예술 작품이 하나의 상품이 되어버린 자본주의 상황에서 타투는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르이기도 하다”며, “타투는 영혼성을 추구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순간의 충동에 따라 행해서는 안 되고 죽을 때까지 자신과 함께 할거라는 인식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타투를 한다는 것은 자기 신체의 일부는 만드는 것이고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정직하게 스스로를 바라봤을 때 부끄럽거나 후회되지 않을 자신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a KoPAS의 퍼포먼스 중 일부

KoPAS의 퍼포먼스 중 일부 ⓒ 김태형

집에서 만나는 실험예술


한편 이날 한국실험예술정신(KoPAS, 이하 코파스) 주최으로 열린 ‘2003 겨울 퍼포먼스 콘서트’에서는 일반인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실험예술들이 선보였다.

그룹 스폰지를 비롯, 코파스의 문재선, 신용구, 신량섭 등이 다양한 실험예술을 선보였으며, 김윤태의 실험영화 ‘무더운 하루’ 등이 상영되었다.

행사를 주관한 코파스 김백기 대표는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작품들을 직접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가들과 직접 만나고 이야기 할 수 있어 실험예술에 대한 거리감을 크게 좁힐 수 있다”며, “일 년 이상 이런 행사를 꾸준히 준비하며 힘든 부분도 많았지만, 새로운 문화 예술 패러다임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때는 다들 미친 사람 취급했지요”
70년대 명동에서 알몸 질주한 퍼포먼스 1세대 토림 최수 선생

▲ 토림 최수 선생
“그 때처럼 서슬 퍼런 시대에 팬티 한 장 입고 명동 한복판을 질주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든 시대였죠.”

이날 행사에 참석한 토림 최수 선생은 우리나라 퍼포먼스 1세대로 지난 70년대 초 명동성당 앞에서부터 속옷 한 장을 입고 질주하다 경찰에 연행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그 때 여섯 명이 함께 뛰었는데 그 당시는 무슨 퍼포먼스라기보다는 일종의 해프닝에 가까웠다”며, “그 당시를 살았던 예술가들에게는 억압된 현실 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 그 자체가 최우선이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90년대 초 췌장암에 걸린 이후 충남 공주로 내려가 ‘별지랄(☆地卵) 학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토림선생은 “한달에 한두 차례 학당에 모여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여 몸짓에 대해 말짓에 대해 의견을 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문화에 대해 예술에 대해 서로 소통하고 후원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우리사회에는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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