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어떻게 이룬 '안정세'인데...

일부 지자체의 재산세 중과 반발에 정책 후퇴 움직임

등록 2003.12.23 18:16수정 2003.12.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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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부동산 중개업체들에는 단기보유부동산의 양도소득세 중과안이 확정된 이후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부동산 중개업체들에는 단기보유부동산의 양도소득세 중과안이 확정된 이후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승훈
지난 19일 한국 부동산 신화의 상징이었던 강남구 대치동의 부동산업계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였다.

불과 몇개월 전 10억이상을 호가하던 개포동의 우성아파트를 비롯 46평이상 대형아파트는 정부의 '10·29 부동산 안정화대책' 발표 이후 호가가 1억원 안팍 떨어졌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10·29대책 발표이후 중형 아파트도 2-3천만원에서 최고 5천만원 정도 하락했고 이후 다소 반등의 기미를 보이기도 했지만, 단기 보유 부동산 양도세율의 인상안이 마련되면서 현재 다시 급매물이 나오는 등 하락세로 돌아섰다"며 "그나마 거래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이를 정부가 지난 10월29일 내놓았던 이른바 '10.29 조치'의 효과가 그대로 나타난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정부가 당시 10.29 조치를 내놓았을 당시 과연 효과가 있을까하는 일부의 의구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 '반짝 효과만 있을 뿐' 2달 뒤면 '도루묵'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10·29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의 발표 이후 현재 주택시장은 7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지역의 하락 폭이 두드러지고 있고 이러한 하락세는 수도권과 지방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또 신규 분양에서도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면서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급격한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신규분양시장의 경우 지난 12일 1순위 청약을 받은 경기도 파주 금촌지구 아파트에는 1건의 청약접수도 없었고, 서울에서는 11차 동시 분양에서 15개 시공사 가운데 8개 시공사의 분양 아파트가 3순위에서도 청약 미달 사태를 빚었다. 이는 수요자들의 구매심리가 악화된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해석됐다.

"주택 가격 2005년까지 하향 안정될 것"


정부는 10·29 대책 발표 이후에도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 주택거래허가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추가 부동산공개념 제도 마련작업을 본격화하고 주택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전환된다면 이러한 추가대책을 시행할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계속 보내왔다.

현재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에 금리여건, 주택 공급 과잉 등의 여건과 새로 도입된 양도소득세 유예기간이 내년임을 볼 때 주택가격의 하락 추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국내 경기의 침체가 주택시장의 하향안정세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주택 구매 수요를 좌우하는 실물 경기의 회복 전망이 불투명해 주택 수요가 조기에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 금융권에서는 내년에 실질금리가 7%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그동안 부동산 시장으로 몰렸던 시중의 유동자금이 주식 등 금융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택시장의 공급과잉도 변수다. 최근 2년동안 실질적인 주택 공급은 2001년 76만호, 2002년 90만호에 이르고 내년도 입주물량도 주거용 오피스텔을 포함할 경우 70만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 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지난 2년동안 아파트 착공 물량이 점점 증가해왔다"며 "착공과 완공의 시차를 고려할 때 최소한 2005년까지는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주택 가격의 하향 조정이 본격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료출처 한국은행 금융연구원
자료출처 한국은행 금융연구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아파트 값이 상반기에 2.9%의 소폭 상승세를 나타내다가 하반기에 3.9% 하락해 결국 연간 1.2%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전문 사이트인 '부동산114'는 강도높은 규제정책, 세제개편으로 매매차익 환수, 투기수요와 실수요자 감소등으로 아파트 시장은 전반적인 약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피드뱅크'도 재건축 아파트는 2%정도의 가격 하락을, 일반아파트는 2-3%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에서 강력한 부동산 대책에서 조금씩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는 여전하다. 특히 지난 21일 허성관 행자부 장관이 KBS 일요진단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부의 재산세 인상안의 후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방안 후퇴하는 것 아닌가"

허 장관의 발언은 정치권과 지자체 단체장들이 '보유세 인상방향은 인정하되 국민부담 감소를 위해 급격히 해서는 안된다', '실질 과세권자인 시·군·구청장의 권한을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이 강한 가운데 나온 것이라 정부의 정책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당초 행자부는 10·29 대책에 근거해 지난 3일 아파트 재산세를 기준시가에 따라 매기기로 했고 이 안이 확정될 경우 서울 강남지역은 재산세를 최고 6-7배 가량 더 내야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전체 4.2%, 공동주택 56.5% 인상안을 주장하며 행자부의 안에 반발했고 행자부는 서울시안에 대해 조세 형평성을 달성할 수 없다며 지자체의 과표설정권을 환수해서라도 정부안을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결국 22일 발표한 정부의 재산세 인상 최종안은 강남의 경우 최고 7배 인상폭에서 5∼6배, 강북은 30∼50%에서 20∼30%로 하향 조정했고 ㎡당 국세청 기준가액도 18만원에서 3%(5400원) 범위에서 자치단체장이 축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최종안에 대해 정부가 기존 개편안의 골격을 유지해 정책의지를 훼손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자치구는 정부의 방안에 반발하고 있다. 또 앞으로도 종합부동산세와 제2단계 부동산공개념 정책의 입법을 남겨놓고 있는 정부의 정책 기조가 정치권과 지자체, 여론에 밀려 흔들릴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우려가 말끔히 씻기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 정책의 일관성이 해법

부동산 시장이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전문가들은 가장 우려되는 불안요인으로 정부의 부동산안정대책이 일관성을 가지지 못하고 후퇴하는 등 시장의 신뢰를 상실할 경우를 꼽고 있다.

정부의 강도 높은 안정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택을 유망한 투자수단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강한 상황이라 정부의 추가 대책이 국회 입법과정을 통해 제도화되지 못하고 일관된 흐름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유동자금의 투기화로 주택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재산세 최종안에 대해 LG 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부동산 보유세 강화는 중장기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정부의 속도조절이 당장 투기를 불러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부동산 투기에 대한 향수가 팽배해 있는 만큼 '과표현실화'라는 정부 정책의 큰 틀과 방향이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보유과세 강화의 핵심이 종합부동산세 도입인데 이러한 정책으로 인한 부동산 경기침체가 전반적인 경제상황에 악영향을 줄 경우 부정적인 여론에 밀려 정책기조가 흔들릴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은행 금융연구원도 최근 연구보고서에서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거품 붕괴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가 생겨 정책의 일관성이 지켜지지 못할 수도 있다"며 "상황에 따라 규제를 느슨하게 해왔던 관행을 반복하면 가격변동만 증폭시켜 부동산 위기를 더 키울 뿐"이라고 충고했다.

정부 재산세 개편안 88.8% 찬성

(서울=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최근 발표된 정부의 재산세 개편안에 대해 국민의 88.8%가 공감한다는 찬성의견을 보인 것으로 16일 조사됐다.

행정자치부가 여론조사전문회사인 TNS에 의뢰, 14∼15일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행자부가 아파트 재산세불공평 해소를 위해 과세방식을 집값이 높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도록 한 재산세 과세개편안에 대해 88.8%가 찬성한다, 10.7%가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자치단체별로는 서초구 등을 중심으로 정부의 재산세 개편안에 반발, 수정안까지 제시했던 서울의 경우 시민 87.9%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정부의 재산세 부과방식이 건물면적 크기에 따라 과세하는 것이 불공평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80.9%가 공감한다, 16.6%는 공감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번 개편안에 따라 서울 강남아파트의 경우 재산세가 평균 2배, 최고 7배 인상되면서 무리한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데 대해서도 57.8%가 조세정의를 위해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과도한 세금인상 문제가 있으므로 인상폭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40.0%로 적지 않았다.

서울시가 주민의 조세저항을 이유로 재산세 개편안 수용거부시 정부대처방안을 물은데 대해 61.8%가 법개정을 해서라도 국가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35.4%는 자치단체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답했다.

또 재산세 개편안이 부동산 투기 근절효과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62.7%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답한 반면, 34.5%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이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3.1%, 신뢰수준은 95%이다.

행자부는 이 같은 여론조사를 토대로 관련 부처 및 시도와 협의한 뒤 정부의 재산세 개편안에 근거한 `내년 건물과표 조정 권고안' 등 최종개편안을 늦어도 19일까지 마련해 시도에 통보할 방침이다.

그는 "부동산 보유과세 강화의 핵심이 종합부동산세 도입인데 이러한 정책으로 부동산 경기침체가 전반적인 경제상황에 악영향을 줄 경우 부정적인 여론에 밀려 정책기조가 흔들릴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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