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동안 방황한 사실을 고백하고자 한다. 여태껏 일상처럼 다니던 학교에서 “이제 더 이상 안 나와도 돼”란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처음에 ‘자유’를 떠올렸다.
하지만 자유라는 달콤한 말도 일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컴퓨터 게임, ‘플스방’, 축구, 친하던 친구들과의 쓸데없는 농질 등등……. 무위도식의 생활은 계속되었고 이른바 ‘폐인’이 되었을 때의 기분은 수능을 치루기 전의 영롱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만 좋을지 나는 알지 못했다. 일방적으로 학교라는 사회에서 지침만 받아온 나는 더 이상 지침이 없어지자 오히려 혼란스러워졌다.
정확히 말해 수능이 끝나자 학교는 우리를 내팽개쳤고 처음에 나는 그런 상황에 적응하지 못했다. 뉴스 보도의 표현을 빌리자면 “수능 이후에 건실한 프로그램의 부재”가 너무도 깊숙이 다가왔다. 학교는 더 이상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고, 나와 내 친구들을 혼란함과 나태함으로 내몰렸다. 한마디로 ‘캥거루 새끼를 어미 주머니 속에서만 자라길 강요하더니 갑자기 주머니를 털어 내쳐버린 꼴’이었다.
말년 고3으로서 간곡하며 명확히 여러분과 교육관계자 분들께 부탁드리고 싶다. 현 상황을 바꿔야 한다. 제발 새로 오신 교육부 장관님은 수능 이후 학생들을 무방비 상태로 내버려 두는 상황을 바로 잡았으면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졸업 이후에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게, 혼란을 줄일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건실한 프로그램을 제도화 했으면 한다.
수능 이후의 프로그램의 제도화가 눈앞에 처한 문제에 대한 처방이라면, 이 사안에 대한 실질적인 원인인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래를 내다보는 처방도 필요하다.
그리고 고3학생들은 언제까지나 학교 핑계만 하며, 학교 탓만 하고 앉아있어서는 안된다. 학교 탓과 더불어 현실에 맞는 실속을 찾는 일도 고3학생들의 몫이다. 사실 학교 내에서만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될 것 같다. 우리가 대학생이 되든 재수생이 되든 이제 고등학교라는 작은 사회를 떠나면 그곳에서 받던 ‘지침’도 사라질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학교로부터의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현명한 내 친구들, 우리 고3들은 벌써 스스로 배울 점을 찾고 있다. 학원에 가서 어학 공부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얼마나 그동안 편하게 살아왔던가를 배우고, 매일 붙어다니 던 치들과 잠시 떨어져 그들이 소중한 것도 알고, 모든 것이 학교에선 배울 수 없었던 것들이다. 우리는 이제 스스로 무언가를 배우는 작업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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