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즈벨트는 왜 한마리의 곰도 잡지 못했을까?

'테디베어뮤지엄'으로 떠나는 성탄여행

등록 2003.12.25 03:05수정 2003.12.26 18:31
0
원고료로 응원
a 테디베어가 준 성탄카드

테디베어가 준 성탄카드 ⓒ 김강임

지금은 대학생이 된 딸애가 첫 번째 크리스마스 날 받은 선물은 곰 인형이었다. 당시 7개월 된 아이에게 크리스마스는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엄마가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 걸어놓은 빨간 양말. 그리고 성탄절 날 아침 머리맡에 놓여진 곰 인형. 눈 ,코, 입 다 갖추어져 있는데도 왠지 무섭게 생긴 그 곰을 보고 아이는 놀라서 울음을 터트렸다.


우는 아이를 달래는 엄마는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모르는 아이가 섭섭했지만, 그 아이가 빨리 자라서 곰 인형의 의미를 알아주길 바랐다.

항상 혼자 떠나는 제주테마여행. 오늘은 자동차의 조수석에 초대된 손님이 있었다. 그 손님은 어렸을 때 곰 인형을 보고 울기만 했던 딸애였다. 항상 떠나는 여행이지만 오늘은 룰랄라. 기분이 좋았다.

장거리 자동차 운전을 하다보면 누군가 말벗이 그리워 질 때가 있다.그래서인지 자동차의 페달을 밟으니 차가 미끄러지듯 질주한다.

어린 시절 동심의 세계로 떠날 수 있는 여행. 어디가 좋을까? 딸아이와 나는 차안에서 들려오는 캐럴송을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것보다 훨씬 시간이 흐른 100년 전의 세상 속으로 떠나보는 시간여행이었다.

a 테디베어뮤지엄으로 떠나는 성탄기행...

테디베어뮤지엄으로 떠나는 성탄기행... ⓒ 김강임

우리가 도착한 곳은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안에 있는 '테디베어 뮤지엄'이었다. '테디베어 뮤지엄'은 한마디로 곰 인형의 전시장이다.


생각해보니,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해마다 아이들에게 곰 인형을 선물했다. 그 곰은 해마다 형태와 색깔. 모양이 달랐지만 아이는 날이 갈수록 철이 들어 곰 인형을 안고 잠들곤 했다. 마치 엄마의 따뜻한 품처럼 말이다.

엊그제 타임머신을 타고 온 아이들에게 과거의 시간여행은 현재를 깨닫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래서 과거의 시간 여행을 즐기기에 '테디베어 뮤지엄'은 충분한 주제와 테마가 있었다.


테디. 테디는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의 애칭이다. 이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면, 1902년 11월 미시시피로 곰 사냥을 나갔던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은 한 마리의 곰도 잡지 못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보좌관이 어린 곰을 생포해 사냥하기를 권했으나, 대통령은 정당치 못한 일이라며 풀어주었다고 한다.

그 이후 루즈벨트 대통령의 일화가 널리 알려지자, 뉴욕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던 모리스 밋첨씨는 자신이 만든 곰 인형에 '테디베어'라는 이름을 지어 팔아보기 시작했다. 그 이후 곰 인형은 날개 돋친 듯 팔려 대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한다.

이에 대한 일화가 말해 주듯 '테디베어 뮤지엄'에는 크기와 형태, 재질이 다른 테디베어로 천국을 이뤘다.

지금 테디베어의 나이는 100살이 넘었느니 꼬부랑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되었을 게다. 그러나 그 시대의 흐름을 어찌 기억할 수 있으랴. 다만 세계의 역사기행을 테디와 함께 떠나는 수밖에.

a 최초의 대중차에 테디가

최초의 대중차에 테디가 ⓒ 김강임

우선 '테디베어 뮤지엄'의 제1전시관에 들어서자, 최초의 대중차 T형 포드자동차가 테디베어를 안락하게 모셨다. 100년 전의 자동차에 테디가 타고 있었던 것.

전시관 안은 테디의 그림자로 가득했다. 오래 만에 아이들과 데이트를 즐기니 감개가 무량하다. 테디의 일대기를 읽고 있던 아들녀석은 " 엄마! 왜 루즈벨트 대통령은 곰을 한마리도 잡지 않았을까요? 라고 묻는 것이었다. 어리둥절한 나는 "그래? 테디베어 여행을 떠나봐야 알겠는데"라며 딴청을 부렸다.

a 테디베어의 달착륙

테디베어의 달착륙 ⓒ 김강임

'테디베어 뮤지엄'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곰의 영상만은 아니었다. 100년 동안 겪어 왔던 암울했던 세계사와 환희 슬픔 등이 엮어져 있었다.

1936년 경제공항을 맞았던 위기. 1969년 인간의 달 착륙에 대한 환희 등을 테디베어는 테마로 엮었다. 물론 테디가 주인공이 된 이 테마 여행은 테디의 모습에서 당시의 상황을 느껴볼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역사 공부를 하는 것 같아요."

한 발치 앞서가던 딸애는 각양각색의 테디베어에 많은 호기심을 나타냈다. 그리고 " 엄마 저 인형 참 예쁘지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린시절 곰인형을 보고 무서워서 울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자,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 한다.

a 테레사 수녀가 되다

테레사 수녀가 되다 ⓒ 김강임

테레사 수녀가 주인공인 테디는 17세기 수녀로 변장한 모습이다. 인도 캘커타에서 빈민교육에 앞장서온 테레사의 모습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a 장벽을 허물고

장벽을 허물고 ⓒ 김강임

마음의 문을 열고 서서 바라보는 곳은 독일통일에 대한 테마여행이었다. 베를린 장벽을 허무는 테디베어는 망치와 끌를 들고 장벽을 부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많은 테디베어들이 평화와 자유를 외치고 있었다. 감격적인 장면에 대한 연출이었다. 곰인형의 연출이 동심의 세계를 그려보는 줄만 알았는데, 너무나 감격적인 순간의 테마가 담겨져 있었다.

a 홍콩의 중국반환

홍콩의 중국반환 ⓒ 김강임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과, 2040년 가상 미래도시에 대한 히스테리는 고정관념을 허무는 이야기였다. 곰의 지능지수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가상이다.

특히 찰리채풀린과 영화 모던타임즈. 타이타닉의 침몰. 세계에서 가장 작은 4.5mm의 테디베어.모나코 경매에서 세계최고가를 기록한 루이뷔통베어 등이 눈길을 끌었다.

a 최후의 만찬

최후의 만찬 ⓒ 김강임

또한 제2전시관에서 본 테디베어의 작품성은 환호성를 울리게 만들었다. '반 고호의 자화상'과 '레오나르드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모나리자' 등 위대한 작품은 미술작품에 대한 감상과 테디베어 예술성에 대한 감상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순간이었다.

50년대 폰티악 자동차와 당시 건물을 세트로 재현한 원형 광장부터 야외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a '사랑의 샘'에서 동전을 던져봐요

'사랑의 샘'에서 동전을 던져봐요 ⓒ 김강임

아이들과 오랫만에 걸어보는 산책길이 상쾌하기만 하다. '사랑의 샘'에서는 테디베어의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애틋한 전설이 내려오는 사랑의 동전 던지기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동전 2-3개를 던지게 될 것이다. 내 사랑이 이루어지길 원하는 동전과 로마에 다시 돌아 올 것을 소원하는 동전. 헤어지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동전 등.

a 테디의 패션쇼

테디의 패션쇼 ⓒ 김강임

이 밖에도 테디베어의 패션쇼는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곰들의 잔치에 불려온 관중들. 이들도 모두 테디베어 들인데, 금방이라도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울리는 표정들이다.

나는 전통혼례로 치러지는 테디베어를 바라보며 테디의 행복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표정이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루까지 마중 나온 신부의 어머니. 잔치를 축하해 주는 마을 사람들.

테디베어는 말이 없어도 그 표정은 살아 있었다. 이제야 어린시절 곰인형을 보고 아이들이 왜 울었는지를 알 것만 같았다.

테디베어 컬렉션에는 6명의 주인공이 무대를 장악하고 있었다. 머리에 리본을 꽂고 드레스를 입고 팔찌 귀걸이를 하고 사뿐 사뿐히 걸어가는 테디베어 주인공들 .

경쾌한 음악에 박자까지 맞추는 곰인형을 보는 순간 나는 왜 루즈벨드 대통령이 곰 사냥을 하지 않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은 생물만이 아니다. 말하지 않고 표정으로 살아 숨쉬는 테디도 분명 살아있는 생명체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2. 2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3. 3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4. 4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5. 5 계엄은 정말 망상일까? 아무도 몰랐던 '청와대 보고서' 계엄은 정말 망상일까? 아무도 몰랐던 '청와대 보고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