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6-7일 만인산 수련원에서 전국 귀농인 송년의 날 행사에 함께 갔었다. 새벽 등산을 하면서 수련원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전희식
새들이가 실상사 작은학교에서 오늘부터 3일간 하는 내년 신입생 대상의 '예비학교'에 참석하기 위해 오전에 집을 떠났다. 지난 10월과 11월에 걸쳐 1차 서류전형과 2차 학부모 면접을 통해 20명의 학생을 뽑았는데, 이제 마지막으로 예비학교를 거쳐 13명의 신입생을 뽑는다고 한다. 올해 마흔 몇 명이 지원을 했으니 경쟁률을 따지면 3:1이 넘는다.
나는 집에서 새들이를 트럭에 태워 전주 터미널까지 데리고 가면서 예비학교에서 볼 시험 예상문제를 여럿 내서 새들이가 대답하도록 했다.
"새들아 아빠를 존경하는 이유 서른 가지를 말 해봐라."
내가 첫 번째 예상문제를 냈다.
"선생님이 그렇게 물으시면, 제가요 아빠 '서른 개만 말해야 돼요? 오십 개 말하면 안돼요?'라고 대답 해 드릴게요."
나는 "통과통과"라고 하고는 두 번째 예상문제를 냈다.
"신입생 뽑는데 외모를 크게 본다고 하던데 선생님이 새들이 너는 왜 그따위로 생겨 먹었냐고 하면 너 뭐라고 할래?"
그러자 새들이는 말한다. "일단요, 죄송하다고 선생님한테 사과드리고요, 아빠 닮아서 죄송하다고 솔직하게 말할게요."
나는 세번째 예상문제를 내려다 그만두었다. 좀 진지하게 대답해 보라고 나무랐지만, 새들이는 자기는 정말 진지하게 대답하는 것이라고 우겼다.
"너 지금 떨어질까 봐 긴장하고 있지?"
"아뇨. 아무렇지도 않은데요."
"그럼. 뭐 설레임 같은 것도 없어?"
"그냥 그래요. 근데 저 너무 일찍 가는 거 아녀요?"
"아냐. 가는데 두 시간 반은 더 걸려. 내가 마지막으로 예상문제 낼 테니 잘 들어봐라."
"좀 어려운 걸로 내세요."
"너 남원에서 인월까지 갔다가 인월에서 버스를 뭐 타야 되냐?"
"사람들한테 물어보죠 뭐."
"아침에 누나가 잘 가르쳐 주더만 그새 다 까먹었니?"
"아뇨. 알고 있는데요. 그래도 돌다리도 두드려 가며 건너라는 말이 있잖아요."
"알았다. 길을 묻더라도 잘 아는 사람한테 물어봐라. 근데 잘 아는 사람인지는 어떻게 알아 볼 거니?"
"됐어요. 됐어요. 터미널 다 왔네요. 내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