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0일 국회 앞 국민은행 도로에서 열린 FTA저지 집회에 참석한 농민들.권박효원
<4신 대체 : 30일 오후 7시20분>
한-칠레 FTA 비준안 상정 직전 국회 '진격' 준비...안도의 한숨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비준안이 상정될 차례다!"
"한-칠레 FTA 비준안 처리는 내년으로 연기됐습니다. 추운데 고생하지 말고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 주십시오."
이날 오후 6시경 국회 본회의에서 한-칠레 FTA 비준안이 상정될 차례가 되자 국회 앞에서 이틀째 농성을 벌이고 있던 농민들은 국회의사당으로의 진격 투쟁을 준비했다. 그러나 경찰은 한-칠레 FTA 비준안이 내년으로 연기됐으니 이제 그만 해산할 것을 권고하는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이 방송에 농민들은 진격투쟁을 멈추고 서로 "수고했다"는 말을 나누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 농민들은 경찰버스와 인근 도로공사장 차단벽, 아스팔트 위 등에 'FTA 반미 투쟁''민족농업 만세''열린우리당 해체' 등의 문구를 페인트 스프레이로 적기도 했다.
또 흥분한 일부 농민들이 경찰에 돌을 던지는 등 작은 충돌이 있기도 했으나 이날 한-칠레 FTA 체결 비준안 처리가 연기됨에 따라 국회 앞 농성장도 차차 차분한 분위기를 되찾고 있다. 일부 농민은 고향에 돌아가기도 했으나 아직 농성장은 완전히 해산되지는 않은 상태다.
한편, 전국농민연대 측은 "구속된 동지들이 있는데 우리만 돌아갈 수는 없다, 농가부채가 심각한 상황이어서 농·어촌 지원 관련 특별법 통과가 절실하다, 이 법안에 대한 처리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국회 본회의가 끝날 때까지 농성을 진행할 뜻을 내비쳤다.
향후 투쟁 계획과 관련해서도 농민단체들은 한-칠레 FTA 비준안이 폐기될 때까지 투쟁을 진행할 뜻을 밝혔다.
서정의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회장은 "정부는 한-칠레 FTA 비준과 농촌 민생 관련 법안을 맞바꾸려 한다, 이는 농민을 저버리는 정책이다, 이에 대해 17대 총선에서 반드시 낙선운동으로 대응하겠다"는 결의를 밝히기도 했다.
정현찬 전농 의장 역시 "오늘(30일) 농민들의 단결된 힘으로 비준을 저지했지만 폐기가 아니므로 향후에도 투쟁을 계속하겠다"며 "다음 본회의에 상정될 때도 농기계 반납투쟁, 상경투쟁 등을 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날 한-칠레 FTA 비준안 상정 연기에 대해 "농민들의 눈치를 보는 시간끌기 탐색전"이라는 비난의 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날이 저문 현재, 이날 집회는 마무리되고 있으나 향후에도 농민들의 한-칠레 FTA 비준 저지 투쟁은 이후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이 3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농어촌 출신 의원들의 강한 반발로 처리가 유보됐다.
이로 인해 관련 예산부수법안인 '농어업인부채경감에관한특별조치법중개정법률안(대안)'과 '농림어업인삶의질향상및농산어촌지역개발촉진에관한특별법안(대안)'의 처리도 미뤄졌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30일 오후 6시20분께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했지만 농어촌 출신 한나라당, 민주당 의원들이 의장석으로 몰려나와 의사진행을 저지하는 바람에 처리 유보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