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진달래, 영산홍, 철쭉은 조금씩 시기는 다르지만 봄에 피어나는 꽃입니다. 대략 이 꽃들이 한창일 때는 3월에서 6월 사이입니다. 우리 역사에서는 이 사이는 참으로 잊을 수 없는 역사들이 자리매김하고 있는 시기입니다.
기미년 삼월 일일, 제주 4.3과 미완의 혁명 4.19, 그리고 80년 오월의 광주를 넘어서 6.10항쟁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역사들이 들어있습니다. 어쩌면 철쭉은 이 모든 역사들을 한 몸에 품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철쭉은 아마도 우리 민중들의 삶을 사랑했나봅니다. 그들이 즐거워할 때 함께 그 즐거움을 나누었던 꽃, 그들이 슬퍼할 때 함께 슬퍼했던 꽃, 그래서 '사랑의 즐거움'이라는 꽃말을 얻었나 봅니다.
들에 이름을 얻지 못한 꽃들까지도 이 땅의 민중들이 고난을 당할 때 함께 고난을 당하고, 민중들이 피를 흘릴 때 그 피를 먹고 자랐을 것입니다. 민중이 기뻐할 때 함께 기뻐했을 꽃들, 동고동락(同苦同樂)했던 우리의 꽃들인데 또한 우리들은 그들에게 많은 사랑을 주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