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 한류 전진기지 '한류센터' 건립하겠다"

이창동 문광부 장관 신년 기자간담회

등록 2004.01.07 17:05수정 2004.01.07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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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히트상품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다. 참여정부에서 지향하고 있는 한국 전반에 걸친 체질개선을 추구하면서 우린 문화정책을 중심으로 체질개혁에 주력할 것이다."

"정부는 드러나지 않는게 바람직"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에 대한 이 장관 생각

▲ 7일 신년 문광부 5층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이창동 장관.
ⓒ문광부 공보실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것은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문제'에 대한 이 장관의 생각이었다. 이 장관은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대응은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치적으로 강하게 나오는 중국의 태도에 우리마저 정치쟁점화 한다면 그 태도만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정부차원의 고구려사 문제 대응을 포기하는 것인가'라는 공격적인 질문이 나왔고, 이에 이 장관은 "단지 순수 민간 차원에서 학계 토론 등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라며 "물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이니라 단지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내 주관으로 학자들과의 회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또 "고구려사 왜곡문제를 고구려 벽화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록과 연계시키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며 "벽화는 인류공동 유산이자 자산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 북한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라도 중·일 등의 협력을 얻어 성사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정부의 의지는 북에 이미 전달됐다고 밝혔다.
문화관광부 이창동 장관이 7일 오전 10시30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이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올 문광부에서 내놓을 만한 히트상품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위와 같이 답하며 "지난해 각 분야별 큰 틀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큰 그림에 따라 구체적으로 실천해나가는 것이 올해 과제"라고 밝혔다.

넥타이 없는 파란 셔츠 위에 황갈색 재킷을 걸치고 회의실에 들어온 이 장관은 밝은 표정으로 25여명의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지난해 장관 취임 기자회견 때의 굳은 표정과는 사뭇 달랐다.

이 장관은 "편한 마음으로 새해 인사한다는 느낌으로 나왔다"며 1시간 이상 진행된 간담회에 시종 여유 있는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따로 준비한 회견문이나 자료는 전혀 없었고 기자들도 영역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질문해나갔다.

우선 "정부와 언론의 관계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관행을 바꾸는 등 통증이 많았지만 그 방향을 수용해줘서 언론에 고맙다"고 밝힌 이 장관은 '해외 홍보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원화된 '코리아센터'를 만들어 문화·관광 등을 취급할 계획"이라며 "우선 올해 중국 베이징에 첫번째 '코리아센터'를 건립해 각 분야의 시너지를 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최근 중국과 동남아 등에서 불고있는 한류 지원'과 관련 "한류 바람이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중국 상하이에 한류 전진기지 격인 '한류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IOC 부위원장인 김운용 민주당 의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장관은 '김 의원의 대북 지원에 대해 문화부에서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2003년 동안에는 (김 의원측에서) 어떤 승인 절차도 없었고 그 이전에도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개인적으로 무슨 이유로 북에 (돈을) 줘야했는지 모르겠지만 반드시 그런 경우에는 통일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또 "일본대중문화 4차 추가개방이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로 인해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결국 이런 문제는 양국의 이해 부족에서 온 것인데 이럴수록 교류를 통해 이해 폭을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스크린쿼터 제도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을 보호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순기능이 더 많을 것"이라며 "만약 배급 기회가 줄어들면 가장 먼저 다양한 영화가 선착순으로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여지없이 '총선출마'를 묻는 질문이 나왔고 "제안 받지 않았다고 섭섭할 이유도 없다"면서 "제안하는 것이 이상한 거 아닌가, 나 같은 사람 어디에 쓰려고"라며 활짝 웃었다.

다음은 이 장관과의 일문일답이다.

"문화정책을 중심으로 체질개혁에 주력할 것"

- 지난해 결산을 느낌으로 말해달라.
"아시다시피 해보지 않은 경험을 했고 이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그만큼 힘들었다. 노력만큼의 대가는 국민이 판단하고 느껴야 한다. 그 점에서 마음이 무겁다."

- 문화관광부가 올해 추진할 히트 상품이 있다면?
"올해 히트상품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다. 참여정부에서 지향하고 있는 한국 전반에 걸친 체질개선을 추구하면서 우린 문화정책을 중심으로 체질개혁에 주력할 것이다. 지난해엔 각 분야별 큰 틀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큰 그림에 따라 구체적으로 실천해나가는 것이 올해 과제다.

지금 당장 눈앞에 닥친 현안은 우선 체육계에선 아테네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이고, 오랜 숙원이었던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 분과의 유기적 연계가 가능하도록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또 주 5일 근무에 따른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청소년의 가까운 현안은 청소년증 발급이다. 이제 청소년은 더이상 보호와 감호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 실체로서 육성을 하기 위한 것이 필요하다.

문화산업 정책과 관련해서는 5대 강국으로 키우기 위한 계획을 각 분야에 걸쳐 강력한 지원정책을 펴나갈 것이다.

예술 정책은 지금 새 예술 정책 준비가 곧 확정될 것이다. 문화산업도 중요하지만 이를 강화하기 위해 순수예술의 건강함이 필요하다. 사회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창의력과 상상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순수예술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관광 분야는 지난해 12월 19일 대통령 보고에서 18대 과제를 제출했다.

문화 정책 전반에 걸쳐 참여정부 이후까지 통용될 수 있는 중장기 비전을 만들고 있다. 이 가운데 광주문화중심도시 계획은 문화예술계가 총력을 기울여야 할 대형 프로젝트다.

덧붙여 대통령께서 어제 보고에서 지방문화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종합계획 시안을 만들어보라고 했다.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 자신의 체질 개선이 필요한데 지방 발전은 필수요소다.

히트상품보다 국민이 두고두고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려고 한다. 그러려면 공무원들이 자율적이고 진심 어린 정책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는 그런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내부체질 개선에 주력했다."

- 일본대중문화 4차 추가개방과 관련,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도 전혀 예상못했다. 결국 이런 문제는 양국의 이해 부족에서 온 것인데 이럴수록 교류를 통해 이해 폭을 넓혀야 한다."

- 문화산업 주무부처로서 게임 등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정보통신부 지원이 있는 등 갈등요소가 있는데 정통부와의 부처간 갈등을 어떻게 보고 있나?
"부처간 영역 다툼의 인상을 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 문화산업에 도움이 된다면 함께 할 수도 있지 않은 것 아닌가."

- 총선 출마 제안을 받았나? 혹시 섭섭하지는 않은가?
"받지 않았다. 섭섭할 이유가 없다. 제안하는 것이 이상하다. 나 같은 사람을 어디다 쓰려고"

"한류센터, 코리아센터 중국에 만들 것"

- 스크린쿼터 제도가 잘되는 영화만 잘되는 등 오히려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있다.
"동의하지 않는다. 다양한 영화 제작과 배급에 미흡하다는 지적은 가능하다. 하지만 영화 만들 수 있는 것을 보호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순기능이 더 많을 것이다. 만약 배급 기회가 줄어들면 가장 먼저 다양한 영화가 선착순으로 무너질 것이다."

- 문화관광부 내부 조직개편 산하기관 개편계획은 언제 확정되나?
"문화관광부 조직개편안은 이미 제출했다. 정부혁신위에서 논의하는 걸로 안다. 산하기관 조직개편 일정은 없다. 내부 조직개편안 가운데는 문화산업국을 분화시켜 문화미디어국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 최근 재미있게 본 한국영화와 전시회, 공연은?
<실미도>와 <바람난 가족>, <6개의 시선> 등 몇 개의 영화를 봤다. 그것도 모두 행사장에서다. 영화에 비해 공연장이나 전시회는 상대적으로 자주 찾는 편이다. 난 그런(영화계 출신이라는) 자격지심 때문인지 영화계 행사에 가는 것이 눈치가 보인다."

- 한류를 확산시킬 정책은?
"한류 바람이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중국 상하이에 한류 전진기지격인 '한류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또 해외 홍보시스템을 구조적으로 바꿀 것이다. 우선 올 해 중국 베이징에 첫 번째 '코리아센터'를 건립해 각 분야의 시너지를 내게 할 것이다. 성공 여부를 지켜본 뒤 다른 도시나 나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 해외홍보업무 일원화와 관련해 국정홍보처와 갈등이 있을 수도 있는데.
"소관업무 쟁탈전은 없다. 문광부는 외부 전문가 자문과 리서치 등을 거쳐 나름대로 해외홍보업무 통합방안을 올렸으므로 국무조정실이나 정부혁신위에서 결정할 것이다."

- 문예진흥기금 모금이 폐지된 뒤 재원마련 방안이 궁금하다.
"올해부터 문예진흥기금이 폐지된다. 그 대체로 통합복권법에 따라 지원금을 받을 수 있으리라 본다. 로또복권 수익이 연간 1조원이라 할 때 5%만 지원 받아도 500억원이다. 지난해 문예진흥기금 예상 모금액 217억원보다 더 많은 액수다. 오히려 더 여유 있을 수도 있다."

- 일본대중문화개방으로 포르노성 프로그램이 방송될 수 있지 않나?
"물론 내가 봐도 문제가 되는 케이블 방송도 있다. 하지만 방송위원회나 방송사의 자율심의 기능을 존중해야 한다. 그런 문제가 일시적으로 생길 수 있을지 몰라도 방송위와 방송사의 심의기능을 신뢰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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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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